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심장’에는 한계가 없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6.15 02: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지성은 캡틴  그 이상이었다. 우리 대표팀의 화력은 한마디로 ‘양박  쌍용’이다. 박지성(맨체스트 유나이티드)-박주영(AS 모나코)-이청용(볼튼)-기성용(셀틱)을 아우르는 말이다. 기둥은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그리스와 경기를 치르기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월드컵이 큰 대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게임이든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경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경기를 하는 동안 우리가 가진 것을 얼마나 다 보여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 박지성 선수가 그리스전에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쐐기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은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바로 그 순간을 다 보여주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경기에 나선 박지성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최전방에서 중앙으로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그리스 수비진을 흔들었다. 왜 그에게 ‘두개의 심장’이라는 별명이 붙는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박지성은 전반 27분 상대 진영 중앙에서 문전으로 달려들던 박주영에게 그림 같은 킬패스를 연결해 그리스 수비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후반 7분에는 그림 같은 순간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스 중앙 수비수인 루카스 빈트라가 동료에게 받은 패스의 볼 트래핑이 흔들리자 두개의 심장이 달리기 시작했다. 순간 스피드 27.09km/h를 기록하며 쏜살같이 달려든 박지성이 볼을 가로챘다. 박지성은 두 명의 수비수를 따돌리고 30m가량 질주한 뒤 왼발을 이용해 공의 방향을 바꾸며 골망을 흔들었다.

양발, 순간 스피드, 두개의 심장, 동물적인 감각.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며 월드컵 초반의 가장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박지성 개인적으로도 월드컵 3호골이었다. 2002년, 2006년에 이은 월드컵 3회 연속 득점이기도 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안정환과 함께 월드컵 무대에서 최다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다. 16강으로 가는 한국팀의 맨 앞에는 그가 있다. 그래서 든든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