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올린 ‘4대강호’ 잘 달릴까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5.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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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선거 기간 찬반 표현 모두 규제 밝혀…사업 저지 소송 결과 나오면 중단될 가능성도

▲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 4월3일 낙동강 함안보 공사 현장을 방문해 작업 상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이 오는 6월에 치러질 지방 선거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역설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표현을 사전 선거 운동으로 규제하겠다고 밝히자, 오히려 선거 쟁점으로 뜨겁게 부상하는 분위기이다. 입을 막으니 말이 더 터지는 형국이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인 시민·종교단체와 야당에서는 “선관위를 앞세워 4대강에 대해 말도 못 꺼내게 하는 것은 관권 선거이다”라고 비난하고 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특히 “시민단체의 입은 막고 정부의 홍보전은 눈감아준다면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가 각 시·도에 4대강 정책자문단을 만들어 홍보전을 독려한 것은 사전 선거 운동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애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정책 현안에 대한 공론화를 차단하겠다는 선관위의 지침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전국에 설치되어 운영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 홍보관’과 ‘홍보 부스’를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잠정 폐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관련 부처에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선거 쟁점에 대해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홍보 활동을 하는 것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도협 국토해양부 차관은 “사업 집행 과정에서 국민들의 오해를 풀 필요가 있는데, 선거철이기 때문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집행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첫 삽을 뜬 4대강 사업은 올해 들어 속도를 더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내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크게 다기능 보 설치, 준설, 생태 하천 공사로 시행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수행하는 95개 사업 중에서 1차분인 42개 사업이 지난해 착공을 완료했고, 2차분인 50개 사업도 올해 3월 대부분 착공되었다. 일부 설계가 늦은 공구는 5월까지 착공할 예정이다. 영주댐, 보현산댐, 안동-임하댐 연결 수로 등 댐 사업 3개소는 올해 말까지 착공할 계획이다.

한강 12.4%, 낙동강 11.1%, 금강 14.4%, 영산강 7.7% 등 전체 공정 중 10.7%가 추진되고 있다. 보의 경우 가물막이와 기초 터 파기, 콘크리트 타설 등의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보, 준설 등 주요 공정은 오는 6월까지 40%, 연말까지 60%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구조물 및 준설 공사를 대부분 완료할 계획이다. 나머지 생태 환경 조성, 제방 보강, 자전거길 등 하천 내 공사는 대부분 2011년 말까지 마치고, 댐과 농업용 저수지 증고 사업 등은 2012년에 완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4대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사는 시작되었지만 반대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환경연합은 최근 4대강 사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 12종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멸종위기의 야생 동식물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2종이 4대강 사업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부당 보상금 지급과 같은 불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여론은 더 악화될 수 있다. 국민 세금이 22조원이나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예산 집행 과정에서 돌발 사태가 발생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자칫 4대강 사업비는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 지난 4월17일 서울 조계사에서 ‘4대강 생명 살림 수륙 대제’가 봉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 규모 크고 공사 진척도 빠른 낙동강 지역의 소송에 주목

‘4대강 사업 저지’ 소송의 결과도 큰 변수 중 하나이다. 지난해 11월 말 1만여 명의 국민이 소송단을 구성해 제기한 소송은 현재 4대강 지역인 서울과 부산, 대전 그리고 전주에서 진행 중이다.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 소송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장 검증과 심리가 진행되면서 소송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중 낙동강 지역 소송이 주목된다. 사업 규모가 가장 큰 데다 공사 진척도 빠른 곳이다. 지역 주민의 소송 참여도 적극적이다. 지난 4월19일 현장 검증을 마쳤고, 오는 5월7일 첫 번째 심리가 열린다. 법원에서 판단하겠지만 6월 중 한 차례 더 심리를 거치면 가처분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도 있다.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공사는 전면 중단된다.

4대강 사업 저지 국민소송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소송 진행 상황을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낙동강의 경우 6~7월이면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갖추게 될 것으로 본다. 본안인 행정처분 취소 판결에서는 절차 위반 부분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밝혔다.

원고측 변호인단의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처음 10명이 채 안 되게 시작한 소송은 이후 서울에서만도 10여 명의 변호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광주 지역 변호사도 10여 명 추가로 동참하면서 참여 변호사 수가 30여 명을 넘어섰다. 현 정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이 순항할지, 암초에 부딪힐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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