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습’ 앞에 속 타는 중국 공산당
  • 조홍래 | 편집위원 ()
  • 승인 2010.02.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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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강화해도 인터넷 보안에 취약…온라인 통한 반정부 시위 걱정

 

ⓒ일러스트 이경국


2008년 9월 어느 날, 중국 인민해방군 인터넷 본부에서 기괴한 일이 일어났다. 한 엔지니어가 정부 지침을 어기고 근무 시간 중에 개인 이메일을 체크했다. 새로 온 메일 중에 ‘국방부’에서 보낸 신년 메시지가 있었다. 직원은 무심코 메일을 열었다. 그 순간 메일 속에 내재된 암호는 중국 중부 도시 뤄양(洛陽)에 있는 해군 부대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몇 분 만에 중국 잠수함에 관한 1급 기밀을 빼갔다. 공산당 기관지는 그해 12월 이 사례를 조그만 기사로 전하면서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런 일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런 류의 보도는 가끔 중국 정부의 선전이나 로비 목적을 위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이를 무심히 보지 않았다. 사이버 스파이 활동에 관한 한 세계의 추종을 불허하는 중국이 역으로 서방의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는 조짐이라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정치 분석가와 인터넷 전문가들은 중국 체제를 흔들고 반체제 인사들을 선동하는 서방의 인터넷 공격에 중국이 떨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주로 미국에 의해 사이버 공격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믿고 있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 체제가 사이버 테러로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의 오렌지 혁명 같은 이변이 중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산당 지도층에 팽배해 있다. 인터넷 때문에 체제가 붕괴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가공할 만한 소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 1월부터 서방에 의한 해킹 사태를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 계기를 만든 것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었다. 그는 미국의 검색 포털사이트 구글(Google)이 중국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해킹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 정부에 이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 매체들은 중국이 오히려 미국이 주도하는 해킹의 피해자라며 힐러리의 요구를 일축했다.

중국의 인터넷 기술은 자타가 인정하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취약하다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단적인 예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시스템이 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훔친 해적판 소프트웨어로 구축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중국의 인터넷 보안 체계가 원천적으로 미국 기술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 보안은 모든 정부의 관심 사항이다. 미국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중국에 비해 더 안전한 보호막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보안 기술에서도 미국에 의존하는 중국은 근본적으로 취약점을 갖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기술에서 미국의 우위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 15년간 안간힘을 썼다. 국민들에게 ‘온라인을 통한 자유와 소통의 혜택’을 주는 문제와 공산당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절대적 필요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말할 것도 없이 체제 유지가 우선이었다. 중국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인터넷을 통해 조직적으로 정보가 유포되어 일어날 수 있는 반정 사태, 나아가 정치 안정을 해치는 사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동안 인터넷에 의한 정보 유통을 방관하던 정부가 2년 전부터 돌연 통제 쪽으로 태도를 바꾸고, 특히 지난 6개월 동안 부쩍 규제를 강화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중국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80%가 해적판인 것도 원인

중국 정부의 새로운 인터넷 정책은 외국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야만 통제와 보호를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영 미디어들의 콘텐츠와 용량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블로그, 비디오, 뉴스가 넘치는 사이버 공간을 완벽하게 정부의 통제 아래에 두는 노력을 계속했다. 동시에 보안 체계도 강화했다. 명분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소요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이었다. 2008년 티베트의 라싸에서 발생한 폭동, 2008년 베이징올림픽 방해 시도, 인권 개선을 위한 1만명 서명 사건 등이 문제 사례로 지적되었다. 민주화를 가장한 이런 반정 활동의 최종 목적은 공산당 타도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시각이다.

공산당 지도층에 가장 충격을 준 사건은 지난해 7월 신장(新疆)성 위구르에서 발생한 소수 민족의 폭동이다. 소수 민족이 한족을 무차별 공격함으로써 발생한 이 소요 사태로 2백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고 1천7백여 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은 중국 근세사에서 최악의 인종 폭동으로 기록되었다. 관영 매체들은 당시 테러리스트, 분리주의자,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위구르 청년들을 선동해 성도(省都) 우루무치에서 한족을 공격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보안 및 선전 담당 관리들은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위구르 폭동의 전말을 보고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주문했다고 익명의 관리가 전했다. 중국 관리들은 지난해 여름 이란에서 발생한 부정 선거 규탄 시위 역시 트위터와 유튜브 등 인터넷 수단을 통한 정보 확산 때문에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인터넷 통신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반정 선동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를 방치할 경우 언젠가는 미국이 중국 공산당을 붕괴시키기 위해 이런 ‘제국주의적 수법’을 동원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월24일자 사설에서 이란 총선 이후의 소요 사태를 분석하면서 미국이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순진한 시민을 선동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란과 신장 사태 이후 중국은 일련의 강경 조치를 취했다. 수천 개의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문자메시지와 콘텐츠에 대한 검열을 강화했다. 앞으로는 인터넷, 전화, 국영 TV 네트워크도 단일 창구로 통합할 예정이다. 이울러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외국 사이트들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 사이트들은 포르노나 해적 행위를 막는다는 구실로 폐쇄된 상태이다. 

지난해 11월에는 3백명의 정부 관리와 기술자들이 모여 사이버 공간의 취약성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중국 공안부의 사이트에 올린 한 훈련 매뉴얼은 ‘정보 보안 면에서 서방이 중국보다 우세한 점은 오래된 현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매뉴얼은 또한 정보 보안 분야의 기술과 제품들이 서방 국가들에 장악됨으로써 중국의 주요 정보 시스템은 적대 세력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생기는 위험성은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운영 시스템의 무단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해적 행위 방지 프로그램을 보급하면서 부각되었다. 중국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5분의 4는 해적 행위에 의해 깔린 것이다. MS의 새 프로그램이 설치되자 수백만 대의 컴퓨터가 다운되어 난리가 났었다. 중국 정부는 당시 국산 컴퓨터와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연구소의 제임스 루이스 소장은 중국이 두 가지 상충되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당국은 외국의 침투에 대비해 성능이 우수한 외국 콘텐츠를 사용하면서 소프트웨어는 국산을 사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서방의 해킹에 중국 지도자들의 신경이 곤두선 것은 확실하다. 이것은 지난해 신장 폭동 때 인터넷 접속을 6개월이나 차단한 데서 엿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 1천9백만명이 문자메시지, 국제 전화, 인트라넷 접속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부작용이 따랐으나 공산당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한다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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