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사귀니’ 좋지 아니한가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5.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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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게임 결합한 ‘소셜네트워크게임’ 인기…무선인터넷 사용 늘면서 이용 인구 더 늘어날 듯

트위터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단문 형식의 짧은 글로 세상과 소통한다. 트위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이와 유사한 미투데이, 카카오, 요즘 같은 모바일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을 이용하는 싸이월드, 블로그, 페이스북을 포함해 유·무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자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 소셜네트워크 게임이다.

소셜네트워크게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임이 결합한 형태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은 <위룰(We Rule)>이다. <위룰>은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는 게임이다. 농작물을 기르고 건물을 짓고 가게를 세우고 세금을 걷으면서 ‘돈’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영토를 늘려가는 것이다. 대표적인 도시 건설형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와 유사한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심시티>만큼 그래픽이 화려하고 정교한 육성 과정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하는 만큼 아기자기한 화면을 가지고 있고 게임을 익히기도 쉽다.

소셜네트워크게임의 선두 업체인 징가에서 내놓은 <팜빌> 역시 단순한 형태의 육성 게임이다. 게임의 목적은 농사를 짓는 것이다. 씨를 사서 뿌리고 기다렸다가 수확한다. 작물마다 수확에 걸리는 시간은 다 다르다. 4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고, 3~4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다. 수확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방치하면 작물들은 말라버린다. 농장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팜빌>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켜야 한다. <팜빌>은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페이스북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만 생각해보면 소셜네트워크게임이 무엇이 다르고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기 어려울 듯하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기존 모바일 게임에도 있었다. 소셜네트워크게임이 다른 게임과 다른 점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위룰>과 <팜빌> 사용자들은 다른 사용자들과 친구를 맺는다. 이전에 알고 있던 친구도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게임을 통해 새로 맺어진 친구도 있다. 친구들은 서로 영토와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주고받는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은 영토를 확장하고 농장을 늘리는 데 사용한다. 친구들이 많으면 일할 곳이 많아지고 고용할 인력도 늘어난다. 직장인 김현욱씨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게임을 통해 새로운 친구도 생긴다. 소셜네트워크게임 사용자들 가운데 20~30대 직장인이 많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게임 밖에서도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 직장인들이 휴식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을 즐기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게임 중독’ 걱정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소셜네트워크게임은 국내 무선인터넷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잠깐만 짬을 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집과 PC방이라는 자기만의 공간에 빠져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는 온라인 게임과 다른 점이다. 직장인 박인호씨(27)는 “소셜네트워크게임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 점심 시간, 잠들기 전 등에 잠시만 시간을 내면 된다. 할 일이 생기면 바로 끄면 된다. 다른 온라인 게임과 달리 바로 종료해도 게임하는 데 피해가 없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사전 지식이나 설명서 없이도 게임을 하다 보면 금방 방법을 익힐 수 있다. 김현욱씨는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물어보면 된다. 거의 실시간으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의 주 이용자들은 10~20대 남성이다. 소셜네트워크게임에는 여성 이용자들이 많다. 게임업체 넥슨이 내놓은 소셜네트워크게임
<넥슨별> 이용자 가운데 40%가 여성 이용자이다. 다른 소셜네트워크게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 이용자들이 많은 것은 내용이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이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래픽이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니홈페이지를 꾸미듯이 게임 속 공간을 꾸민다. 직장인 장수비씨(29)는 “예전에 남자친구와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WOW)>를 했었는데 별 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하고 있는 <위룰>은 나만의 공간을 예쁘게 꾸밀 수 있다. 군사도 있고 용도 나오지만, 무섭지 않고 귀엽다. 컵케이크를 만들거나 마법약을 만드는 가게가 있어 나 같은 여성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 항상 대두되는 문제가 있다. 몰입도가 강해 중독에 빠지기 쉬운 온라인 게임은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게임은 게임 중독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사용자들이 게임에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김현욱씨는 “하루에 게임하는 시간이 통틀어 한 시간이 넘지 않는다. 작물을 하나 심으면 한참 기다렸다가 수확하면 된다. 트위터를 통해 알림메시지가 오기 때문에 계속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국산’ 소셜네트워크게임은?


미국에서는 소셜네트워크게임들이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 업체인 징가는 지난해 6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맞먹는 수준이다. 소셜네트워크게임은 개발 규모와 비용 면에서 온라인 게임과는 비교가 안 된다. 적은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 게임업체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국내 게임업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업체들도 소셜네트워크게임을 개발하는 데 나서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를 앞세워 소셜네트워크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넥슨의 <넥슨별>과 안철수 연구소의 자회사인 고슴도치플러스의 <해피가든>이 인기 있다. NHN 게임 포털 한게임도 <내 맘대로 지구별>로 소셜네트워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음은 지난 5월10일 소프트맥스와 함께 ‘다음 지도’와 ‘요즘’을 활용하는 <프로젝트 I-Angel>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소셜네트워크게임에 뛰어들고 있지만 늦은 감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게임에서 한국은 항상 앞서 가는 입장이었다. <위룰>과 <팜빌>이 성장을 촉진하는 아이템에 비용을 부가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먼저 나온 방식이다. 하지만 둘이 결합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무선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들이 개발에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PI를 개방하면 중소 규모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게 된다. API를 개방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게임은 이미 수천 개에 달한다.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업체들도 API를 개방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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