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미스터리’ 남길까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5.1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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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합조단 ‘어뢰 공격’ 잠정 결론에도 의문 제기 계속…일부 조사위원은 ‘좌초설’ 주장

 

▲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지 이틀째인 지난 4월16일 백령도 해상 바지선에서 민·군합동조사단이 함미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조사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이 찢긴 듯이 잘려 있고, 선저 부분이 위쪽으로 휘어진 것 등의 정황을 볼 때 강력한 외부 폭발, 즉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천안함 선체에서 검출된 화약 성분도 어뢰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수거한 3~4개의 파편 조각은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의 외피로 보고 분석하고 있다.

단, 침몰을 야기한 주체에 대해서는 단정을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소행으로 ‘심증’은 굳혔으나 단정할 물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오는 5월20일쯤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나 이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천안함은 어뢰 공격으로 인해 침몰한 것이 확실하지만, 어뢰를 쏜 주체가 ‘북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는 식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추천으로 합조단 조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북한을 확정하지는 않겠지만, 누가 보아도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는 내용들이 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북한에 대한 다각적인 압박 공세에 나설 태세이다. 우선 천안함 침몰 사건의 조사 결과가 담긴 정식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인 중국과 러시아 등에 전달하고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들에게도 보고서를 보내 국제 사회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천안함 절단면을 촬영한 사진을 미국으로 보내 정밀 분석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은 여전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이다. 합조단이 ‘어뢰 공격’으로 결론짓는다고 해도 침몰 원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좌초설’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좌초설은 신상철 합조단 조사위원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등의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다. 일부 공중파와 언론 매체에서도 ‘좌초설’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그렇다면 ‘좌초설’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합조단에 참여한 신상철 조사위원은 폭발 당시 물기둥이 목격되지 않은 것과 절단면의 모양 그리고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해저의 지형 등을 예로 들며 ‘버블제트설’을 반박하고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천안함이 침몰한 직후 해군 2함대는 인천해양경찰청에 ‘천안함이 좌초되었다’라고 신고했다. 해군이 유족들에게 브리핑을 한 작전 상황도에도 ‘좌초’라고 적혀 있었다. 해군은 나중에 “‘침수’를 좌초라고 했다”라고 말을 바꾸었다. 유족에게 공개한 작전 상황도에 ‘좌초’라고 명기된 것은 “유족 중 한 명이 임의대로 기입한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해군이 ‘좌초’와 ‘침수’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 천안함 유족측에서도 “해군의 작전 상황도에 임의로 ‘좌초’를 적은 사람이 없다”라며 반박하는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절단면 상태 둘러싸고 논란 일어

천안함 절단면의 상태를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15일 인양된 천안함 함미의 절단면은 무언가에 찢긴 듯이 거칠게 잘려 있었다. 잘린 면의 일부 철판은 뾰족하게 위를 향하고 있으며, 특히 선체 오른쪽 절단면은 C자 형태로 크게 파손되어 찢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 아래 3m에서 어뢰가 폭발하면 버블제트가 일어나면서 어마어마한 물기둥이 치솟는다. 이때 버블제트의 영향으로 배가 두 동강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버블제트로 인한 절단면의 형태이다. 호주에서 있었던 버블제트 폭발 실험을 보면 배의 절단면이 천안함과는 달리 걸레처럼 완전히 짓이겨진 상태였다. 지난 4월16일 1차 조사 발표에서 윤덕용 합조단 공동단장은 “천암함의 함미 선체 부분을 조사한 결과 함미 탄약고, 연료탱크, 디젤엔진실에는 손상이 없었고 가스터빈실의 화재 흔적도 없었으며 전선 피복 상태가 양호하고 선체의 손상 형태로 볼 때 내부 폭발에 의한 선체 절단 가능성은 매우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좌초설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윤단장의 말이 바로 ‘좌초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버블제트가 있었는데도, 선체가 깨끗하고 희생자들이 온전한 것이 오히려 ‘좌초에 의한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함미를 인양할 때 우현 절단면 부근에서 무언가에 강하게 긁힌 흔적이 있고, 스크류가 뒤쪽으로 오그라든 것에 대해서도 암초 등에 부딪친 후 배를 후진하다가 생긴 현상으로 보고 있다.

