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스릴의 도가니’ 여기 있다
  • 위원석 | 스포츠서울 체육1부 기자 ()
  • 승인 2010.05.3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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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아야 할 빅 매치의 관전 포인트 / 최강 스페인과 ‘최대 복병’ 칠레의 맞대결 등 명승부전 풍성

전문가들은 흔히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선수권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는 결선 토너먼트 경기보다 예선 격인 조별 리그가 휠씬 흥미롭다고들 말한다. 지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토너먼트 단판 승부에서는 ‘지지 않는 경기’에 더 연연하게 되지만 최소 세 번의 기회를 갖는 조별 리그에서는 각 팀의 전통적인 스타일이 좀 더 분명하게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용이 더 풍부하다는 얘기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벌어지는 조별 리그 48경기 가운데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경기를 각 조별로 하나씩 소개한다. 빅 매치를 중심으로 ‘아시아적인 관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경기도 포함시켰다. (경기는 날짜순, 한국 시간)

ⓒ연합뉴스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B조)>

1. 6월12일 오후 11시, 요하네스버그·엘리스 파크

2. 아르헨티나는 메시, 테베스, 이과인, 밀리토 등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로 구성된 화력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 3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이과인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면서 남미 예선 기간 내내 표출되었던 불안감은 사라지고 강력한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되찾았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에서 최소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내내 감독 선임 건으로 시끄러웠고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 약한 것이 단점이다.

3. 월드컵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과 득점왕이 받는 골든슈를 동시에 노리는 선수가 바로 현존하는 최고의 플레이어 리오넬 메시이다. 바르셀로나에서의 활약과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의 모습에 차이가 있다는 일각의 편견을 깨야만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24년만의 정상 탈환이 가능해진다.

4. 1994년 미국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를 2-1로 꺾었다. 16년이 지났지만 양 팀의 격차는 여전히 그 정도인 것 같다.

▲ 2008년 5월28일 열린 영국과 미국의 대표팀 친선 경기. ⓒAP연합

<잉글랜드-미국(C조)>

1. 13일 오전 3시30분, 루스텐버그·로얄 바포켕 스타디움

2.‘구세계’와 ‘신세계’의 리더로 서구 문명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끌었던 양국의 대결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조직한 국제 테러 단체 알카에다가 이번 대회에서 ‘꼭 집어’ 이 경기를 테러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가장 삼엄한 경비 아래서 벌어지는 경기가 될 듯하다. 남아공월드컵의 안전 문제를 가늠할 바로미터이다. 비교적 무난한 조 편성에 안도했던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훈련 캠프마저 루스텐버그에 있어 보안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 박지성과 이청용의 활약으로 잉글랜드는 한국을 제외하면 국내 팬에게 가장 낯익은 얼굴들로 구성된 팀이 되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박지성의 동료 웨인 루니가 유럽 예선(아홉 골) 때만큼 활약을 펼쳐준다면 1966년 이후 44년 만의 정상 도전도 욕심만은 아니다.

4. C조에서 동반으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큰 두 팀이지만, 1차전인 이 경기에서 패하면 향후 행보가 서로 어려워진다. 역대 전적은 잉글랜드가 7승 2패로 우세.

<독일-호주(D조)>

1. 14일 오전 3시30분, 더반·더반 스타디움

2. 독일은 역대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함께 가장 꾸준하게 성적을 낸 ‘빅 2’이다. 4년 전 독일월드컵 때 수석 코치로 참가했던 요아힘 뢰브 감독은 당시 신진급이었던 포돌스키, 슈바인스타인, 람 등이 이제 팀의 핵심으로 성장하면서 마음이 든든하다. 호주는 2007아시안컵에서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던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끌고 있다. 아직도 참모의 이미지가 강한 베어벡은 지난 대회 ‘사커루’를 사상 첫 월드컵 16강에 올려놓은 선배 거스 히딩크 감독의 기록에 도전장을 냈다.

3. 미하엘 발락이 부상을 당하면서 ‘전차군단’을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은 너무 아쉬운 점이다. 대신 중앙MF 시몬 롤페스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4. 토너먼트의 강자답게 독일은 대회가 진행될수록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 호주전은 독일의 본선 첫 경기이다. 베어벡이 과연 그 틈을 파고들 수 있을까.

<네덜란드-일본(E조)>

1. 19일 오후 8시30분, 더반·더반 스타디움

2. 오카다 감독은 “일본의 목표는 4강이다”라고 큰소리쳤지만 일본에서조차 그 말을 액면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이다. 오히려 네덜란드, 덴마크, 카메룬의 틈바구니에서 16강 진출이 힘겨워 보인다. 일본은 벌써 월드컵 이후 오카다의 후임 감독을 물색 중이다. 네덜란드는 ‘만년 우승 후보군’이었지만 우승과는 늘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등이 포진한 유럽 예선에서 8전 전승으로 본선에 진출한 토탈 사커의 원조는 ‘이번만은 반드시’를 되뇌고 있다.

