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당한 것이 아니라 좌초된 것이 확실하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5.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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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철 천안함 침몰 사고 민·군합동조사위원회 위원

신상철 민·군합동조사위원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좌초’로 보고 있다. 천안함의 침몰 상황과 선체의 상태, 절단면 등이 좌초의 증거라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해군 중위로 복무하면서 ‘전남함’ 등에 승선한 경험이 있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신상철 위원을 만나 ‘좌초설’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시사저널 임준선
왜 ‘좌초설’을 주장하고 있나?

천안함은 모든 정황상 좌초한 것이다. 우선, 선박 사고의 95% 이상이 좌초 아니면 충돌에 기인한다. 그렇기에 정부나 군 당국 역시 좌초와 충돌이라는 기본적인 가능성을 먼저 점검했어야 했다. 게다가 백령도라는 섬의 여건을 떠올리면 ‘좌초’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백령도에는 대동강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토사가 흘러 들어온다. 이 토사는 아주 고운 규소토인데, 이 규소토가 하나의 모래톱을 형성한 것이 백령도의 사곶이다. 규소토가 오래 쌓이면 돌처럼 단단해지는데 물밑도 마찬가지다. 또한, 낮은 사구 지역이 발달해 있는 지형적 환경이 백령도 주변에 많은 저수심 지대를 만든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에 암초 지대가 있는데 이 사이를 운항하는 선박은 암초를 피하다 보니 협수로를 통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해상 사고(좌초, 충돌)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때 해도를 발견했다. 지난 3월27일에 한 언론 매체에 보도된 해도에는 ‘최초 좌초’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배를 인양한 것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배의 아랫부분에 스크래치된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 자국이야말로 좌초했다는 결정적인 단서이다.

천안함이 두 번에 걸쳐 사고가 났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나는 이번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1차 좌초, 2차 충돌의 연쇄 사고로 본다. 좌초된 지점과 2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다르다. 사고가 난 지점까지는 좌초 상태에서 배를 후진해 빼냈을 것이다. 배의 스크류가 꼬여 있는 사진이 이를 증명한다. 좌초에서 빠져나올 때는 스크류를 전속 후진으로 돌렸을 것이고, 이때 스크류가 역으로 꼬였을 것이다. 스크류가 역방향으로 꼬여 있는 것은 후진의 증거이다. 해군에서 KNTDS(전술 지휘 시스템) 기록만 공개하면 이것은 더욱 확실해진다. 게다가 이 2차 사고 의 성격이 중요하다. 단순한 충돌 사고라고 해도 4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좌초에 후진 으로 움직여서 충돌까지 했으니까 명백한 해난 사고이다. 그럼에도 그 경위를 공개하지 못한다면 분명 군사적으로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충돌과 함께 미군 개입을 언급한 것이다. 일련의 움직임과 당시 정황상, 그리고 그곳에 있던 배 구성을 봤을 때 미군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군이나 정부측과는 전혀 다른 주장인데, 외부에서 압력을 받은 적은 없나?

내가 ‘좌초’를 주장하면서 군이나 정부가 불편해하는 것으로 안다. 유사한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분들 입장의 방향과 내 나름의 방향이 달라 불편함을 주는 모양이다.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5월 중순께에 결과가 발표된다. 이때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가장 강력한 내용이 모두 담길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확정짓지 않지만 누가 봐도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는 내용들일 것이다. 최종 조사 결과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발표된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때는 분명 국적도 없고 원인도 확실치 않은 폭발이라고 잠정 지어질 것이고, 천안함 침몰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조사 자체가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요구를 할 것이다. 우선 천안함 함수·함미에 대해서 증거 보존 가처분 신청을 할 생각이다. 그 다음에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정보가 군사 기밀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 소송, 행정 소송을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 한국, 북한이 결국 직접 당사자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이들을 배제한 공적인 타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객관적인 조사를 병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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