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박 전문’ 슈퍼 개미들
  • 이 은 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0.05.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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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로 인생 역전한 고수 5인의 성공 비결 / 정부 정책·기업 속보 면밀히 분석하고 종목 선택

ⓒ일러스트 박현정

 

유럽 재정 위기 확산 우려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다. 조정 국면에 들어가기 전까지 주식시장은 지난 12주 연속 상승했다. 세계 금융 위기 탓에 위축되었던 투자 심리를 완전 회복했다. 주식시장 활황기에는 슈퍼 개미의 신화가 만들어진다. 수백만 원 내지 수천만 원에 불과한 종잣돈으로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거듭난 개미 투자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슈퍼 개미들은 “주식 투자만큼 쉬운 재테크 수단은 없다”라고 말한다. 데이트레이딩을 통해 단기간에 목돈을 끌어모은 슈퍼 개미도 있고, 장기 투자를 통해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가 된 이도 있다. 주식 투자에 정석이 없듯이 단기 투자나 장기 투자나 어떤 방법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선택하면 그만이다. <시사저널>은 슈퍼 개미 5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투자 비법을 들어보았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정환> 저평가된 기업·수익 낼 종목 아는 분석력과 직감

 김정환 밸류25 대표(41)는 7천만원으로 3백억원을 모은 전업 투자자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얻은 결과이다. 그는 투자해서 단 한 번도 손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성공률100%라는 것이 놀랍지만 그 짧은 시간에 3백억원을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는 복리 효과를 꺼내들었다. “7천만원으로 여덟 번만 100% 수익을 내면 복리로 100억원이 된다. 1년씩 장기 투자한다고 해도 8년이면 100억원을 모을 수 있다.” 그는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을 찾아내 주식을 사들인 뒤 두 배가량 올랐을 때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김대표가 주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때는 2004년이다. ㈜SK와 합작한 벤처회사 이스케치 대표를 그만둔 그는, 7천만원으로 웅진코웨이 주식 1만7천5백주를 매입했다. 6개월 뒤 4천원대에 산 주식이 1만8천원으로 올랐다. 적정 수준으로 올랐다는 생각이 들어 주식을 팔아 3억5천만원을 벌었다. 그가 주식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삼천리자전거 대주주로 있으면서 41억원을 벌어들이면서다. 그가 삼천리자전거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2006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자전거 전문 잡지 표지 모델로 나온 것을 보고 ‘자전거가 뜨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정부 정책이 자전거 중심으로 바뀌고, 자동차 인구가 정점에 달해 자전거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전거 종목 가운데 저평가된 삼천리자전거를 택해 주당 2천2백원에 대량 사들였다. 1년 만에 5천5백원으로 뛰어오르자 전량 매도했고, 다시 3천5백원대에 사서 7천원대에 팔면서 총 41억원을 벌었다. 이밖에도 하이닉스, 다우기술, 성찬기업지수, 대우증권을 사고팔아 엄청난 차익을 거두었다.

그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는 분석력과  수익을 낼 종목을 골라내는 ‘직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일단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조건 검색을 통해 기업을 추려낸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 이상인 기업’ 등 조건을 넣어 투자처를 골라내는 방식이다. 그리고는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뜯어본다. 매출액, 영업 이익, 배당금을 살핀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직접 기업을 방문해 공장 상태를 둘러보고 회사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한다. 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그는 중소기업이 상장 폐지되거나 부도났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등기부등본도 떼어본다. 투자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유휴 토지와 현금화시킬 수 있는 자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중 안정장치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투자에 나선다.

그가 지금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무엇일까? 그는 자산의 90%에 달하는 2백90억원을 다섯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회사 종목은 컴투스, 나우콤, 일신바이오, 화천기공, 하림이다. 이 가운데 한 종목은 지분율을 5%로 높여 대주주로 나설 예정이다. 그는 수익이 날 종목으로 ‘아트원제지’와 ‘우진세렉스’를 콕 집었다. 장기적으로는 음식 관련 종목이 뜰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주도로 한식 세계화가 추진되고 있고,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성득>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

