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문제, 당내 갈등의 종착점
  • 김회권 (khg@sisapress.com)
  • 승인 2010.05.3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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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은 천안함과 함께 일시적이나마 잠잠해졌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 다른 말을 할 수가 있나. 방향은 정해졌으니까 일단 명령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 지난 5월21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서 한 노인과 악수하며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집권 후반기를 위해서 청와대는 ‘차기’ 문제를 의식해야만 한다. 잠잠해진 갈등이 다시 솟구쳐오를 수밖에 없는 시점이 곧 온다는 이야기이다.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 ‘차기’ 문제에 등장할지도 관심사이다. 유창선 박사는 “여권의 차기 정권 재창출 문제와 관련해서 이대통령이 특별히 개입할 일은 없어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대통령과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 온 박근혜 전 대표가 여권에서 부동의 ‘차기 주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역설적인 현상 때문이다. 유박사는 “이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차기 집권 가능성에 박수를 보내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그것을 막기에는 현재로서 대안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거리를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거리가 계속 유지될 리는 없다. 어느 시점에서는 좁혀져야 한다. 유박사는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시점을 ‘대선에 임박했을 때’로 내다보았다.

반면, 당내 갈등 구도 관리를 위한 작업들이 점점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도 많다. 고원 교수 역시 ‘강화’ 쪽에 방점을 찍었고, 그런 작업들이 결국에는 박근혜 전 대표 세력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교수는 “청와대는 당내 갈등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형태를 취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의제 설정 효과를 활용해 제도 개혁 이슈를 동원하며 친박 세력을 흔들게 될 것이다”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하면서 친박 세력의 축소를 꾀하거나 개헌 카드를 이용해 현재의 판세를 뒤흔들면서 친박 세력을 압박할 수도 있다. 현재 수면 상태에 있는 세종시 수정안을 다시 들고 나오는 것도 예상되는 방법이다. 

이경헌 대표 역시 “선거 이후의 정국이 여야 간 대립보다는 ‘친이-친박’ 간 대립이 구심점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하면서 대립의 가운데에는 개헌 논의가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대표는 “개헌 의제처럼 차기 권력에 민감한 주제가 없는 만큼, 청와대와 여권 주류는 야권보다는 친박계와의 의제 조정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차기’의 문제에는 여당 내부를 정리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하지만 야권 세력에 대한 확실한 제압도 진지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여’와 ‘여-야’ 모두 앞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한명숙 전 총리 재판과 전교조 관련 이슈들에서 보듯 현 정부의 야권 세력과 시민사회에 대한 공격은 거세다. 이에 대해 고원 교수는 “권력 불안 요인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서다. 여권에서는 야권 세력과 시민사회 저항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도록 불씨까지도 확실하게 꺼놓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민노당에 가입한 전교조 교사에 대한 강경 징계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이야기이다. 고교수는 “주요 야권 인사에 대한 사정 작업이 지방선거 이후에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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