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과 손볼 것, 지킬 것
  • 성병욱 / 현 언론인 ()
  • 승인 2010.06.1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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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도 역시 ‘중간선거는 집권당의 무덤’이라는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 부활 이후 대통령 취임 2년을 넘겨 치러졌던 세 차례 지방선거(1995, 2002, 2006년)에서 모두 집권당이 참패했다. 정부·여당의 독주·실정에 대한 심판, 견제가 중간선거를 관통하는 흐름이었던 셈이다. 이런 흐름에 비추어보면 이번 선거는 여당의 패배이기는 하지만, 2006년 노무현 정권 때보다는 사정이 낫다.

지금 와서 보면 4대강 개발, 세종시 추진 등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무소통 정치, 천안함 사건의 과도한 선거 이용 등이 국민의 견제 의식을 자극하고, 특히 젊은 층을 투표 참여·야권 지지로 결집시킨 것 같다.

중간선거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다음 본선거의 바로미터로서 더 주목을 받는다. 중간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변신하면 역전승도 가능하지만,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연패의 늪에 빠지고 만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패한 김대중 정권은 그해 말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했으나,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고도 변화에 인색했던 노무현 정권은 다음 대선에서도 참패했다.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금 과감한 변신과 사고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버릴 것, 고칠 것, 지킬 것을 잘 가려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우선 선거 패배로 추진 동력을 잃은 간판 정책들은 포기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세종시 수정안은 박근혜 전 대표측의 반대로 추진 동력이 약해지던 판에 충청권의 완패로 아예 동력을 잃고 말았다. 기세가 오른 야당은 선거 민심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있고, 여당에서조차 출구 전략이 운위되는 형편이다. 선거 패배로 이제는 국민투표 주장도 설 땅을 잃었다. 어떻게 모양 덜 나쁘게 빨리 포기하느냐만 남은 것 같다.

4대강 사업도 속도와 범위 조절이 불가피하다. 홍수 조절·수자원 활용·수질 개선이라는 정부의 사업 추진 명분은 좋으나 그 사업이 실제로 수질을 개선할지, 환경을 악화시키고 생물 자원을 파괴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천주교단과 불교 조계종 등 종교계의 반대도 심각하다. 거기에 야당 출신 단체장 당선자들까지 조직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그렇다고 예산까지 배정되어 진행하던 공사를 중단하는 것도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야당, 지방자치단체, 종교계, 환경단체 등과 소통해 4대강 사업의 범위와 속도 조절에 대한 합의를 마련하는 데 나서야 한다.

이렇게 포기하거나 손볼 것은 과감하게 하더라도 고수해야 할 것은 끝까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안보 관련 정책이다. 천안함 격침 사건이 전쟁위기론으로 번져 선거에서 젊은 층의 야당 결집이라는 역풍을 가져온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안보 문제가 선거 결과에 흔들려서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 천안함 격침을 시인·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대북 외교·경제·군사적 압박을 지속해 북한에게 우리의 결연한 안보 의지와, 도발하면 손해라는 사실을 분명히 가르쳐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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