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지 않은 ‘약탈 문화재’ 더 있다
  • 이진명 | 리옹3대학 교수(한국학) ()
  • 승인 2010.03.30 16: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인 한국 문화재 관련 추가 목록 발견

 

▲ ‘COLLECTION COREENNE’라는 제목의 한국 문화재 관련 목록이 담긴 문서(맨 위)와 목록에 기록된 문화재들.


지난 3월18일 프랑스 리옹3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이진명 교수가, 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약탈해 가서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와 관련한 추가 목록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이교수가 <시사저널>에 글을 보내왔다. 이교수는 이번에 처음 확인된 대리석판 3개와 옥책 1권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프랑스 정부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확인 요청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목록 표지의 제목은 ‘한국 컬렉션(COLLECTION COREENNE)’. 종이에 타자기로 타자를 해서 잘라 붙인 것으로 보아 훗날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는 이 도서 목록은 1867년쯤 당시 프랑스 황립도서관에서 작성해 로즈 제독(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 해군사령관)에게 준 것으로, 로즈 제독의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문서의 복사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의 필사본이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동양필사본부에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목록은 표지 외에 21쪽의 필사본이다. 1~19쪽에 의궤 2백97권, 20~21쪽에는 인쇄본(3백40 - 2백97 = 43권)에 관한 자세한 서지 사항이 기록되어 있다. 19세기 중엽 당시 정성을 들여 단정한 글씨체로 쓴 문서이다. 이 목록에 나와 있는 책의 제목은 한자의 중국식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목록에는 아직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의 도서 열람 번호(청구 기호)가 부여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도서 열람 번호는 이 목록이 작성된 뒤 부여되었다. 모리스 쿠랑의 기념비적인 저서 <조선서지>(1894~1896년, 전 3권, 증보 제4권 1901년)에 기록된 외규장각 의궤 및 인쇄본에는 BNF 도서 열람 번호가 기록되어 있으므로, 열람 번호는 1867~1893년 사이에 부여되었음이 틀림없다. 지도나 족자, 대리석판, 옥책은 서적이 아니므로 <조선서지>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로즈 제독이 강화도에서 위원회를 구성한 후, 자료를 모아서 1866년 10월20일 목록까지 만들어 물품과 함께 프랑스 파리 해군성에 보낸 것을, 해군성에서 이듬해(1867년) 1월에 파리 황립도서관(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넘겨주었다. 이들 도서와 물품을 전달받은 황립도서관은, 중국어를 잘하는 중국 도서 담당 사서를 시켜 상세한 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는 타자기도 없던 시절이므로, 정성을 들여 필사했는데, 2부 이상을 작성해 1부는 도서관용으로 도서관에 두었을 것이고, 1부는 이들 자료를 제공한 로즈 제독에게 증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목록의  큰 의미는 이제까지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대리석판 3개와 옥책 1개가 목록에 나와 있으므로, 이것들이 파리 국립도서관(BNF)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물건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로즈 제독이 강화도에서 작성한 목록에는 대리석판 3개와 옥책 3개가 들어 있는데, BNF에 넘겨준 서적 목록에는 옥책 2점이 모자란다. 이는 로즈 제독이 강화에서 서적을 해군성 대신에게 보내면서, 보고서에서 1개는 나폴레옹 3세 황제에게, 또 한 개는 대군성 대신에게 증정한다고 했으므로, BNF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리석판 3개·옥책 1권 등 행방에 ‘실마리’…‘소재 확인’ 당당히 요구해야

또 다른  의미는 현재까지 이처럼 공식적이면서, 현물을  놓고 일목요연하게, BNF가 수령한 외규장각 도서와 물품의 목록이 없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20여 년 동안 학자들이 모리스 구랑의 <한국서지>(3권, 1894~1895년; 제4권 1901년)와 BNF의 도서 열람 카드(도서 번호 또는 청구 기호) 등을 가지고 재구성을 시도했는데, 이미 재구성된 목록을 재확인해주는 것이다. 대리석판 3개와 옥책 1개가 BNF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면 BNF의 동전-메달-판화부에 있을 것이다. 이를 본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이의 실체 확인을 요청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의미는, 이러한 목록이 있으므로, 이제부터는 한국의 외교부나 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시민단체가 외규장각 도서 2백97권만 거론할 것이 아니라, 이 목록을 제시하면서 이 목록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이라고만 하면 되는 결정적인 문건이다. 프랑스어 문건이므로, 프랑스측에 보일 때는 번역도 필요 없고, 프랑스측에서 오해할 여지도 없다.

2002년 한국 전문가 5명이 2차에 걸쳐 프랑스의 BNF에 와서 외규장각 의궤를 실사했다. 그 보고서를 외교통상부가 2004년 4월에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외규장각 의궤 조사 연구>(총 7백19쪽)를 책자로 발간했다. 따라서 이번에 공개하는 이 목록을 통해, 대리석판 3개와 옥책 1권도 BNF에 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 물건들의 실체만 파악되면, 외규장각에서 온 것으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서적과 물품의 파악은 종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 황립도서관에서 작성한 목록에는 없고, 강화도에서 작성한 로즈 제목의 목록에 나와 있는 것은 투구가 달린 갑옷 3점과 가면 1점이다. 동양필사본부에는 한국 가면이 여러 점 있다. 그중 하나가 강화도에서 온 것은 아닐까? 갑옷은 앵발리드 군사박물관에 있을 법한데, 수소문해보고, 물어도 보았지만 소재를 알 수 없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메달·판화부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위의 대리석판 3개와 옥책 1권은 아직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므로 도서관은 그것들을 계속 숨기고 있는 셈인데, 도서관 관계자들 스스로 그런 것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것을 폐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물건들은 계속 숨겨진 채로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한국 정부가 공문을 보내서 프랑스에 소재를  확인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면 도서관 관계자들은 보존 사실을 확인해주고, 감추고 있어야 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영구 대여인가, 반환인가는 정부 간에 해결할 문제이고, 그런 것을 떠나서, 그런 자료의 이용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