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울린 “우리가 남이가!”
  • 김지영·김회권 기자 ()
  • 승인 2010.07.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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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포항 출신 중앙 부처 5급 이상 공직자 모임 ‘영포회’,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주목돼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에 대해 애틋한 감정을 갖기 마련이다. 경북 포항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이대통령이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재산 가운데 서울 서초동의 영포빌딩과 양재동의 영일빌딩 등이 있다. 이 건물명에서도 남다른 애향심을 엿볼 수 있다. 영포빌딩의 ‘영포’는 ‘영일군·포항시’의 줄임말이며, 영일빌딩은 ‘영일군’에서 따왔다. 이대통령의 선영도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에 있는 ‘영일울릉목장’ 안에 위치해 있다. 모두 이대통령 형제의 고향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 지난 1월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서 만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가운데). ⓒ연합뉴스

이상득 의원이 회원으로 있는 ‘영포회’가 7월 정국에서 갑자기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 2008년 개인 블로그에 이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올린 한 민간인을 사찰한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야당은 사찰 책임자인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영포회’ 회원이고, 이지원관으로부터 사찰 내용을 보고받은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역시 포항 출신이며 이 모임 회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포회는 지난 2일 보도자료에서 “이지원관과 이비서관은 영포회 회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공직 사회에서 영일·포항 출신은 ‘성골’, 대구·경북 출신은 ‘진골’로 불린다.

그렇다면 영포회는 어떤 조직일까. 영포회의 정식 명칭은 ‘영포목우회’이다.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모임이다. 1984년 창립 당시 총무직을 맡았고 1990년대 중반에 회장을 역임한 박명재 전 행정자치부장관의 설명을 들어보자.

“영포목우회는 목민관으로서 바른길을 걸으며 회원 상호 간의 친목과 고향 발전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하는 소박한 염원에서 출범했다. 건설부 원주청장을 지낸 김석수씨가 초대 회장을 1990년대 중반까지 맡았고, 이후 내가 10여 년 동안 회장으로 있었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내 뒤를 이었다. 내가 총무를 맡던 1990년대 초반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 임채주 전 국세청장, 건설부 제2차관보를 지낸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 등 정회원이 80여 명이었다. 최상엽 전 법제처장, 이인섭 전 경찰청장 등 10여 명은 명예회원이었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과 김무성 대표의 형인 김창성 전방 명예회장, 신정수 전 한냉 사장, 이상득 의원과 허화평 전 의원 등 20여 명이 고문직을 맡았다. 1년에 두 차례 정기 모임 외에 수시로 친목 모임을 갖기도 했다.”

회원 가운데 형제 회원이 포함되어 있어 눈에 띈다. 바로 이대통령과 이상득 의원, 최동형·최주형 전 건설부 국장 등이다. 부산 태생인 김무성 대표는 형인 김창성 회장과 누나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 포항 태생인 인연으로 이 모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포회의 회원 수는 현재 1백20여 명에 달하며, 2008년 11월에 열린 송년 모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모임에는 현 정권의 실세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당시 국회 국토해양위원장)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이상득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이 모임에서 최위원장이 “이대로!”를 선창하자 참석자들이 “나가자!”라는 구호로 화답하면서 화제에 올랐다.

 

1984년 결성…이상득·최시중 등 MB 정권 핵심들 포진

이날 참석한 일부 회원들의 발언 내용을 통해 영포회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영도자 이대통령을 위해 힘껏 지원하는 열정을 가슴에 새기자”(최위원장), “이대통령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후광으로 동해안 시대를 열기 위한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이병석 의원), “이렇게 물 좋은 때에 고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죄인이 된다”(박승호 포항시장),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최영만 당시 포항시의회 의장), “속된 말로 경북 동해안이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좀 떨어지고 있다”(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이 지역구인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 등의 발언들이 정치권에서 구설에 올랐다. 이대통령과 이상득·이병석 의원 등은 포항 동지상고 동문이기도 하다. 영포회 회원들은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서인지 이후 상당히 언행에 신중을 기했다.

이들 이외에 포항 출신인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 이강덕 부산지방경찰청장, 이상휘 청와대 춘추관장, 이춘식 한나라당 의원, 박창달 전 의원,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병욱 환경부 차관 등이 영포회 멤버로 알려졌다(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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