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협력사’의 급성장, 대표님의 ‘협력’ 덕?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3.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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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협력업체 경인엔지니어링, 5년 만에 60배 성장해 주목…박인수 대표 “우리가 역차별당하고 있다”

 

▲ 협력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울산 현대중공업 현장.


현대중공업은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협력사 문제에 관한 한 ‘깨끗한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해 초 조선업계 불황에도 중소 협력업체에 2천3백50억원 규모의 상생 자금을 지원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재계의 고질병인, 협력업체들에 대한 부품 단가 깎기 관행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현대중공업과 관련해 최근 한 협력업체가 주목되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협력업체로 지정된 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 박인수씨는 한때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인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통합21의 맴버로 활동한 인사이다. 이른바 ‘정몽준계’로 분류되는 정치인도 주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당사자나 현대중공업측은 부인하지만 ‘정몽준 대표가 뒤를 봐준 것이 아니냐’라는 곱지 않은 시각이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대표측은 이런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 대표비서실 홍윤오 부실장은 “(정대표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다. 현재는 지분만 보유하고 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우리 말고 현대중공업에 물어보라”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홍보실 관계자는 “인맥을 이용해 협력사 매출을 밀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경인엔지니어링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 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협력업체 대표가 조선업 출신이 아니라 은행 지점장 출신이라는 점, 공장 준공과 함께 현대삼호중공업 협력업체에 등록되었다는 점 때문에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회사는 전남 영암군 대불공단에 위치한 ‘경인엔지니어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8월 설립되었다. 2004년 2월 공장을 준공했고, 5월에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협력업체에 등록되었다. 이 회사는 협력업체 등록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설립 첫해 10억5천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이듬해에는 52억원으로 늘어났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로 편입된 2008년에는 2백억원으로, 4년 사이에 20배 정도 외형이 커졌다. 경인엔지니어링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6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산술적으로 보면 5년 사이에 60배라는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2003년 시작된 조선업 활황으로 모든 협력업체들의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라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박인수 경인엔지니어링 대표는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다른 조선소에도 제품을 납품했다. 삼호중공업으로부터 특혜를 입었다는 지적은 말이 안 된다”라고 해명했다.

경인엔지니어링측 “정치적 유언비어에 강력 대응할 것”  

▲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위)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경인엔지니어링의 뒤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 임영무

그는 오히려 이같은 의혹으로 회사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대표는 “관련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럴 때마다 현대중공업에서 더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과는 무관함에도 관련 루머가 흘러나오면서 그동안 적지 않게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이다. 그는 이어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는 오히려 한 기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특혜 주었다’는 등의 정치적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향후 강하게 대응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경인엔지니어링의 ‘최근 2년간 매출처별 세금 내역’에 따르면, 업체별 거래 규모가 1억원 안팎이다. 그나마 매출 비중이 높은 ㅅ사도 한 해 10억원 안팎에 그쳤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에서만 지난 2008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당 꾸준히 매출 30억원 안팎을 올렸다. 한 해 매출의 절반을 이 회사에 의존한 것이다. 지난 2008년 4분기부터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도 등록되면서 매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된다. 2009년 상반기에만 92억원의 매출을 현대중공업과의 거래에서 거두었다. 현대삼호중공업 매출까지 합하면 1백10억원을 넘는다. 하반기에 얼마의 매출을 올렸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1월, 전북 군산에 5백억원을 들여 JY중공업을 설립했다. 선체 블록을 제작하는 이 회사 역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최대 협력업체이다. 박인수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산 공장에서만) 연 매출 1천억원을 실현할 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박대표는 회사 설립 직전인 2002년까지 광주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지점장을 그만두자마자 정몽준 대표가 창당한 국민통합21의 맴버로 활동하다가 그 이듬해에 경인엔지니어링을 차렸다.

정몽준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문일 한나라당 담양·곡성·구례 당협위원장도 경인엔지니어링 주주로 참여했었다. 그는 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으로, 정몽준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을 가르친 ‘테니스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4년 4월 총선 때는 국민통합21의 비례대표 4번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출판기념회를 갖고 한나라당 전남지사 후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김위원장은 이미 현대중공업 경비 협력업체인 현우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문일 위원장은 “그런 식으로 엮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위원장은 “그쪽(경인엔지니어링)에서 먼저 투자 제의가 왔다. 투자 차원에서 참여했다. 하지만 2007년에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았다”라고 해명했다.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경인엔지니어링이 요즘 무리한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혜가 있었다면 회사가 어려움을 겪도록 가만히 두겠느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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