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비움’ ‘창조적 소비’가 뜬다
  • 김세원 편집위원 ()
  • 승인 2010.02.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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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미리 보는 2010~11년 트렌드 / 신기술들 속속 출현하면서 ‘후기 정보화 시대 원년’ 이룰 것

▲ 일상을 지배하는 생활 양식은 환경 친화적 아이템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국가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도시 중심으로 변화의 가속도가 붙는 ‘신 중세 시대’일까. 아니면 아이폰과 <아바타> 열풍으로 특징 지워지는 ‘후기 정보화 시대의 원년’일까. 그도 아니면 장기적 안목과 단기적 순발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자만이 살아 남는 ‘적자생존’의 정글일까? 

지난 1월 말 프랑스 트렌드 정보업체 ‘스타일비전’과 국내 트렌드 분석 전문 회사인 PFIN, 한국트렌드연구소가 공동 주최해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제2회 글로벌 트렌드 포럼 ‘인사이트코리아 2010’이 열렸다. 글로벌 금융 위기의 끝자락에서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를 미리 전망해 보는 자리였다.

<트렌드 키워드 2010>의 저자인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는 2010년을 ‘신 중세 시대’로 비유했다. 국가보다는 도시 중심으로 트렌드의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며 메트로폴리스(인구 100만명 이상), 메가시티(인구 1천만명 이상), 메갈로폴리스(메트로폴리스가 띠 모양으로 연달아 들어선 것)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를 중심으로 한 변화가 주목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옵티멈경영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 김준호 소장은 아이폰과 <아바타> 열풍을 예로 들면서 2010년이 ‘후기 정보화 시대의 원년’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는 신기술들에 의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며 특히 한국에서는 이에 대해 빠른 대응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반면,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2010년에는 ‘지속과 실속이라는 대립적 요소 간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요구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김난도 교수는 “2009년도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기였다면 2010년은 월드컵, 아시안게임, G20 등으로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스타일비전’의 주느비에브 플라뱅 대표는 “2010년에 이어 2011년까지 이어지는 메가 트렌드는 ‘효율과 성장’이 아니라 ‘효과와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고 정리했다.

이들 전문가의 전망을 바탕으로 2010년과 2011년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을 관통할 트렌드의 흐름을 주제별로 알아본다.

<2010년 트렌드> 현실을 뛰어넘는 초월성(Above & Beyond Reality) 휴대전화 등 손안의 단말기에 머무르던 디지털 영역이 아이폰처럼 구름 너머의 공간인 ‘웹’과 결합되어 확장되는 ‘클라우드 앤 오버(Cloud & Over)’, 모니터에 휴대전화의 카메라를 갖다 대면 실제 현실에 정보가 추가된 가상 현실이 겹쳐져 인간의 감각이 확장되는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은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게 해준다. 좁은 도시 공간에 살게 된 사람들이 온갖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부어, 작지만 완벽한 나만의 세계를  꾸미는 ‘미니G(Globe)’ 경향도 두드러진다.

경계를 새롭게 짓는 삶(Borderless Life) 텃밭 가꾸기, 재능 기부, 자원봉사 같은 자발적 비(非) 화폐 노동이 증가한다. 벌어들이는 돈의 규모로 가치가 매겨졌던 임금 노동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롭게 등장하는 ‘전환자 세대(Transformer Generation)’는 성이나 나이, 국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토즈’나 ‘민들레 영토’처럼 회의실과 스터디 공간을 전문적으로 임대하는 업체가 출현하고 있다. 또, 타국에서 내국인처럼 살며 관계를 맺는 사람(Insider Blanca)들이 증가하고, 대학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그때그때 공급하는 지식 편의점으로 변모한다.  

인간적인 것들의 회복(Curable Humanity) 디지털 데이터 추적 능력을 기반으로 한 ‘윤리적 로비스트’의 활약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가 급진적으로 투명해진다. 이에 따라 사회적 기업처럼 눈앞의 이익을 비워 더 큰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 이른바 ‘비움의 비즈니스(Less Business)’가 늘어난다. ‘쌩얼’같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As-it Aesthetics)도 더욱 커진다. 

섬세한 감성의 추구(Delicate Feeling) 2010년부터 사람들은 골목의 아기자기하고 정감 어린 분위기와 모든 것이 복제 가능한 세상에서 복제할 수 없는 나만의 체험을 중시하게 된다. 스위치를 누르는 데 따라 건물 외관 구조가 바뀌는 스위치 빌딩이나 슬라이딩 하우스처럼 개인에 맞춤화된 기술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2011년 트렌드> 전통의 재발견 예측을 뛰어넘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재해 속에서 사람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안정한 보호막을 찾고 싶어 한다. 전통은 이러한 혼란에 안정감을 심어주는 적절한 요소이다. 고전적인 것들이 현재의 신기술과 결합되어 새롭게 재창조된다. 오래된 가치나 아름다움은 간직하면서 사용하기는 한층 편리해진 상품들이 인기를 누리게 된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레이디 디오르 백’, 클래식한 디자인의 혼다 ‘EV-N’ 태양열 전기차, 라이카의 D-LUX 4 카메라처럼 복고적 디자인에 신기술을 결합한 디자인 상품들이 뜨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 하찮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재발견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자연의 지배(Natural Governance) 건강 및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생활 양식은 환경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에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재활용 등 진지하고 교조적인 분위기를 유지해왔지만, 현재에는 좀 더 일상적이면서 친근한 주제로 바뀌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글로벌 마켓에서 환경 친화적 아이템은 윤리적이고 딱딱한 주제가 아니라 재미 있는 주제로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패션 브랜드 스텔라매카트니 매장은 야생의 스토리텔링 인테리어로 꾸며 파리지엥을 열광시키고 있으며, 샤넬도 올봄 패션쇼 무대를 헛간으로 꾸며 전원적인 느낌을 극대화했다. 

창조적 소비자(Creative Consumer) 소비자들은 불황기의 각박한 현실에서 일상을 좀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쉽게 변화를 줄 수 있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옵션을 가진 제품들을 선호하게 된다. 일본 디자이너 오지 마사노리는 최근 기다란 식탁 안에 아기용 의자를 넣은 제품을 내놓아 호응을 얻고 있으며, 디자이너 프레드 파루지아와 오라이토는 맥가이버 칼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색조 화장품 팔레트를 내놓았다. 풀무원은 ‘김장 김치 DIY’ 세트를 내놓아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새로운 영토(New Territories) 젊은 소비자들은 진화된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사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반영해 기존에 사용되지 않던 3D 그래픽 디자인이나, 미래적 터치로 돌연변이적 변화를 가미한 스타일이 패션에서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것이다. 클라우딩 컴퓨터와 증강 현실, 초소형 정밀 기술, 인공 센서와 GPS 시스템 등을 활용해 더 작고, 더 조작이 손쉬운 인터페이스테크 제품들이 인기를 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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