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집 장만’하느라 고단한 집게
  • 박수현 | 국제신문 사진부 차장 ()
  • 승인 2010.06.15 0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부산시 영도구 한국해양대학교 연안

해수면 바로 아래 얕은 바닥, 따개비 위를 뒤뚱뒤뚱 옮겨다니는 고둥이 보인다. 조심스레 살펴보니 빈 고둥 껍데기 안에 집게(Hermit crab) 한 마리가 들어앉아 있다. 잠망경 뽑아내듯 두 눈을 내민 채 주변을 살피던 집게가 순간적으로 몸을 고둥 껍데기 속으로 집어넣더니 오른쪽 큰 집게a발로 껍데기 입구를 막아선다. 그 동작의 민첩함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집게가 고둥 껍데기 속에 들어가 사는 것은, 갑각이 없어 부드러운 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말랑말랑한 배와 꼬리 부분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다. 이들은 자기 몸에 맞는 집을 차지하기 위해 이미 자리 잡고 살고 있는 동료를 끌어내기도 하는 등 평생 집을 장만하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산다.

집게는 적당한 크기의 고둥 껍데기를 발견하면 몸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큰 집게발로 입구의 크기를 가늠한 다음 꼬리부터 밀어넣는데, 대충 몸이 들어갈 정도가 되면 갈고리 모양의 꼬리를 고둥 안벽에 걸고 보금자리로 삼는다. 집게가 한번 자리를 잡고 나면 끌어내기가 힘들다. 꼬리를 얼마나 단단히 고둥 안벽에 걸고 있는지, 힘을 주어 잡아당기면 몸이 끊어지면 끊어졌지 꼬리의 결속을 풀지 않는다. 집게는 다른 게와 마찬가지로 갑각류 십각목에 속하지만, 커다란 집게발을 제외한 나머지 다리는 단단한 고둥 껍데기 속에 사느라 자기 역할이 줄어들어 기능이 퇴화되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