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철퇴 맞은 MB 크게 바꿔야 산다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0.06.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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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데이비드 모리는 선거 전략가입니다. 정치권에서 알 만한 이들은 그의 이름을 압니다. 그는 1986년 서울에서 은밀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뒤부터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의 막후 조력자로서 역할을 했습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현실화하면서 그는 꿈을 이루었습니다. 이즈음에 숨어 있던 그의 이름도 공개되었습니다. 최근 나온 <알파독>이라는 책에는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투표 행위의 핵심적인 동인은 두려움이다.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준 다음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정치 캠페인의 승리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찾고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비결이다.”

두려움의 종류는 여러 가지입니다. 당장 내 목 앞에 칼날이 번뜩이는 것만이 두려움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내 돈이 사라져 닥치게 되는 경제적인 압박이 두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일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미래 상황에 대한 좋지 않은 예감도 두려움이 되어 스스로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밑바탕에는 이러한 여러 종류의 두려움이 깔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생활인들에게 외부적인 공포와 경제적인 압박이 동시에 닥친다면 두려움으로서는 아마 최악일 것입니다. 이런 때는 톡 건드리면 터지는 봉선화처럼 그야말로 불만이 극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6·2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의 상황이 그와 같았습니다. 이자도 없는 은행으로 돈이 몰렸습니다. 5월에만 19조원이 넘는 돈이 은행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유럽 재정 위기와 천안함 사태가 겹쳐 유럽계가 중심이 된 외국 자금은 한국을 빠져나가기 바빴습니다. 천안함 사태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전쟁 불사’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증시는 폭락했고 환율은 요동쳤습니다.

6·2 지방선거에서 20~30대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왔습니다. 많은 분석가는 이 때문에 여당이 패배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저는 유권자의 중심 축을 이루는 40대의 마음을 잡지 못한 것이 더 결정적이라고 봅니다. 40대가 돌아선 핵심 이유는 두려움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전쟁이 날 수도 있겠다는, 여당이 이기면 국정이 계속 대결 구도로 갈 것 같다는, 4대강 사업으로 상징되는 밀어붙이기 국정 운영이 계속될 것 같다는 따위의 두려움입니다.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분위기는 곧 전쟁이 날 것 같으니 이보다 더한 두려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 문제는 사람입니다. 여권은 청와대, 내각, 당을 일대 쇄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 인물로,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젊은 사람들을 요직에 포진시켜 문화와 국정 운영 행태를 바꾸라는 것이 민심의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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