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아이들이 차올린 ‘꿈 빵빵·눈물 범벅’ 축구공
  • 황진미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6.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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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해방 이듬해 발표된 동요 <새 나라의 어린이>는 식민 통치와 이념 갈등을 딛고 탄생한 새 나라의 희망을 건강한 어린이들의 삶에서 찾고자 한다. 4백년간의 포르투갈 식민 통치에 이은 24년간의 인도네시아 점령으로 20만명이 사망하고, 끈질긴 독립 투쟁 끝에 국제 사회의 도움으로 2002년에 건국한 ‘새 나라’ 동티모르의 희망도 건강한 어린이들의 삶에 있을 것이다.

 

학살과 가난으로 얼룩진 동티모르의 유소년축구팀이 2004년 국제 대회에서 우승한 사건은 ‘기적’이다. 월드컵의 국가주의적이고 상업적인 면모와, 유소년축구팀부터 육성해야 한다는 아우성을 생각해보라. 이 각축전에 영양 부족에 맨발로 흙바닥을 뛰던 아이들이 항공료를 물고 출전한 것만으로도 판타지이다. 그런데 이 판타지는 6전 전승으로 이어졌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프로야구가 참칭하는 원형적 판타지에 진정 부합하지 않은가? 하물며 감독이 한국인임에야! 이처럼 <맨발의 꿈>은 실화 자체가 지닌 힘이 세다. 

 

2005년부터 동티모르 팀을 후원해 온 김태균 감독은 실존 인물(김신환)을 훨씬 재미있게 각색해냈다. 주인공(박희순)은 실패한 사업가이지만,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선함과 희망이 회복되어간다. 편집은 재치 있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현지 아이들의 얼굴은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출중한 플레이를 펼치는 스포츠영화의 쾌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 국민이 국제 사회에서 느끼는 감회와 도리를 생각하게 한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다. 그러나 축구의 보편성과 해방감이 더욱 절실한 이들은 제3세계 어린이와 여성일 것이다. ‘소수자의 축구’를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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