<의형제> <하모니> 앞장서 외화 블록버스터들 ‘추격’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2.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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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목 겨냥한 국내외 영화들 대거 쏟아져

▲ (왼쪽)과 (오른쪽) 등 화제작들이 줄이어 개봉하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전통적으로 설과 추석이 흥행 대목이라고 불린다. 이번 설에도 10여 편의 영화가 관객 몰이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이후 극장가를 독점해 온 <아바타>의 흥행 기세도 설을 기점으로 꺾일 듯이 보인다. 이번 설 흥행 레이스에 나선 영화는 한국 영화 <의형제>와 <하모니>, 판타지물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울프맨>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명절에 빠지지 않는 중국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 등이다. 

요즘 관객들은 영화를 먼저 보고 소식을 전하는 평론가나 기자의 영화평을 잘 믿지 않는다. ‘알바의 댓글 마케팅’이 활발하지 않은 비(非)영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더 믿는다. 그래서 입소문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영화판에 정착했다.

설 대목에 입소문 마케팅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하모니>와 <의형제>이다. 입소문 마케팅에서는 이 두 편의 국산 영화가 판세를 휩쓸고 있다. <하모니>는 ‘영화를 보면서 대성통곡했다’라는 ‘간증’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줄을 잇고 있다. 근래 나온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최루성이 강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김윤진, 나문희 등 연기파 배우의 열연이 스타 남자 배우가 나오지 않는 약점을 커버하고 있다.

<의형제>는 지금 한국에서 티켓 판매 파워가 가장 크다는 얘기를 듣는 송강호와 강동원이 동시에 출연한 첫 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기획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강동원은 가장 비싼 광고모델료를 받을 만큼 소비자 타깃이 분명한 꽃미남 스타이고, 송강호는 <박쥐>나 <밀양> 같은 예술영화에서부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같은 대중영화에 이르기까지 관객을 몰고 다니는 자기 브랜드를 가진 배우이다. 이 영화의 장훈 감독은 전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소지섭과 강지환, 두 남자 배우가 끌고 가는 버디 무비로 데뷔해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장감독이 만든 두 번째 영화 역시 남성 두 명이 끌고 가는 버디 무비이다. 데뷔작으로 호평을 얻은 감독이 두 번째 영화에서 기대 밖 작품으로 악평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장감독은 두 번째 영화에서 전편에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구조를 깔고 사이사이 유머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까지 잘 버무렸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일반 시사회 반응이 좋고 예매율에서도 맥스무비 등 영화 예매 사이트에서 선두를 보이고 있어 <아바타>의 독주를 제압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아바타>의 배급사는 행복하다. 여름 방학까지 아이맥스 관람관과 4D 관람관을 독차지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아직도 관객이 몰리고 있다. 요즘도 <아바타>는 아이맥스 상영관의 경우 2주치 티켓박스가 열리자마자 거의 매진되는 등 흥행 속도가 개봉 두 달 된 영화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새로 개봉하는 외화 블록버스터는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과 <울프맨>이다. 두 영화 모두 ‘뻥’을 구체화시킨 판타지물이지만 가는 길은 다르다. <퍼시 잭슨…>은 판타지 어드벤처물로 12세 이상 관람가로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가족 영화이고 <울프맨>은 신체 훼손과 피를 동반한 액션스릴러물이다.

<울프맨>이라는 이름과 조 존스턴 감독을 떠올린다면 <주만지>나 <쥬라기 공원> 같은 명절용 온 가족 영화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주연 배우가 베니시오 델 토로이고, 안소니 홉킨스와 휴고 위빙이 나온다면 느낌이 달라진다. <씬 시티>나 <체>에 등장했던 베니시오 델 토로의 선 굵은 이미지를 놓고 아동용 블록버스터를 기획하는 제작자는 없을 것이다.

<퍼시 잭슨…> <하늘에서 음식이…> 등 가족 영화도 ‘풍성’

<퍼시 잭슨…>은 <홈 얼론>과 <해리포터> 시리즈를 감독한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자장 안에 들어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릭 라이어던의 동명 소설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Percy Jackson & the Olympians: The Lightning Thief )>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국내에서도 시리즈 10편까지 아동용 소설로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는 고대 그리스의 신, 제우스나 메두사가 현대 도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 이야기는 지난 몇 년 동안 국내에서 1천만권이 넘게 팔릴 정도로 인기 있는 소재여서 영화 흥행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퍼시 잭슨…>처럼 온 가족 관람가 영화로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 있다.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는 반응이 좋았다는 점, 3D 영화라는 점이 흥행 포인트이다. 좀 더 나이가 어린 가족 구성원을 위해서는, 아이들에게는 지명도가 막강한 <원피스 극장판 : 스트롱월드>가 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하늘을 날아다니는 무협 고수가 등장하는 중국 영화 한 편 안 보면 왠지 허전한 팬들에게는 저우룬파가 기다리고 있다. <공자-춘추전국시대>. 화려한 의상과 세트, 대규모 인력 동원 등 최근 몇 년간 선보였던 ‘대륙 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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