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고 보태고 합쳐서…‘산업 융합 기술’이 몰려온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04.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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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미래 기술도 빠른 속도로 진화…유비쿼터스 헬스케어·홈 로봇 등 상용화 ‘눈앞’

 

▲ 4월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0 지식경제 R&D 성과 전시회에서 유치원생들이 로봇을 관람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딜로이트컨설팅은 ‘신 융합 산업 전략’ 연구 용역을 맡아 3개월간 조사한 보고서를 최근 지식경제부에 제출했다. 딜로이트컨설팅은 현대 소비자의 욕구를 네 가지로 분류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는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켰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이 가속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 환경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메가시티)가 늘어나면서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 공간을 추구하는 욕구가 커졌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즐거움과 문화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라는 것이다. 미래 기술 전문가들은 이들 네 가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산업 융합 테마가 경기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켜줄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저널>은 어떤 산업 융합 테마가 각광받고 있으며, 해당하는 산업 융합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를 짚어보았다.

가정주부 김향순씨(56)는 최근 하지정맥수술을 받고 부쩍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씨는 시골 마을에 사는지라 병원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씨처럼 병원 가기가 여의치 않은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혼자서 손쉽게 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현장 진단 의료 기기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나노엔텍은 지난해 11월 현장 진단 의료 기기인 ‘프렌드’를 개발했다. ‘프렌드’는 손끝에서 뽑은 혈액 한 방울을 진단 키트에 떨어뜨리면 갖가지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 진단 키트의 핵심 기술은 ‘랩온어칩’이다. 손톱만한 크기의 칩에 반도체, 나노, 생명공학 기술을 융합해 질병 유무를 진단할 수 있게 했다. 칩이 들어간 진단 키트 한 장만 갈아끼우면 온갖 질병을 검진해볼 수 있다. 지금은 병원과 연구소에서만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2~3년 안에는 일반 가정에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 가정에서 프렌드를 통해 진단한 내용을 무선으로 담당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진단·분석한 내용을 알려준다. 이른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산업이다. 장준근 나노엔텍 대표이사는 “개인이 가정에서 질병을 진단하게 되면 환자는 적은 돈으로 병을 진단할 수 있고, 의사는 적은 노력으로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건강보험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로봇 기술과 정보기술 융합해 로봇 활용도 높아질 것

