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장기, 모두 만들 수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6.15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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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년 후에는 인공 심장·간·폐 등 완벽 대체 가능…크기 줄이는 것이 숙제

 

▲ 일본이 2007년 선보인 근력 강화용 ‘입는 인공 장기’를 팔과 다리에 착용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7일 전남대병원 수술대에 일본인 여성 지무라 교꼬 씨(49)가 누웠다. 교꼬 씨는 골반과 넓적다리뼈가 연결되는 부위의 관절(고관절)에 문제가 생겼다.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서 뼈와 뼈가 맞닿아 통증이 심했다. 약 한 시간 동안의 수술 끝에 그녀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녀가 새로운 삶을 얻은 것은 인공 관절 덕이다. 윤택림 전남대병원 관절센터 소장은 “마모된 관절을 잘라내고 금속 재질인 인공 관절로 대체했다. 만일 인공 관절이 없었다면 이 여성은 평생 집 밖으로 외출하지 못하고 살아야 했을 것이다”라며 인공 장기의 유용성을 설명했다.

최근 들어 자식들이 효도 선물로 여길 정도로 인공 관절 수술은 보편화되었다. 우리는 인공 관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관을 인공 장기로 대체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 장기는 사고나 노화로 손상된 신체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사람이 만들어낸 장기를 의미한다. 안경, 보청기 등은 인공 장기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해 오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혈액투석기나 심폐기도 인공 장기에 해당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인공 장기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의족·의수·관절처럼 단순한 기능의 인공 장기가 있는가 하면, 심장·눈·귀·폐·간 등을 대체하는 고기능의 것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20년 후에는 뇌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기관을 인공 장기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한다.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 장기는 적합성·크기·에너지·기능 네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생체에 이식되는 장기인 만큼 혈액이나 조직에 적합해야 한다. 이상 반응이나 거부 반응이 최소화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일본에서는 ‘입는 인공 장기’가 선보였다. 쓰쿠바 대학 산카이 요시유키 교수팀이 개발한 이 인공 장기는 영화 <아이언맨>을 연상시킨다. 팔과 다리에 착용하면 근육의 미세한 신호를 감지해서 움직이도록 고안되었다.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수술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장비는 기존에 이식하는 인공 장기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인공 장기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인공 장기가 작을수록 신체에 부담을 덜 주기도 하지만 배터리 크기를 줄일 수도 있다. 관절은 동력이 필요 없지만, 심장처럼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 인공 장기에는 동력이 필요하다. 인공 장기가 작을수록 소형 배터리로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배터리도 고용량이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키면서도 본래의 기능을 수행해야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인공 장기로 인정받을 수 있다.

▲ 인공 심장. ⓒ녹십자

국내 수준, 선진국인 미국에 30년 정도 뒤져

국내 인공 장기 연구·개발 수준은 선진국인 미국보다 30년 정도 뒤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공 간, 인공 폐 등이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인공 관절, 인공 귀 등은 앞서 있고 인공 췌장과 인공 신장은 대등한 수준이라고 한다. 김희찬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의료기기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치료 기기 중에서도 인공 장기는 기술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모든 인공 장기 관련 의료 기기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핵심이 되는 인공 장기 개발이 그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장기도 인공 장기이다.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런 치료법이 사람에게 적용되려면 적어도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조영호 국립암센터 의공학연구과장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장기 개발,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는 이종 장기 개발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러나 사람에게 사용하기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인공 장기가 대안이다. 앞으로는 영화에서도 볼 수 있음직한, 생체 조직과 결합한 인공 장기도 개발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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