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지나치면 ‘화’ 부른다
  •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심리학의 힘 P: ()
  • 승인 2010.06.2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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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물론 파트너까지 곤경에 빠뜨리는 행동 유발할 수 있어

현직 해군 대령이자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에 승선했던 여성 우주 비행사인 노워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43세로 세 명의 자녀를 둔 주부이기도 했던 그녀는 2006년 7월 어느 날 최루 스프레이, 쇠망치, BB총, 검은색 장갑, 약 10cm 정도의 날이 달린 접이식 칼 그리고 대형 쓰레기 봉투를 차에 싣고 반나절 동안 약 1천5백km를 운전해서 올랜도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자정 무렵 짙은 색 가발과 안경, 트렌치코트로 위장한 그녀는 시프먼이라는 여성이 탑승한 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그녀가 나오자 주차장까지 뒤를 밟았다. 그런데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시프먼이 재빨리 차에 올라타서 문을 잠가버렸다. 노워크는 창문을 두드리면서 문을 열라고 했지만, 거절당하자 벌어진 창문 틈으로 최루가스를 뿌렸다. 시프먼은 가까스로 차를 몰아 도망쳤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인근 버스 정류장의 쓰레기통에 물건을 버리던 노워크를 발견하고 바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노워크는 납치 미수와 1급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녀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게 될 상황에 처했다. 도대체 무엇이 세 자녀의 어머니이자 NASA에 근무하는 우주인으로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는 삶을 살던 노워크를 납치와 살인미수 범죄자로 몰아갔을까?

 

ⓒ honeypapa@naver.com

 

■ 짝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고음 | 우주인을 범죄자로 만든 것은 질투심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2주 전에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던 노워크는 몇 달 전부터 디스커버리 호의 우주인이었던 오펠레인 해군 중령을 흠모해왔다. 두 사람은 같이 훈련을 받은 적은 있지만, 디스커버리 호에 함께 승선했던 적은 없었던 직장 동료 수준의 관계를 유지해 오던 사이였다. 하지만 노워크는 이혼남이었던 오펠레인을 이미 자신의 마음 한가운데에 두고 있었다. 문제는 오펠레인이 시프먼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되었다. 오펠레인이 시프먼에게 사랑 고백을 담은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노워크는 이 이메일을 훔쳐보고 질투심에 사로잡혀서 시프먼을 향해 차를 몰고 간 것이다. 그녀의 차에서는 오펠레인이 시프먼에게 사랑 고백을 담아 보낸 이메일을 프린트한 종이가 발견되었다. 자신이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던 사람의 마음을 훔친 여인에 대한 질투가 우주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결국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저지르게 만든 것이다.

질투심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해서 비이성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하지만,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질투심은 자신의 짝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신호해주는 일종의 경고음이다. 따라서 질투심이라는 경고가 발령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짝으로부터 연적을 떼어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자신의 배우자나 애인에게 화내고, 관심과 선물을 이용해서 파트너의 마음을 돌려놓으려고 노력하고, 다양한 첨단 기기를 이용해 감시하고, 험담을 하거나 있지도 않은 소문을 내서 연적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질투심을 유발시킨 상대를 찾아가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예 세상에서 없애버리려고 마음을 먹기도 하는 것이다.

■ 파트너를 지켜주는 힘의 원천 | 질투심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행동들은, 그 방법이나 과정이 우아하건 치사하건 간에, 연적에게 자신의 짝을 빼앗기지 않을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우리 안의 유전자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질투심을 느끼고 이 질투심 때문에 유발된 행동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이라면, 질투심은 파트너를 지켜주는 나의 힘의 원천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질투심을 느끼지 않는 일종의 태평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자신의 파트너가 타인에게 관심을 보여도 질투심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파트너를 빼앗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짝이 없는 사람이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질투심을 느끼지 못하는 태평 유전자의 생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질투심에 힘겨워하는 스스로의 모습 때문에 힘들고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질투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과도하게 민감한 경보 장치 | 사랑을 얻기 위한 투쟁은,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그런데 우리의 유전자는 어떤 방식으로(우아하게 또는 치사하게) 생존할지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든 생존하는 것만이 우리 안의 유전자의 유일한 존재 이유처럼 보인다. 문제는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위험이 없음에도 경고음을 내는 것이 위험이 존재함에도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는 쪽보다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부정 의혹만 있어도 질투심이라는 경고음을 낸다는 것이다. 즉, 질투심은 과도할 만큼 민감하게 맞추어진 경보 장치라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경보 장치가 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질투라는 경보음이,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강하게 발령된다는 점이다. 마치 집에 극도로 민감한 화재경보기를 달아놓은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달아놓은 연기 감지 센서는 집에 불이 났을 때 발생하는 연기를 탐지해서 경보를 발령한다. 그런데 센서가 극도로 민감하면,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나는 아주 작은 연기도 탐지해서 계속 경보를 울려댄다. 아무리 작은 연기에도 시끄럽게 경보음을 울리는 센서 덕분에 집에 불이 나는 것을 쉽게 막을 수 있지만,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울려대는 경보음 때문에 속에서는 열불이 난다는 것이다. 극도로 민감한 센서를 달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듯이, 질투심이라는 경보음에 스스로가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강하게 반응하면 자기 자신은 물론 파트너를 곤경에 빠뜨리게 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관계를 망가뜨린다.

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보냈던 경고음 때문에 관계가 망가지고 마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질투심이 생겼을 때, 질투를 할 만한 진짜 이유가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질투심 때문에 나타난 자신의 행동이 적절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순간적으로 발생한 질투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되면 노워크의 사례처럼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상황에 빠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느끼는 지금의 질투심은 극단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맞추어놓은 경보 장치에서 나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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