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금융 구원할 ‘다원적’ 해법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5.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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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개념 속에서 심리적·정서적 감정 재발견…‘자연 자본’ ‘사회 자본’ 등 새로운 화폐 도입도 주문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까지 재정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의 주가가 폭락하고 공포 지수가 치솟는 등 세계 금융 시장이 또다시 비틀거렸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자본주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들에 힘을 실어주었는데, 유럽발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화폐 유통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주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 위기에 대처하는 세계 각국 정부의 대응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를 지나오면서 인류가 지녀온 ‘돈’에 대한 태도와 ‘돈’으로써 벌이는 행태들이 마구 까발려지고 있다. 이 경우 선행보다는 탐욕이나 음모들이 드러나기 일쑤이다. 이에 기반해 한편에서는 화폐를 바라보는 시각과 사고의 틀을 바꾸기를 바라며, 새로운 형태의 자본을 제시하기까지 한다. <경제학이 알려주지 않은 화폐 심리학>은 지금까지의 경제학이 서구 역사 속에 뿌리 내린 고정 관념으로 인해 영혼으로 대변되는 감정적 영역, 즉 심리학적인 문제를 중요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 행복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거대 담론에서 시작하기보다 경제 개념 속에 들어 있는 심리적·정서적 감정을 재발견해서, 미래를 위한 급진적인 금융 개혁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이 책은 오늘날 세계 경제가 ‘신용 팽창’으로 놀라운 성장을 해왔다는 점에 비춰, 특히 보이지 않는 신용에 주목해 돈의 실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세계 곳곳에서 불거져나오는 경제 위기 속에서 사회적 결속과 경제 발전을 위해 희생되었던 환경 파괴의 위협 또한 주요 관심 사항으로 거론했다. 저자는 새로운 자본으로 ‘자연 자본’과 ‘사회 자본’이라는 개념을 띄웠는데, 그 자본들을 형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를 개발해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고 환경까지 보호하도록 적극 장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 개념들은 종종 보편적이고, 전세계적으로 타당하며, 문화와 역사의 영역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제시된다. 하지만 저자는 문화적·철학적 맥락에서 돈이라는 것이 수세기에 걸쳐 고안된 특별한 상징 체계로서 사회의 지배적인 관심 사항을 무엇보다 강력히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의지해 살아갈 수 있는 ‘수단’을 돈이 제공한다면 살아갈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영혼이다. 그러므로 ‘돈’이 전부인 행복 처방을 내리는 수준에서 벗어나 ‘복지’에 걸맞은 행복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경제에 영혼이 없다고 느끼는 주된 이유가 오직 경제 성장만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라며, 기존의 협소한 화폐 시장에 새로운 화폐를 도입하고 새로운 자본을 형성함으로써 ‘다원적인 경제’에 참여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 문학동네
1998년 2월 <홍어>를

1998년 2월 <홍어>를

 

1998년 2월 <홍어>를

 

1998년 2월 <홍어>를

 

1998년 2월 <홍어>를 세상에 내보냈다. <홍어>는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돌며 푹 삭힌 문학이 무엇인지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작가는 집을 떠나 방랑하는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와 집을 지키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견딤’의 미학을 보여주었다. 독자들 또한 주인공과 함께 설산에 갇혀 작가의 발자국을 좇으면서 조바심을 내지 않고 풍경을 음미하고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 소설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들은 모든 소유물을 몽땅 가지고 다닌다. 비단과 향수 그리고 씨앗과 소금, 요강과 유골, 하물며 고통과 증오까지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격정적인 삶으로 그 모든 것이 탕진되는 날, 하나의 무덤이 거친 바람이 흩날리는 초원에 마련될 것이다. 작가는 그렇다”라며 자신의 걸어온 길과 남은 여정에 대해 설명했다.

 

2002년 <멸치>를 펴내며 그 여정을 이어갔던 작가가 최근 <빈집>(문학동네 펴냄)으로 8년 만에 ‘귀가’했다. <빈집>에서도 여전히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에게도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는 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성장사를 담담히 그려나간다. 작가는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아 빈집을 지키는 주인공을 통해 현실의 가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있으되 비어버린 집처럼 가족의 의미가 그런 것이라는 말을 하려 했을까. <빈집>에서 나와 다시 길을 나서며 작가는 “내 안에 터질 듯이 더부룩한 탐욕이 있다. 그것이 나를 천성적인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라며 일생을 다하는 날까지 그 탐욕과 ‘껴안고 엎치락뒤치락하는 가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부질없는 허풍’임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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