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검증’ 없이 ‘이론’은 완성되지 않는다
  • 김규태 | 동아사이언스 기자 ()
  • 승인 2010.04.0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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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물리 단위를 하나의 단위로 변환할 수 있다는 ‘제로존’ 가설, 발표하자마자 비판도 이어져

 

▲ ‘제로존’을 설명하는 양동봉 원장(왼쪽)과 오류를 지적하는 조동현 교수(오른쪽).

 

지난 3월30일 오후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는 이색적인 과학 토론회가 열렸다. 질량·시간·길이·온도 등 자연을 측정하는 7가지 기본 단위를 모두 통합했다는 혁신적인 물리학인 ‘제로존 이론’에 대한 토론회이다.

이 이론은 7가지 물리적 단위를 모두 ‘1’로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의 주창자인 양동봉 표준반양자물리연구원 원장은 물리 단위를 변환하는 과정을 ‘큐닛(Qunit)’이라고 말한다. 모두 1로 바뀌면서 시간의 초, 질량의 kg, 거리의 m 같은 단위가 사라진다. 일단 변환이 되면 다른 단위끼리 덧셈·뺄셈이 가능해 물리학에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만일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E=MC²’이라는 상대성 이론으로 질량과 에너지 간의 교환을 증명했던 아인슈타인을 뛰어넘는다.

이에 대해 물리학계에서는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토론회의 패널로 나선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제로존 이론처럼 단위를 해당 분야의 계산 편이를 위해 적정한 크기를 ‘1’로 바꾸는 시도, 규격화하려는 것은 많이 있었지만 이런 변환을 한 뒤 계산할 때 다른 단위가 섞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즉, 제로존 이론이 단위를 새로운 척도로 바꾼 것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그 다음에 임의대로 계산을 해나가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또한 ‘학술지에 실렸다’라는 주장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제로존 이론이 실린 <CODATA 데이터 사이언스 저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학 인용 색인(SCI)에 포함되는 저널은 아니다. 특히 ‘과학기술 데이터와 데이터베이스의 관리에 대한 논문’을 다루는 온라인 저널로 물리학 논문이 게재되는 곳은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양원장이 실은 논문은 혁신적인 부분인 다른 차원 간의 덧셈과 뺄셈 부분에 대한 증명은 없고, 단위의 척도를 변환하는 과정만 다루고 있다고 비판받았다.

상대성 이론도 100년간 검증 끝에 위대성 인정받아

과학계에서는 많은 새로운 가설과 이론이 등장한다. 어떤 경우는 정치·사회적인 목적으로 인해서 핍박을 받기도 하고 당시의 이론으로서는 설명이 되지 못하다가 추후에 증명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차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실험·관찰의 가정을 통해서 이론이 입증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제로존 이론보다 하등해 보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100년이 다 되도록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이론의 위대성을 인정받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우주를 중력의 시공간으로 풀어낸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제시했다. 상대성 이론은 최근에도 다시 검증을 통과했고, 그 결과가 지난달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태양계가 아니라 광대한 우주에서도 설명력을 갖는다는 내용이다. 

보통 자신의 가설을 들어주지 많으면 ‘기득권 세력의 탄압’이라고 얘기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제로존 이론이 정말로 혁신적인 이론이라면 ‘검증’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여러 가지 핑계에 가까운 보조 가설을 들이밀면서 빠져가는 등의 임시 방편식이라면 그것은 ‘과학 이론’으로서 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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