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대 아디다스, 승자는?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6.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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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용품 브랜드 월드컵 맞수 대결 ‘후끈’…국가대표팀·스타플레이어 앞세워 마케팅 혈전

 

▲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 리오넬 메시는,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AP연합

글로벌 기업에게 2010 남아공월드컵은 전장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을 이용한 마케팅 활동에 대해 공식 후원사에게 독점적 권리를 부여했다. 여섯 개 공식 후원사 중에 같은 분야의 라이벌 기업은 없다. 공식 후원사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기업들은 라이벌이 벌이는 홍보전을 지켜보든지 우회로를 찾아 ‘매복(Ambush) 마케팅’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기울게 된다.

예외적인 양상을 보이는 분야가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아디다스와 나이키 간에 벌어지는 마케팅 대전이다. FIFA가 선정하는 공식 스폰서를 두고 벌어진 1차전에서는 오랫동안 아디다스가 승자의 위치에 있었다. 아디다스는 1970년부터 FIFA의 든든한 후원자 자리를 지켜왔다. 그렇다고 마케팅 대결이 아디다스의 일방적인 승리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스포츠용품 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우회로가 비교적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마케팅 대전은 이들이 후원하는 남아공월드컵 출전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된다.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축구용품을 사용한다. FIFA가 선정한 공식 스폰서 외에 월드컵 경기장에서 기업 로고가 노출되는 것은 유니폼과 축구화 등 선수들이 사용하는 축구용품이 유일하다. 유니폼은 그중에서도 노출 효과와 빈도 면에서 가장 유용한 마케팅 수단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후원 기업이 제공하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한다. 유니폼 오른쪽 가슴 부분에는 스포츠용품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현재까지 팀 후원에선 ‘보합세’, 선수 후원에선 아디다스가 앞서

아디다스는 개최국 남아공을 비롯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12개 국가대표팀을 후원한다. 스페인, 독일, 프랑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멕시코, 일본, 파라과이, 슬로바키아, 그리스, 덴마크이다. 나이키는 이보다 적은 아홉 개 국가대표팀을 후원한다. 한국, 브라질, 포르투갈,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미국, 호주, 세르비아, 뉴질랜드이다. 전체 참가국 가운데 3분의 2가 아디다스와 나이키 유니폼을 입는 셈이다.

국가대표팀만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마케팅 대리전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 선수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대표팀과 관계없이 스폰서 계약을 한다. 특히 현대 축구를 상징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은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마케팅 대결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아디다스는 리오넬 메시, 카카, 스티븐 제라드 등을 후원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프랑크 리베리 등은 나이키가 후원하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개인 후원사가 제공하는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임한다. 이 선수들이 발을 이용해 킥과 슈팅을 날리는 장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브랜드 노출 효과를 얻는다. 

▲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호날두는 북한과의 경기에서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켰다. ⓒEPA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을 나누어 가지고 있는 두 라이벌 기업은 더 강한 팀과 좋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으며 경쟁한다. 경기력, 축구 열기, 경제 수준에 따라 후원금 액수는 달라진다. 아디다스는 독일에 연간 1백75억원, 프랑스에 2백억원, 일본에 2백억원을 후원한다. 나이키는 브라질과 연간 1백50억원, 한국과는 2007년부터 4년간 총 4백9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스포츠용품 브랜드와 대표팀 사이에 후원 관계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다. 나이키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아디다스가 후원해 온 프랑스 대표팀과 2011년부터 7년 동안 연간 5백90억원에 후원 계약을 맺었다. 나이키는 독일까지 노렸지만, 아디다스가 기존 후원금의 두 배를 지불하며 나이키의 가로채기를 저지했다.

디자인 경쟁도 치열하다. 유니폼과 축구화 디자인에 통일성을 주어 자사 제품의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유독 주황색 축구화가 눈에 많이 띄는 것도 나이키가 출전 선수에게 제공하는 축구화에 공통적으로 주황색을 입혔기 때문이다. 각 나라마다 전통적인 색상을 사용하는 유니폼은 다른 방법을 활용한다. 아디다스는 늘 그래왔듯 양 어깨에 ‘삼선’을 새겨 넣었고, 나이키는 양팔 하단에 막대 모양의 선을 집어넣었다.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준비 과정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결과는 의외성이라는 스포츠의 속성과 맞물린다. 어떤 팀들이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팀은 누가 될지에 따라 효과가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스타플레이어 활약에 따라서도 효과가 달라진다. G조 H조 최종전을 남겨둔 6월25일 현재 아디다스는 독일·아르헨티나·멕시코·일본·파라과이·슬로바키아를, 나이키는 한국·브라질·미국·네덜란드를 16강에 진출시켰다. 조별 리그에서 아디다스가 후원한 메시·비야·카카 등이 맹활약을 펼친 데 반해 나이키는 호날두를 제외한 루니·리베리 등이 죽을 쑤었다. 아디다스로서는 우승 후보 프랑스의 탈락이 아쉽지만, 지금까지 팀 후원에서는 보합세. 선수 후원에서는 아디다스가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아직 반전이 남아 있다. 우승팀과 대회 최우수선수가 결정되는 순간 최후에 누가 웃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3D 영상 TV’도 달아올랐다 

소니는 전자제품 제조업체
가운데 유일한 FIFA 공식 스폰서이다. 공식 스폰서 선정을 두고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스폰서 쟁탈전에서는 소니가 승리했지만, 제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려나 있다. 소니가 업계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3D TV이다. 소니는 남아공월드컵을 계기 삼아 차세대 주력 제품인 3D TV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소니는 남아공월드컵에서 벌어지는 25경기를 3D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를 위해 최신 촬영 시스템을 경기장에 배치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에서 3D로 제작된 경기 화면이 생방송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상파인 SBS가 시험 방송 채널을 통해,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자체 채널을 통해 3D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소니는 경기 영상을 블루레이 디스크로 제작하고 플레이스테이션 차기 버전에서 동작시킬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각 법인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벌이는 마케팅 외에 회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글로벌 마케팅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경쟁사가 월드컵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광윤 삼성전자 홍보팀 차장은 “3D TV 같은 새로운 분야 제품은 누가 마케팅을 하더라도 전체 시장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서로에게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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