박성득씨(53)는 주식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슈퍼 개미이다. 1987년부터 주식 투자에 나선 덕에 지금은 경제 전문가 뺨칠 정도로 경제 현안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도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들 때에는 주변 사람들이나 애널리스트가 권하는 종목만 사는, 묻지 마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박씨는 “애널리스트들이 하는 말을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휘둘리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부산에서 일식집을 차려 큰돈을 번 박씨는 1987년부터 주식 투자에 나섰지만 10년 동안 줄곧 손실만 보았다. 손실액만 10억원이 넘는다. 1998년 박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신용보증기금에서 가게 매출을 담보로 대출받은 4억원으로 중외제약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중외제약은 영업 이익 1백50억원을 내고 있었고, 보유 부동산과 공장 등 회사 자산 가치가 3천억원이 넘었다. 당시 중외제약 주식은 주당 6천원으로 6백만 주가 발행되어 있었다. 회사 자산 가치는 3천억원인데 주식 가치는 3백60억원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한 박씨는 과감히 7억원을 투자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5년 동안 묻어두었더니 2만3천원까지 뛰어올라 70억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후 종근당, 대우증권 등 투자한 종목마다 대박을 터뜨려 100억원대 자산가로 올라섰다.

박씨는 잘 아는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가 대우증권으로 1천4백%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7~8년간 꾸준히 증권사 지점장을 만나 전망이 어떤지, 사채는 다 갚았는지 등등을 자세히 물어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씨는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종목도 생선 헤집듯 뒤집어 이것저것 파헤쳐 본다. 현금 보유량은 얼마인지, 비상 운영 자금이 풍부한지, 회사가 연 5%씩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지, 실적이 나아지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본 뒤 투자를 결정한다.

박씨는 한때 1천억원대까지 수익을 올렸으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타격을 받아 지금은 자산이 10분의 1로 줄어든 상태이다. 여전히 유럽 재정 위기와 환율 절하 등 악재가 해소되지 않고 있어 주식 투자를 잠시 접어둔 상태이다. 지난 4월29일에도 대주주로 있는 현대약품 주식을 매도해 지분을 기존 11.81%에서 7.26%로 줄였다. 박씨는 “경제의 방향타가 어떻게 잡힐지 몰라 잠시 쉬고 있다. 경제를 예측하는 눈을 키우기 위해 뉴스나 관련 책을 꼼꼼히 챙겨보는 것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복재성> 주식 거래 계좌 여러 개 개설해 무모한 투자 막아

복재성 J.S 컨설팅 대표(28)는 박씨와 달리 단기 투자로 2백억원대 자산가가 되었다. 복대표는 영화
<작전>에 나오는 장면처럼 모니터 여섯 대를 열어두고 밤잠을 설쳐가며 하루에만 30건에 달하는 주식 거래를 해 큰돈을 벌었다. 복대표가 주식시장에 뛰어든 것은 19세였던 2000년이었다. 3백만원을 두 달 만에 모두 잃은 그는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7개월 정도 공부한 뒤 2002년에 다시 3백만원으로 재투자에 나섰다. 모니터 6개 가운데 하나는 분 차트, 또 다른 모니터에는 주문창, 매도창 등을 열어두고 목표 수익률인 4%만 넘으면 팔고 사기를 계속했다. 워낙 초기에 투자한 자금이 작아 수수료를 떼고 나니 손에 쥐어진 돈은 몇만 원에 불과했다. 박씨는 “1주일이 몇 개월처럼 느껴질 정도로 답답했다. 잠도 오지 않았다. 24시간 모니터를 보면서 사고팔기를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2천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2천만원으로 4%씩 수익을 내면서 팔고 사기를 거듭하자 금방 1억원으로 돈이 늘어났다. 자금이 2억원이 되자 복씨는 주식 거래 계좌를 하나 더 개설했다. 한 번에 쉽게 사고팔 수 있는 금액의 최고치가 2억원인 데다가 투자하는 동안 이성을 잃어 무모한 투자로 거금을 잃는 실수를 막기 위한 나름의 안전장치였다. 이런 방식으로 복씨는 1년 만에 100억원을 모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대박 나는 종목을 고르는 방법을 공부한다. 그러면 100% 실패한다. 나는 최대한 돈을 잃지 않는 방법을 공부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가지게 된다”라고 노하우를 전했다.

