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 성 부른’ 아이, 이렇게 알아본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4.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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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연령 100명 중 3명 이내로 작으면 ‘저성장’…병원 찾아 검사받아야

키가 1백41㎝로 저성장 판정을 받은 김미정양(가명·16)은 아홉 살이던 2003년 병원을 찾았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 부모의 키는 각각 1백66㎝와 1백56㎝이다. 당시 염색체와 성장호르몬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연평균 성장 속도가 4㎝ 미만으로 나타나 의사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권유했다. 부모는 아이를 치료하지 않고 지내다가 지난해 11월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당시 키는 1백45㎝였고, 초경이 3년 전에 있었으며 이미 성장판까지 닫혀 있어서 치료가 어려운 상태이다.

성장 치료는 시기가 중요하다. 빠를수록 좋으며 사춘기가 끝나기 전에 받아야 한다. 그 이후에는 성장판이 닫혀 치료 효과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부모는 매년 아이의 키와 체중을 기록하면서 또래와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래보다 작으면 취학 전에 전반적인 신체 검사를 받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된다. 채현욱 연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같은 연령 100명 가운데 3명 이내로 작은 경우, 1년에 4~4.5㎝ 이하로 자라는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장판 검사, 혈액 검사, 호르몬 검사 등을 시행한 후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정밀 검사를 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태어날 때부터 작은 아이가 있다. 키가 45㎝ 미만이거나 체중이 2.5kg인 경우를 자궁 내 성장 지연이라고 한다. 태아 자체의 결함, 태반 부전, 산모의 질환, 산모의 영양 불량 등이 원인이다. 이 중 90%는 만 2세까지 정상 신장 범위에 속한다. 10%는 지속적인 성장 장애를 보이므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잘 먹여야 잘 큰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유전 다음으로 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영양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장기에 칼슘, 철, 아연 등이 부족하면 키 크는 데에 자주 문제가 발생한다. 또, 매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아이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다. 이 약은 식욕을 떨어뜨려 결국 영양 부족으로 인한 성장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기성군(가명·17)이 영양 부족으로 키가 크지 않은 사례이다. 1백61㎝인 이군은 올해 초 병원을 찾았다. 부모의 키는 각 1백69㎝와 1백58㎝이다. 또래 100명 중 3번째 이내에 해당하는 저성장으로 판정 났다. 검사 결과, 어릴 때 심한 아토피를 앓으면서 영양 섭취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성장판도 거의 닫힌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치료가 어렵다. 아이가 유난히 작으면서 변비가 있고 행동이 둔하면 갑상선호르몬 결핍을 의심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은 성장판의 연골세포를 증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신부전, 심장병, 천식, 습진 등 거의 모든 만성 질환은 성장 장애를 동반한다. 또, 연골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연골 무형성증이나 연골 저형성증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사춘기 시작 시점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사춘기가 너무 일찍 시작하거나 너무 늦어도 문제이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하면 성조숙증이 생긴다. 여자아이가 만 8세 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만 9년6개월 이전에 초경을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고환 크기가 4ml(어른 중지 끝마디 크기) 이상이면 성조숙증이다. 왕성하게 분비되는 성호르몬이 성장판을 일찍 닫는 역할을 해서 성장이 빨리 멈춘다. 반대로 사춘기가 오지 않거나 정상적으로 사춘기가 시작되었지만 유난히 키가 작거나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아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 여자아이가 만 13세가 지나서도 가슴이 크지 않거나 만 15세까지 초경이 없을 경우가 해당된다. 남자아이는 만 14세 이후에도 음모나 겨드랑이 털 등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이다. 성전 자극 호르몬 결핍증이나 터너(turner)증후군 등으로 성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 7세 남자아이 손목의 긴 뼈 사이사이에 성장판이 뚜렷이 보인다. 17세 남자아이의 어깨뼈에는 희미한 선으로 보일 정도로 성장판이 닫혀 있다.    ⓒ 연세세브란스병원제공

저성장 판정받으면 성장호르몬제로 치료 가능

병원에 가면 뼈 나이 측정, 혈액 검사, 성장호르몬 검사, 방사선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우선, 뼈 나이를 측정해서 실제 연령보다 어리면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다. 뼈 나이는 오른손잡이는 왼쪽 손목이나 왼쪽 어깨에 방사선 사진을 찍는다. 갑상선 기능, 성장호르몬 분비 정도(IGF-1), 영양 상태 등은 혈액 검사로 알 수 있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성선 자극 호르몬과 성호르몬 검사를 받는다. 키가 작은 여자아이는 터너증후군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염색체 검사도 받아야 한다. 키가 매년 4~4.5㎝ 미만으로 자라면 성장호르몬이 부족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성장호르몬 부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1박2일 입원해 성장호르몬 자극검사를 받는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가능성이 크거나 뇌 병변(종양, 선천성 기형)이 의심되면 방사선 검사도 받는다. 아이가 충분한 영양과 수면을 취하고 있는데도 잘 자라지 않는다면 척추나 몸의 정렬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아이 척추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키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전체 골격 구조를 바로잡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다양한 검사로 저성장 판정을 받으면 의사와 상의해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성장호르몬제는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담당 간호사로부터 교육을 받아 부모가 1주에 6회 주사로 투여한다. 성장호르몬은 밤에 자는 동안 많이 분비되므로 잠들기 30분 전에 주사한다. 주사 부위는 양팔, 다리 바깥쪽, 엉덩이 등으로 이 부위에는 중요 기관이 없고 큰 혈관과 신경을 다칠 일이 없다.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장은 “치료는 어린 나이에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며 3년 이상 치료하면서 성장 정도를 평가한다. 성장판이 닫힌 경우에는 성장호르몬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성장호르몬으로도 더 이상 키가 클 수 없을 때 수술로 다리뼈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뼈를 늘릴 부위에 막대 모양의 금속제 고정 기구(일리자로프)를 장착하고 약 1주일 뒤 하루에 1mm씩 늘리는 것으로 보통 한 달에 0.5~1㎝ 정도 늘려 6~12개월에 6㎝ 정도를 늘릴 수 있다. 신경, 혈관 손상, 수술 부위 염증과 통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한 다리가 짧을 때, 유전적으로 뼈가 휘었을 때, 연골 무형성증 환자가 골절의 후유증이 있을 때에만 시행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개봉박두’ 먹는 키 크는 약

현재까지 성장호르몬제로는 주사제가 유일하다. 일부 먹는 호르몬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다. 향후에는 먹는 성장 촉진제가 나올 것 같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실험용 쥐에 펩타이드를 닷새 동안 주입한 뒤 대퇴부 뼈 길이를 측정했더니 다른 쥐보다 하루 평균 64㎛씩 길어졌다. 연골세포는 3배 정도 커지면서 성장판도 12%나 길어졌다. 펩타이드는 돼지껍데기나 닭발에 있는 콜라겐이라는 성분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콜라겐 자체는 뼈 성장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 장애라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박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람에게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특허 출원 중이며 향후 커피믹스처럼 분말 형태로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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