▲ 혈액 한 방울로 가정에서도 각종 질환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 진단 의료 기기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질병 진단과 함께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도 융합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바이오와 나노 기술을 융합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하 바이오융합연구소에서는 개별 환자의 질병과 유전 정보를 반영한 지표, 즉 생체 표지자를 활용해 신약을 한창 개발하고 있다. 생체 표지자는 질병의 발생이나 생리 상태를 평가하는 정량적 지표를 말한다. 장기 이식 환자의 경우 개인별로 약물 반응 차이가 크므로 생체 표지자를 임상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상업화가 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자’라는 웰니스(wellness) 산업도 융합 기술에 기초한다. 신체 건강에 중점을 둔 웰니스는 뇌를 바꾸는 운동 혁명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뇌 기능의 노화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딜로이트컨설팅은 ‘인지력 향상 서비스’를 차세대 사업 모델로 꼽는다. 이 서비스는 메가스터디의 서비스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억력·집중력·인지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유지·보수하는 컨설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가 크게 늘어나면서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 공간에 대한 욕구도 덩달아 커졌다. 복잡한 도시를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지능형 융합 교통망과 개인 생활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지능형 로봇 산업이 각광받는다. 국내 로봇 기술은 일본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이다. 현재 개발된 로봇은 오락용이나 교육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페에서 서빙하는 안내 서빙 로봇과 화재 진압에 동원되어 불을 끄는 로봇이 개발되어 있다. 하수관이나 물속 검사, 청소 및 유지·보수를 위한 로봇도 일부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10년째 로봇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국내 지능형 로봇 분야 벤처 1호 기업인 로보티즈는 로봇 키트(블록) 조립을 통해 창의력 향상을 도모하는 교육용 로봇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이사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향후 10년 뒤에는 로봇이 컴퓨터를 대체할 정도로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을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로봇 기술이 한 단계 성장하려면 정보기술(IT)이 융합되어야 한다. 개인이 소장한 로봇마다 새로 학습된 내용이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어야 로봇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 아이폰에 올라온 어플리케이션을 서로 공유해 하드웨어 활용도를 높이는 것과 비슷하다. 즉, 로봇을 개발한 회사의 지식 데이터베이스에 누군가가 새 학습 내용을 올리면 무선으로 로봇에게 다운로드가 된다. 다양한 소비자들이 자신의 로봇에게 익힌 기술을 공유하면서 로봇이 갖고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게 많아지고 로봇의 지능은 향상된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 오염의 심각성은 지속 가능한 사회 환경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욕구도 증대시켰다. 친환경 융합 소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지능형 에코 빌딩, 전기 자동차, 나노 스마트 배터리 산업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제로 에너지 솔라 하우스가 대표적 사례이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슈퍼 단열 외피 시스템, 하이브리드 환기 배열 회수 시스템이 융합한 기술로, 적은 비용으로 소비 에너지의 85% 이상을 자립할 수 있는 주택 기술이 개발되었다. 그린스마트 시스템연구소에서는 ‘지능형 전력망’을 개발해 전력 공급을 최적화했다. 전기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값싼 전기가 생산되는 시간을 알려주고 이를 유도하는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MEA(막전극접합체)를 개발해 연료전지를 상용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MEA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을 거쳐 실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핵심 부품으로 고어, 3M, 듀퐁 같은 세계적인 거대 기업만 양산 기술을 확보해놓은 상태이다. 

 

▲ 2010 지식경제 R&D 성과 전시회에 전시된 무안경 입체 동영상 광고 시스템. 허공으로 돌출된 입체 대상물에 손을 대면 화면이 움직이는 신기술이다. ⓒ코디비젼 제공

 

마지막으로 개인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욕구로 인해 체감형 가상 학습과 움직이는 디스플레이, 미디어 융합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디지로그북(Digilog Book)은 책의 내용을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으며 소리로도 들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전자책이다. 책 내용을 읽기만 하는 기존 종이책이나 전자책(e북)과 달리 정보를 시각·청각·촉각을 통해 받아들이게 된다. 4D 극장과 유사하다. 무안경 입체 동영상 광고 시스템도 지난 2월부터 사업화를 시작했다. 벤처기업 포디비전은 입체 디스플레이 제어를 위해 동작 인식에 기반한 비접촉식 가상 마우스 겸 리모트 콘트롤 시스템을 개발했다. 안경 없이 입체 모니터 전면에서 허공으로 돌출된 입체 대상물을 마우스를 사용하듯이 손으로 터치하면 카메라가 이를 인식해 PC와 미디어 기기가 반응하는 기술이다.

지난 3월25일 출시되자마자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1위에 오른 ‘스캔서치’ 서비스도 스마트폰 유저들을 열광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스캔서치를 개발한 올라웍스는 영상 인식 기술에 증강 현실 프로그램을 융합해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나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카메라로 거리를 비추면 주변에 있는 상점 정보와 각종 웹사이트 정보를 알려준다.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결합한 ‘포스퀘어(foursquare)’ 서비스는 특정 장소에 등록된 유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산업 융합이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낮은 가격이나 높은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없는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 한국 경제가 산업 융합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결과이다. 지식경제부는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겠다며 지난 3월26일, 산업융합촉진법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제도 미비나 규제 장벽 탓에 사업이 지연되거나 상업화에 실패하는 피해 사례를 막겠다는 취지이다. 한국은 미국, EU, 일본에 비해 6년 가까이 늦게 산업 융합 기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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