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도 살가운 전쟁의 흔적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6.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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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내놓는, 수복지구 강원도 양양 출신 소설가의 성장 소설

 

분단된 조국은 ‘휴전’을 무색하게 만드는 사건들로 ‘여전히 전쟁 중’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잠시 통일의 물꼬가 터지나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처지 또한 여전해 ‘이별’과 ‘슬픔’은 너무 길었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도 너무 길었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었다.  

한국전쟁과 관련한 영화며 드라마, 전시회 등이 줄을 이어 나오고 있다. 중견 소설가 이경자씨의 장편소설 <순이>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절반의 실패>
<사랑과 상처> 등으로 이름을 알린 여성주의 작가인 그녀는 수복지구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순이>는 양양을 배경으로 한국전쟁 직후 수복 상황에서 성장해가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왜정(일제 강점기)’을 겪고, 젊어서는 ‘인공’ 그리고 나이 들어 ‘난리(한국전쟁)’까지 몸소 겪어낸 순이 할머니와 순이 어머니, 순이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여성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한국전쟁을 겪은 상황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고부 관계, 모녀 관계, 더 나아가서는 가족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은 분이네에 응축되어 있다. 전쟁이 나기 전에 번듯했던 기와집은 분이 아버지가 북으로 올라간 다음 국군이 미군과 함께 다시 치고 올라가면서 동네 사람들이 마구 부수는 바람에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말았다. 더구나 분이는 폭격을 피하다 가족과 헤어졌다가 고아원을 통해 기적적으로 집으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순이 할머니는 분이와 놀지 말라고 무섭게 말한다. 하지만 순이로서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할머이, 분이가 나쁘너?” “분이는 어래서 죄가 없어두 그 집 아부지가 빨갱이래서 놀문 안 돼!” “할머니유, 빨갱이가 나쁘너?” “니는 할미가 나쁘다문 나쁜 줄이나 알구 있어!” “왜서?” 

단지 분이 아버지가 빨갱이라서 놀지 말라고는 하지만 할머니 역시 그것이 “하얘졌다가 빨개졌다가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세상 탓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순이 할아버지가 이 모든 상황이 “이승만과 김일성이 없고, 미국과 소련이 없고, 삼팔선이 없고 전쟁이 없고 휴전선이 없다면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듯이 말이다.

 분이 아버지가 간첩으로 넘어왔다는 소문이 돌아도 그것은 어른들의 일일뿐이었다. 순이가 우연히 분이네 집 마당에서 꽈리를 따다가 문틈으로 보게 된 “이상한 눈동자, 털이 부숭부숭하던 얼굴”에 대해 장난처럼 말한 것도 실제 큰일이 되어 나타난다. 누군가 간첩으로 신고해 분이 아버지가 잡혀가고,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분이 어머니와 할머니도 함께 잡혀가고, 분이는 결국 다시 고아원으로 가게 된 것이다.

작가는 “마지막 문장을 써놓고 내가 울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마치 타인의 것인 양 ‘관찰’되었다. 이때, 명치끝에서 배꼽 사이, 그 드넓게 여겨지는 공간 속에서 뭉클한 덩어리가 느리게 움직이는 선명한 느낌에 붙들렸다. 초고를 출판사에 넘기고도 한동안 뭉클하던 덩어리를 잊지 못했다.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슬픔의 고향으로 가는 길은 어렵고 두렵다. 그래서 모든 고향으로 난 길섶엔 조목조목 그리움이 손짓하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21세기북스
MBC <희망 특강 파랑새>에서 통찰력을 겸비한 특유의 통쾌한 입담으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하는 전문 강사 김미경씨. 스타 CEO들의 스피치 선생님, 기업 교육 강사이자 컨설턴트, 라이프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가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21세기북스 펴냄)를 펴내며, 자신의 강의 이력이 담긴 노트를 공개했다.

김씨의 이력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음대 출신이라는 항목이다. 많은 예술 장르 중에서 사람의 마음을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감동시키는 것이 음악이 아닐까. 김씨는 음악에 숨어 있는 감동과 설득의 법칙을 찾아냈고, 자신의 스피치에 접목시켰다. 이를 토대로 2008년 아트 스피치 과정을 개발해 스피치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김씨는 “한국인들치고 스피치에 자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외국인들에 비해 협상력·설득력·표현력 등이 모두 떨어진다. 어릴 때부터 말하는 문화와 토론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라고 한국인이 표현에 서투른 이유를 들었다.

김씨가 말하는 ‘아트 스피치’의 가장 큰 특징은 스피치에 악상 기호를 넣어서 입체적으로 채색을 한다는 것이다. 바로 뮤직 스피치이다. 스피치에서 말이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청중의 귀에 들린 말이다. 아트 스피치에서는 말의 전달력을 높이는 법칙을 음악에서 찾았고, 악상 기호를 활용했다. 그러자 기존의 웅변 스피치는 설득과 공감의 스피치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김씨는 “불후의 명곡이 과학적인 구조를 갖고 있듯 스피치도 콘텐츠, 청중, 공간 언어, 채색, 몸짓 언어가 잘 짜여 있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의 스피치가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유도 이 5가지가 완벽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교향곡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는 콘텐츠에 맞춰 춤을 췄고, 청중을 콘서트 관객 대하듯 대했다”라고 웅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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