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부럽지 않은 FIFA 회장
  • 반도헌·김세희 기자 ()
  • 승인 2010.06.29 16: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세계 어떤 국제 기구보다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FIFA는 회장이 전권을 휘두르는 중앙 집중적 권력 구조를 가지고 있다. FIFA 내에서 회장이 행사하는 의사 결정권은 황제의 그것과 맞먹는다. FIFA는 회장 한 명과 부회장 일곱 명으로 운영된다.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은 총회이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집행위원회에 있다. 24명의 집행위원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회장의 손안에 있다.

역대 FIFA 회장은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장기 집권해왔다. 시작은 프랑스 출신 줄 리메이다. 그는 33년 재임하면서 1차 대전 이후 위기에 빠진 FIFA 조직을 추스르고 월드컵의 기초를 다졌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인 ‘줄 리메 컵’은 그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축구 종주국 영국의 4개 축구협회를 끌어들인 것도 줄 리메였다. 다음 주자는 브라질 출신 주앙 아벨란제이다. 1974년 취임한 그는 FIFA라는 조직을 기업화시킨 장본인이다. 아벨란제는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여 월드컵을 상업화하는 데 앞장섰다. 이제는 자리를 잡은 경기장 광고판을 도입한 것도 그였다. 1998년까지 24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FIFA 회장=절대 권력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제프 블래터 현 회장은 완성형이다. 아벨란제 밑에서 17년 동안 사무총장을 맡은 그는 준비된 회장이었다. 블래터는 TV 중계권을 FIFA의 최대 수익원으로 만들어냈다. FIFA의 기업화는 블래터에 의해 정점을 이루고 있다. 내년에 4년 임기가 끝나는 블래터는 4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장기 집권을 향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모하메드 빈 함맘 회장이 대권을 노리고 있지만, 블래터의 아성에 미치지 못한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두고 있는 FIFA는, 스위스 내국법의 적용을 받지만 철저한 비밀주의를 엄수한다. 블래터 회장과 측근으로 이루어진 최고 핵심부가 수익과 관련된 중계권과 공식 후원사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FIFA가 의혹에 시달리는 것도 이러한 비밀스러운 운영 방식 때문이다.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할 때마다 불거지는 문제가 회장의 개입과 선정위원들의 수뢰 의혹이다. 조카인 필리프 블래터가 회장으로 있는 인프런트 스포츠 미디어(Infront Sports & Media AG)가 월드컵 방송권을 독점 판매하는 에이전시로 선정된 것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정황은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찾아내기 힘들다. 폐쇄적인 운영이 의혹 해소를 막고 있다. 정효웅 MBC ESPN 축구해설위원은 “의사 결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정관이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마저 회장에게 힘이 집중되어 있는 구조라서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