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에서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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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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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비록 IMF(국제통화기금)와 유로존 국가들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서 일단 국가 부도 사태는 피했으나,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으로 국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스 사태의 영향으로 앞으로 국가 부채가 많은 나라들은 경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 금융 기관들이 국가 부채가 많은 나라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고 할 뿐 아니라 투자한 주식이나 채권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외환 부족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국가 부채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부채가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로, 위험한 수준인 60%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가 부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공기업 부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의하면 우리의 공공 기관 부채는 3백47조원으로, 이를 정부 부채에 포함시키면 GDP의 60%를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 국책 은행의 부채까지 합하면 90%가 넘는다.

비록 IMF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가 부채 측정 방법에 공기업 부채는 포함시키지 않지만, 실제로 공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이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면에서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러한 사실을 국제 신용평가 기관에서 문제 삼을 경우 우리 경제의 신뢰도는 떨어지면서 또다시 자본 유출로 환율이 급등하는 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공기업의 부채를 줄이는 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기업 부채를 줄이자면 불필요한 사업 확장을 막고, 구조조정을 통해 높은 임금을 낮추고 방만한 경영을 중단시켜야 한다. 

실제로 우리 공기업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지나치게 임금을 높였다. 대부분의 민간 기업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반면, 공기업은 정년이 보장된다. 민간 기업의 경우 노동조합의 역할은 임금을 인상하거나 아니면 부당한 해고를 막아 퇴직 연령이 단축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은 정년이 보장되고 있는데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임금까지 높이게 되자 경영이 방만해지고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사와 공무원 그리고 공기업과 같이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 정년 보장 가운데 택일을 하도록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정년도 보장되면서 노동조합이 존재해 임금도 올리는 지금의 형태로는 공기업 부채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경제는 국가 부채로  또 다른 위기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가 남미 국가와 달리 외환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를 국가 부채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앞으로 고령화가 지속될수록 복지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는 더 급속히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기업의 높은 임금과 방만한 경영으로 공기업 부채까지 늘어나게 된다면, 우리는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위기를 피하기 위해 지금 우리는 그리스 사태를 교훈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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