버블제트 폭발이 일어날 경우 보통 주변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 지점 어디에서도 이런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특히 백령도는 까나리 어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만약 천안함이 버블제트에 의해 침몰했다면 천안함 폭발 지점에서 수많은 사체가 발견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인양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에서는 까나리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합조단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조류에 의해 사체가 떠내려갔다”고 해도 흔적은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고 희생 장병들의 장례까지 치렀으나 사건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왜 ‘좌초설’을 주장하고 있나? 

 천안함은 모든 정황상 좌초한 것이다. 우선, 선박 사고의 95% 이상이 좌초 아니면 충돌에 기인한다. 그렇기에 정부나 군 당국 역시 좌초와 충돌이라는 기본적인 가능성을 먼저 점검했어야 했다. 게다가 백령도라는 섬의 여건을 떠올리면 ‘좌초’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백령도에는 대동강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토사가 흘러 들어온다. 이 토사는 아주 고운 규소토인데, 이 규소토가 하나의 모래톱을 형성한 것이 백령도의 사곶이다. 규소토가 오래 쌓이면 돌처럼 단단해지는데 물밑도 마찬가지다. 또한, 낮은 사구 지역이 발달해 있는 지형적 환경이 백령도 주변에 많은 저수심 지대를 만든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에 암초 지대가 있는데 이 사이를 운항하는 선박은 암초를 피하다 보니 협수로를 통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해상 사고(좌초, 충돌)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때 해도를 발견했다. 지난 3월27일에 한 언론 매체에 보도된 해도에는 ‘최초 좌초’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배를 인양한 것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배의 아랫부분에 스크래치된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 자국이야말로 좌초했다는 결정적인 단서이다.

천안함이 두 번에 걸쳐 사고가 났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나는 이번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1차 좌초, 2차 충돌의 연쇄 사고로 본다. 좌초된 지점과 2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다르다. 사고가 난 지점까지는 좌초 상태에서 배를 후진해 빼냈을 것이다. 배의 스크류가 꼬여 있는 사진이 이를 증명한다. 좌초에서 빠져나올 때는 스크류를 전속 후진으로 돌렸을 것이고, 이때 스크류가 역으로 꼬였을 것이다. 스크류가 역방향으로 꼬여 있는 것은 후진의 증거이다. 해군에서 KNTDS(전술 지휘 시스템) 기록만 공개하면 이것은 더욱 확실해진다. 게다가 이 2차 사고 의 성격이 중요하다. 단순한 충돌 사고라고 해도 4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좌초에 후진 으로 움직여서 충돌까지 했으니까 명백한 해난 사고이다. 그럼에도 그 경위를 공개하지 못한다면 분명 군사적으로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충돌과 함께 미군 개입을 언급한 것이다. 일련의 움직임과 당시 정황상, 그리고 그곳에 있던 배 구성을 봤을 때 미군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군이나 정부측과는 전혀 다른 주장인데, 외부에서 압력을 받은 적은 없나?

내가 ‘좌초’를 주장하면서 군이나 정부가 불편해하는 것으로 안다. 유사한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분들 입장의 방향과 내 나름의 방향이 달라 불편함을 주는 모양이다.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5월 중순께에 결과가 발표된다. 이때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가장 강력한 내용이 모두 담길 것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을 확정짓지 않지만 누가 봐도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는 내용들일 것이다. 최종 조사 결과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발표된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때는 분명 국적도 없고 원인도 확실치 않은 폭발이라고 잠정 지어질 것이고, 천안함 침몰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조사 자체가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요구를 할 것이다. 우선 천안함 함수·함미에 대해서 증거 보존 가처분 신청을 할 생각이다. 그 다음에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정보가 군사 기밀이 아니라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 소송, 행정 소송을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 한국, 북한이 결국 직접 당사자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이들을 배제한 공적인 타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객관적인 조사를 병행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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