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스타 더 많이 키워야”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3.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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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프로농구 정규 리그 우승한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 인터뷰

 

ⓒ시사저널 임영무

울산 모비스가 2009-2010 KCC 프로농구 정규 리그에서 우승했다. 유재학 감독은 2004년 9월, 모비스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벌써 네 번째 정규 리그에서 우승했다. 여섯 번의 시즌 중에 네 번 우승, 1회 챔프전 우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이다. 스타플레이어가 명장으로 변신한, 흔치 않은 경우를 그는 보여주었다.   

유감독은 연세대 재학 시절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날렸고 창단하는 기아팀에 합류해 이듬해 우승을 이끌어낸 뒤 MVP에 올라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정상은 짧았다. 세 번 무릎 수술을 한 뒤 그는 28세에 깜짝 은퇴를 했다. 이후 연세대 코치, 대우증권 창단팀 코치를 거쳐 감독 생활만 14년째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농구 인생을 ‘80~90점’쯤으로 매겼다. 지난 3월10일 농구판의 대표적인 지장으로 꼽히는 유재학 감독을 만났다.

이번 시즌에는 어디까지 예상했나? | 시즌 전에는 6강이 목표였다. 라운드별로 5승씩만 거두면 30승이 되니까. 그러다 2라운드에서 8승 하고, 3라운드에서 7승 하면서 팀 컨디션도 좋고 경기 내용도 좋아서 우승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3라운드에서 어웨이 경기를 15연승이나 한 것도 그렇고.

이번 시즌에 돋보인 선수가 있다면. | 이번 시즌에는 용병이 한 명밖에 뛸 수 없었다. 함지훈이 키가 작은 선수임에도 기복 없이 꾸준히 잘해 주었다.  

6강에 올라온 팀 가운데 어느 팀이 가장 까다롭나? | 6강에 오른 팀과의 이번 시즌 성적은 4승2패, 4승3패 등이다. 모두 까다롭다.

과거 국가대표팀 성적보다 요즘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쳐진다. | 요즘 선수들의 1 대 1 대응 능력이나 슈팅 능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 프로리그에 용병이 들어오면서 장신에 대한 적응력은 높아졌지만, 기본기는 예전 선수가 좋았다. 외곽슛도 이충희나 김현준만한 선수가 없다.

왜 그런가? | 농구에 입문할 때 기본기를 배우는 데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대학 코치를 할 때 다시 기본기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프로 선수 중에도 양손 드리블을 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 어릴 때 기본기보다는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부터 배운 듯하다.

국내 프로리그에 용병을 더 늘려야 한다고 보나? | 용병은 줄여야 한다. 국내 프로농구의 인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토종 스타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유재학표 농구는 어떤 스타일인가? | 타이트한 스타일이다. 모비스는 스타는 없지만 선수들이 설정해놓은 목표에 잘 따라와준다. 특A급 선수가 있었다면 선수들이 안 따라왔을 것이다. 선수들이 자기가 모자라는 것을 아니까 잘 따라온다.

 어떻게 타이트한가? | 팀이 정해놓은 룰을 선수들에게 지켜달라고 강조한다. 개인 연습 시간도 많다. 수비를 강조한다. 이번 시즌에 오더는 12명인데 우지원 선수 같은 고참이 오더에 안 올라갈 때가 있었다. 그런 때도 우선수가 뒤에서 몸을 풀고 있으니까 선수들이 안 따라올 수가 없다.