3. 아르옌 로벤은 세계 최강의 윙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만,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뛴 피로를 얼마나 빨리 털어낼지가 문제이다.

4. 1998년 프랑스에서 한국은 ‘오렌지 군단’에게 0-5로 대패했다. ‘사무라이 저팬’은 과연 어떻게 될까.

▲ 지난 3월3일 열린 이탈리아와 카메룬의 대표팀 친선 경기. ⓒAP연합
<이탈리아-뉴질랜드(F조)>

1. 20일 오후 11시, 넬스푸르트·음봄벨라 스타디움

2.‘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객관적인 전력상 스페인·브라질보다 조금 뒤지지만 여전히 목표는 2연패이다. 4년 전 월드컵을 들어올린 뒤 대표팀을 떠났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유로 2008’ 이후 자국 협회의 ‘SOS’를 받고 다시 복귀했다. 탁월한 전략가인 그의 존재가 이탈리아의 가치를 업그레이드시킨다. 반면, 뉴질랜드는 각종 도박사가 배정한 우승 확률에서 32개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28년 만에 본선에 오른 뉴질랜드는 오세아니아 국가의 가능성과 한계를 상징하고 있다.

3. 지난 대회 최우수선수인 파비오 칸나바로는 여전히 강력한 카리스마로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를 이끈다.

4. 디펜딩 챔피언과 꼴찌 전력 팀의 대결인 만큼 점수 차가 얼마나 날지가 가장 궁금하다. 뉴질랜드의 분투를 빈다.

▲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 중인 포르투갈 대표팀. ⓒ연합뉴스
<포르투갈-북한(G조)>

1. 21일 오후 8시30분, 케이프타운·그린포인트 스타디움

2.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한이 공교롭게도 또 포르투갈을 만났다. 당시 우승  후보 이탈리아를 격파하고 8강에 뛰어올랐던 북한은 당대 최고의 스타 에우제비오가 이끌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3-0으로 앞서갔지만 결국 그에게만 4골을 내주며 3-5로 역전패했다.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등과 ‘죽음의 조’에 속한 북한은 “이길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포기하지 않겠다”라며 복수전을 벼르고 있다.

3 .포르투갈에는 에우제비오 대신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다. 그의 무회전 프리킥은 고지대가 많은 남아공에서 더욱 빛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인민 루니’ 정대세는 유럽 리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욕심이 크다.

4 .북한은 최소 실점으로 아시아 예선을 통과했다. 특유의 자물쇠 수비가 통한다면 역습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초반을 버티는 것이 관건이다.

▲ 지난 5월2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2-2로 비긴 북한 대표팀(오른쪽). ⓒ연합뉴스
<프랑스-남아공(A조)>

1. 22일 오후 11시, 블룸폰페인·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

2. 남아공에게는 개최국의 프리미엄이 있다. 2002 월드컵을 한번 기억해보라. 역대 올림픽에서 개최국은 예외 없이 모두 조별 리그를 통과했다. 히지만 이번에는 다소 불안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는 아일랜드와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티에리 앙리가 핸드볼 반칙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 문제가 되어 톱시드에서 빠지는 징계를 받았지만, 사실상 A조 최강팀이다. ‘유로 2008’의 실패 이후 세대 교체를 통해 명예 회복을 노린다.

3. 지난해 ‘바파나 바파나(남아공 대표팀의 애칭으로, 줄루어로 소년들이라는 뜻)’의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파레이라 감독은 1994년 조국 브라질을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았던 명장이다. 개최국의 이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략도 그의 머릿속에 숨어 있다.

4. A조 최종전이다. 만일 프랑스가 멕시코와 우루과이를 연파하고 16강행이 확정되어 있다면 다음 경기를 위해 힘 조절을 할 수도 있다.

<스페인-칠레(H조)>

1. 26일 오전 3시30분, 프리토리아·로프투스버스펠드 스타디움

2. 스페인은 유로2008 정상에 오르면서 오랜 기간 계속되었던 메이저 대회 ‘무관 징크스’를 마침내 떨쳐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승 후보 0순위이다. 네덜란드와 함께 유럽 예선에서 전승을 거둔 ‘유이’한 팀이다. 다비드 비야, 토레스, 이니에스타, 실바, 사비 알론소 등으로 이어지는 공격과 미드필더 라인은 ‘월드 베스트’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칠레는 다크호스이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대회 최고 복병으로 칠레를 꼽았다. 남미 예선을 2위로 통과했고, 고지대에 강한 것도 큰 강점이다.

3. 역대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적은 항상 내부에 있었다. 화려한 면면에도 지역 감정 등의 문제로 결집력이 약했다. 슈퍼 스타들이 즐비했던 레알 마드리드에서 탁월한 조정 능력을 발휘했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역량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4. 두 팀은 최종전에서 만난다. 조 1위를 다툴 가능성이 크다. 2위가 되면 16강에서 곧바로 브라질을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브라질을 피하기 위해 1위 확보의 중요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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