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북한 개입 여부 놓고 전문가들 뜨거운 논쟁
  • 소준섭 | 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0.04.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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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 ‘한국 군함 침몰 시나리오’ 등 집중 보도…서해 한·미 합동 훈련에 촉각 곤두세우기도

 

▲ 2009년 4월 중국 칭다오 앞바다를 항해 중인 중국 해군 528 전함과 핼리콥터. ⓒ연합뉴스


서해에서 일어난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중국도 촉각을 곤두세운 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한 미군이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개념에 따라 동북아 지역군(regional force)으로 역할 변경을 시도할 때부터 중국은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다. 즉, 중국 입장에서는 기존에 북한을 겨냥해 경기도 동두천을 비롯한 휴전선 근처에 육군 중심으로 배치되었던 주한 미군이 향후 해군 및 공군력을 중심으로 중국을 겨냥해 평택을 비롯한 서해안 쪽으로 배치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해 분쟁 역사부터 관련 동영상까지 상세히 소개

중국은 예를 들어 평택이나 오산기지에서 발진한 미군 폭격기들이 공중 급유도 필요 없이 중국의 대도시를 폭격하고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염려했다. 중국은 한·미 양국군이 서해에서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신화통신은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한 뒤 ‘한국 군함 침몰의 N가지 시나리오’ 등 계속해서 관련 기사를 내보내며 상세히 전하고 있다. 인민일보 역시 인터넷판에 천안함 침몰 관련 핫이슈 특집란을 마련해 남북한의 서해 분쟁 역사부터 관련 동영상까지 소개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개입 여부를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팡중잉(龐中英) 인민대학 교수는 북한 군부가 주도적으로 공격해 한국 군함을 침몰시켰을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팡 교수는 남북한의 군사력 차이가 매우 크며 북한이 현재 개방과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일어난 해역은 서해의 남북 경계선 부근으로 남북 양측이 모두 이 지역에 기뢰를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군함이 기뢰와 접촉해 침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숭샤오쥔(宋曉軍) CCTV 특약 군사평론가 역시 천안함 침몰은 자체 사고일 것이고, 군함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며 한국측도 레이더에서 북한 어뢰의 신호를 정탐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주펑(朱鋒) 베이징 대학 국제전략연구센터 부주임 교수는 이 사건이 십중팔구 북한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천안함 사건이 밤 9시가 넘은 시각에 발생했다며 기습 행동은 일반적으로 모두 야간에 일어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현재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강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을 대단히 불만스러워 하는 평양이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련의 격렬한 행동을 취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한편, 기뢰 폭발을 침몰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량룽춘(梁永春) ‘중국의 소리’ 군사옵서버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그에 따르면, 기뢰 자체는 동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작전을 전개할 때 해협이나 항구 밖 혹은 일련의 고정된 항도 등 일반적으로 좁다란 곳이나 봉쇄형의 수로에 배치되어야 비로소 왕래하는 배에 봉쇄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개방형 해역으로서 이런 해역은 기뢰 작전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는 누가 이러한 해역에 기뢰를 배치하든 적함에 명중시킬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우며, 만약 기뢰에 의해 침몰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군함이나 공군기에 의해 이 해역에 배치되어야 했을 것인데 사고 지역은 남북의 분쟁 지역으로서 한국이 줄곧 감시를 하던 곳이라며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군측에서도 부근 해역에서 북한 혹은 다른 국가의 군함이나 공군기의 활동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을 들어, 그는 군함이 기뢰에 함미 부분이 피격되어 침몰했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주장했다.  

 타이완 긴급회의, 왜?

타이완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례적일 정도로 대응이 빨랐다. 천안함이 침몰한 3월26일, 마잉주(馬英九) 타이완 총통은 안보 책임자들과 긴급회의를 가졌다. 타이완 유력지 중국시보는 “침몰 사고가 일어나자 타이완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두고 논의했다”라고 보도했다. 마잉주 총통은 전군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는 등 안보 체제를 가동시켰다. 당시 태평양 여섯 개 도서 국가를 순방 중이던 마잉주 총통은 팔라우에 머무르고 있었다.

최근 국내에 상주하는 외신 가운데 일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타이완의 조치를 의아해했다고 한다.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난 서해교전 때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타이완이 이번 천안함 사고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타이완이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포착했던 것이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왔던 이유이다. 실제로 일부 외신기자들의 경우 타이완의 움직임이 중국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취재에 들어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련설이 나온 출발점은 한·미 독수리 훈련이다. 중국 해군에게 서해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베이징과 텐진을 방어하는 북해함대와 상하이와 타이완 해협을 무대로 하는 동해함대의 작전 지역이 서해이다. 천안함이 침몰한 3월26일에는 독수리 훈련을 위해 미 해군 이지스함 두 척이 서해에서 해상 훈련을 하고 있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코앞에 미 군함이 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천안함 사고와 어떤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추론이 중국 관련설의 내용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단지 ‘설’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신기자는 “타이완의 움직임 때문에 중국과 이번 사건의 직·간접적인 관계를 따져보는 정도이다. 이번 사건을 중국과 연관 짓는 데는 무리가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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