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이겨내야 진정한 영재”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3.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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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임준선
손열음과 김선욱이라는 국내파 피아노 신동을 국제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김대진 한예종 교수는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영재는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말하는 그로부터 음악 영재 교육에 대해 들어보았다.

영재는 있다. 기초가 없어도 연주할 수 있는 학생이 영재이다. 반복된 학습에 의해 표현하는 능력을 익힌 학생은 영재라고 부를 수 없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32번 같은 곡을 어린 학생에게 연습시켜 들어본다. 이 곡은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것으로 그의 인생의 모든 역량을 투입한 곡이다. 꼬마들이 이 곡을 콩쿠르에서 연주한다. 그때 꼬마들이 어떻게 표현하는지 듣는다. 정말 어른처럼 이 곡을 해석해 연주하는 꼬마들이 있다. 이 친구에게 나중에 ‘어떻게 쳤니’ 하고 물어보면 “별 생각이 없이 쳤는데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무의식의 상태에서 연주했음에도 곡의 본질을 즉각적으로 표현해내는 아이들이 영재라고 생각한다.

해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영재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문제가 있다. 콩쿠르라는 것에서 만장일치의 우승자는 드물다. 만장일치로 뽑힌 경우는 김선욱 정도이다. 콩쿠르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에 좋은 구조이다. 음악계 권력과 심사위원의 취향에 따라 우승자가 엉뚱하게 갈릴 수 있다. 때문에 콩쿠르의 심사 결과만 놓고 영재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다. 콩쿠르 이후의 활동까지 놓고 판단해야 한다. 1회성 연주만 놓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콩쿠르로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 성장기의 아이는 슬럼프도 오기 마련이고 그것을 다 겪어야 한다. 한 번 우승했다고 언론에서 갑자기 띄워주면 슬럼프가 올 수도 있다.

영재든 아니든 한 번은 반드시 성장통을 겪는다. 손열음이나 김선욱은 연습량이 누구보다 많았던 제자이다. 8~9년 동안 엄청난 연습을 했고, 기초곡도 아주 많이 다루었다. 어떤 면에서 그 둘은 운이 좋기도 했다. 열음이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욱이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한예종 예비학교에서 만났다. 그 당시만 해도 일반인 사이에 요즘처럼 영재 교육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그런 분위기 덕에 그 아이들은 차분하게 단계별로 공부하면서 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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