선수를 다루는 비법이 있나? | 말을 안 듣는 선수는 없다. 단, 심리전을 펴는 선수는 있다. 열정이 안 보이는 선수는 안 보이게 티를 내기 마련이다. 열정 없는 태도는 전체 팀에 영향을 미친다. 그럴 때는 코치에게 면담을 시킨다. 그래도 안 고쳐지면 출전 선수 명단에서 뺀다. 어떤 팀에서는 구단에서 이런 문제에 관여하는데 우리 구단은 이런 일이 절대로 없다. 운영 전권을 나에게 맡기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임직원들이 수도권 경기에는 빠짐 없이 응원을 나오는 등 많은 격려를 해준다. 좋은 구단이다.(웃음)

엄한 스타일인가? |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내가 어렵다고 한다. 빈틈을 안 보이니까. 신상필벌이 확실하다. 지난 2008-2009시즌 정규 리그 우승의 히트 상품이 김현중과 박구영인데 김현중은 임대 선수였다. 김현중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으로 활동을 접었을 때 박구영이 엄청난 역할을 했다. 박구영은 연습 때 열의가 안 보인다고 해서 체육관 밖으로 쫓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선수가 만들어진다. 

스스로를 어떤 성격이라고 생각하는가? | 분명한 편이다. 그렇다고 독불장군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농구에서 10명의 단장을 모셨다. 내가 고집이 셌다면 이렇게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한눈 안 팔고 그냥 가는 스타일이다.

경기에서 만 가지 수를 낸다고 해서 만수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 미리 앞을 내다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국내 리그는 아홉 개 팀만 상대하면 된다. 선수도 뻔하고, 그래서 전술 대비는 어렵지 않다. 전략보다는 내가 가진 자원(선수)으로 어떤 농구를 하자고 생각한다. 나는 순간적인 판단력이 빠른 편이다. 농구라는 종목이 내게 맞는다. 내가 포인트가드 역할을 했지만, 어시스트는 미리 생각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판단이다. 

유명 선수를 스카우트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 나도 특A급 선수가 좋다. 그런데 드래프트 운이 없다. 한 번도 1순위에 뽑힌 적이 없다. 또, 다른 팀이 선수 교환을 하자고 해도 우리 팀 선수를 탐내지 않는다.(웃음) 트레이드가 가장 없는 팀이 모비스이다. 그래서 그냥 받는 선수도 있었다. 박종천, 우승연, 김현중이 그런 예이다. 그런데 이 선수들이 우리 팀에 와서 다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우승을 끌어냈다. 그저 그런 선수도 모비스에 오면 달라진다. 배고픈 선수들이 괄시받다가 모비스에 오면 눈에 불을 켠다. 이번 시즌 MVP로 뽑힌 함지훈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10순위로 뽑은 선수이다. 

모비스 감독으로만 정규 리그에서 4번이나 우승했지만 단기전에 약한 것 같은데. | 한국이 중국하고 경기를 해서 과거에 이긴 적이 있었다. 만약 5전 3선승제라면 졌을 것이다. 농구는 키이다. 단신 팀은 자원에서 딸린다.

농구가 힘든 적은 없었나? | 한 번도 없었다. 재미있어서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맞으면서 농구한 적이 없었다. 대학 1, 2학년 때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그것은 농구 때문이 아니라 선배들의 ‘집합’ 때문이었다.  

 농구 말고 취미는 없나? | 다른 운동은 별로 잘하는 것이 없다. 골프도 당구도. 낚시를 좋아한다. 손맛은 민물낚시가 최고이다.

가족 관계는. | 기러기 생활 8년차이다. 아들은 미국에서 UC샌디에고 대학 1학년이고, 딸은 고등학생이다.

왜 미국으로 보냈나? |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집에 갔는데 집사람이 우유곽으로 주사위를 만들고 있더라. 아이 숙제를 부모가 안 도와주면 못하는 것을 학교에서 시키더라. 애들은 뛰어놀아야 하는데. 그래서 친척이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아이들을 보냈다.

향후 계획은? | 내가 미리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당장은 통합 챔프 우승을 몇 번 더 하고 싶다. 3년 계약해서 성적 좋으면 재계약하는 것이고. 14년 동안 한 번도 못 쉰 것은 좀 아쉽다. 나중에는 어린이 농구 교실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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