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젊은 피’를 누가 막으랴
  • 한준희 | KBS 축구해설위원 ()
  • 승인 2010.05.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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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신세대 선수 다수 수혈… 스피드·공격력 뛰어난 ‘멀티플레이어’들에게 기대 커

월드컵은 별들이 명멸하는 무대이다. 어떤 노장들은 선수 경력을 마무리하는 월드컵을 맞이해 영예로운 사라짐을 갈망하며 남아공으로 향한다. 반면, 거대한 기회의 장을 맞이하게 될 샛별들도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게도 이것은 예외가 아니다.

8회 연속 본선 진출을 기록 중인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역사에도 언제나 깊은 인상을 남긴 신예들이 존재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의 김주성이야말로 어쩌면 이 대열의 원조이다. 당시로서는 가장 어린 축에 속했던 김주성은 우리가 32년 만에 본선에 오른 그 무대에서 차범근·허정무·최순호 등 쟁쟁한 선배들과 더불어 팀의 핵심 전력으로서 활발한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김주성과 비슷한 연령대의 ‘청소년 4강 신화 주역’ 김종부 또한 스카우트 파동의 아픔을 딛고 이 대회에서 값진 골을 터뜨렸다.

4년 뒤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홍명보와 황선홍의 월드컵 데뷔가 이루어졌는데, 특히 이 대회는 한국 축구에 재능 만점의 대형 수비수인 홍명보의 탄생을 널리 각인시킨 월드컵이 되었다.

1998년에는 고종수와 이동국이 당대의 ‘아이돌 스타’로 떠오르게 되며, 역사적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박지성의 인상적인 활약은 그가 머지않아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우뚝 서게 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러면 2010년의 남아공에서는 과연 어떠한 신예 스타가 우리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을까? 본선으로 향할 선수단이 26명까지 좁혀진 현 상황에서 그 후보가 될 만한 인물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 맨 왼쪽부터 구자철·김보경·김재성·신형민·이승렬 선수. ⓒ연합뉴스,시사저널

■ ‘신데렐라 공격수’ 이승렬(1989년생)

2008 K리그 신인왕 출신인 이승렬은 이제 FIFA홈페이지에 의해 ‘주목할 만한 월드컵 신성’으로 지목될 정도가 되었다. 탄탄한 기본기와 스피드, 다양한 공격 위치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에다 겁 없는 과감성이 최대의 강점이다. 지난 2월 동아시아 선수권에서 일본을 상대로 골을 터뜨리며 신데델라가 된 그는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수준 높은 결승골을 작렬시킴으로써 자신의 값어치를 더욱 높였다. 출장 횟수에 비해 많은 이승렬의 골수는 ‘슈퍼 조커’로서의 기대감을 높여준다.

■ ‘될성부른 재능’ 김보경(1989년생)

홍명보 감독이 이끈 20세 이하 대표팀의 슈퍼 스타이다. 고교 강호 신갈고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의 자질이 충분했고 대학 진학 후 1, 2학년 대회에서 홍익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날카로운 왼발에 의한 슈팅과 프리킥은 물론, 수준급의 개인 전술과 패스 역량, 미드필더로서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 능력 또한 갖추고 있다. 향후 한국 축구의 미드필드에서 빼놓기 어려운 재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젊은 사령관’ 구자철(1989년생)

역시 홍명보호에서 중원의 핵을 담당했다. 올 시즌 K리그에서도 제주의 돌풍을 이끌며 최고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여유롭고 부드럽게 볼을 다루는 능력에다 폭 넓은 시야와 창조적인 패스, 정확한 중거리 슈팅력을 모두 갖추었다. 역동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으나 한국 축구의 ‘명 플레이메이커’ 계보를 잇는 미드필드 재능임에 틀림없다.

■ ‘포항의 엔진’ 신형민(1986년생)

2009년 소속 클럽 포항이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수비형 미드필더. 2008 K리그 신인왕 후보들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덕목들인 역동성과 성실성, 기본기, 흘러나오는 볼에 대한 강한 슈팅력을 두루 갖추었다.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관록의 조원희가 26명 선발에서 고배를 마신 것도 신형민의 등장 탓이었다.

■ ‘허정무호 비밀병기’ 김재성(1983년생)

연령을 고려하면 결코 신예가 아니며 젊은 피 또한 아니라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대표팀의 ‘새로운 전력’을 논할 때 이 사나이를 제외하기는 불가능하다. 제주에서 이미 만만치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던 김재성이었지만, 역시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계기는 2008년 포항 이적이었다. 포항에서 김재성은 급속도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했고, 기복 없이 계속되는 그의 맹활약은 마침내 그를 월드컵 대표팀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중앙과 측면,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는 미드필드의 만능 선수로서 스피디한 공간 침투,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패스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으며 날카로운 슈팅 및 프리킥에도 재능을 발휘한다. 대표팀이 이른바 ‘박지성 시프트’를 시도할 경우에도 중요하게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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