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건 터질 듯한 탐욕”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5.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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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

ⓒ 문학동네
1998년 2월 <홍어>를

1998년 2월 <홍어>를 세상에 내보냈다. <홍어>는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돌며 푹 삭힌 문학이 무엇인지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작가는 집을 떠나 방랑하는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와 집을 지키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견딤’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독자들 또한 주인공과 함께 설산에 갇혀 작가의 발자국을 좇으면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풍경을 음미하고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 소설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들은 모든 소유물을 몽땅 가지고 다닌다. 비단과 향수 그리고 씨앗과 소금, 요강과 유골, 하물며 고통과 증오까지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격정적인 삶으로 그 모든 것이 탕진되는 날, 하나의 무덤이 거친 바람이 흩날리는 초원에 마련될 것이다. 작가는 그렇다”라며 자신의 걸어온 길과 남은 여정에 대해 설명했다.

 

2002년 <멸치>를 펴내며 그 여정을 이어갔던 작가가 최근 <빈집>(문학동네 펴냄)으로 8년 만에 ‘귀가’했다. <빈집>에서도 여전히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에게도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는 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성장사를 담담히 그려나간다. 작가는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아 빈집을 지키는 주인공을 통해 현실의 가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있으되 비어버린 집처럼 가족의 의미가 그런 것이라는 말을 하려 했을까. <빈집>에서 나와 다시 길을 나서며 작가는 “내 안에 터질 듯이 더부룩한 탐욕이 있다. 그것이 나를 천성적인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라며 일생을 다하는 날까지 그 탐욕과 ‘껴안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가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부질없는 허풍’임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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