박씨는 경제 뉴스도 챙겨보지 않는다. 경제 상황을 미리 알고 머리를 쓰면 오히려 당한다는 과거 경험 때문이다. 가령 유가가 상승한다는 뉴스를 보게 되면 다음 날 주식을 팔게 마련이다. 그러나 환율이 호재로 작용하게 되면 유가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진다. 주식을 판 것이 오히려 손실로 나타나기 때문에 박씨는 미리 많은 정보를 접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식 장이 열리고 있는 도중에도 여러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은 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씨는 현재 다음 유료 카페 ‘주식 투자로 100억 만들기’를 운영하며 일정 수익을 얻고 있다. 무료로 종목을 추천하는 카테고리는 하루 10만 건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시사저널 유장훈

<박영옥> 해당 기업에 전화하거나 대표 만나 대화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50)는 주식 투자는 자기 사업을 하는 것과 똑같다고 강조한다. 박대표가 지난 2월,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5개 기업에 주주 제안을 통해 쓴소리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요즘, 내 사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대신 나보다 경영 능력이 뛰어난 기업가에게 돈을 투자해 회사 이익을 배당받아 수익을 거두는 것은 훨씬 쉽다. 내 사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하면 아무 기업에나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건실한 회사를 알아보는 자체가 실패하지 않는 투자의 지름길로 가는 길이다”라고 설명했다.

14년간 증권업에 종사했던 그는, 2001년 전업 투자자로 나섰다. 5천만원의 종잣돈을 보령제약에 투자해 2백50% 수익을 냈다. 고려개발, KCC 등에서도 세 배 가까운 차익을 거두었다. 박씨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주식을 사지 않고 3~4년에 걸쳐 주식량을 늘려나간다.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에 전화하거나 대표와 만나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매일매일 점검한다. 박씨는 지금도 30개 기업을 관심 종목에 올려놓고 수시로 기업을 방문하고, 소통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점쳐보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박씨는 전업 투자자로 나선 지 10년 만에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박씨가 현재 관심 있게 지켜보는 종목은 금융투자회사이다.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모두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회사라고 그는 말한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파생상품을 팔거나 거래 수수료를 받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된 만큼 증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서는 업무도 강화될 것이다. 수익이 100% 보장되는 장기 투자에 나서면 반드시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금융투자회사의 미래가 밝다.” 그는 그 밖에도 태평양물산, 조광피혁, 조일알루미늄, 극동유화가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이라고 보았다.

<최준철·김민국>  기업과 제품 분석 후 ‘가치 투자’

최준철(34)·김민국(34)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는 대학 시절 1천만~2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1억원 가까이 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김대표는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에, 최대표는 신세계와 빙그레에 2년 가까이 장기 투자한 덕분이었다. 김대표는 김정태 행장의 능력을 믿어 투자했고, 최대표는 당시 이마트에 손님이 들끓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모회사인 신세계에 투자를 하게 되었다. 기업 분석을 통해 성장할 만한 근거가 있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통용되는 가치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최대표는 “기업 분석을 하고, 해당 제품의 경쟁력을 분석하는 등 노력은 들어가지만 눈앞에 이익이 보이는 투자가 가치 투자이다”라고 정의했다. 이들의 가치 투자가, 더디지만 큰 수익을 낸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 설립 7년 만에 자기 자본 규모 100억원, 운용 자금 3천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에는 투자할 회사를 고를 때,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ROE(자기자본수익률) 등 양적인 수치만 고려했다. 지금은 사업 유형별로 나누어 질적인 평가도 곁들인 세분화된 분석을 내놓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이다. 즉, 동서식품처럼 독보적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꾸준하게 수익을 내는 업종을 눈덩이형 기업으로 분류해 장기 투자를 권하는 방식이다. 김대표는 “아모레퍼시픽도 눈덩이형 기업에 속하지만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 있어 매수하기가 부담스럽다. 이럴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지켜보다가 주식이 떨어지는 순간 매수하는 방법을 택하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회사 이익은 꾸준히 나는데도 말도 안 되게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은 담배꽁초형 기업으로 지정해 역시 투자를 권유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광주신세계이다.

이들은 그 밖에도 가치 투자로 적합한 기업으로 한솔케미컬, 정상JLS, 삼양제넥스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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