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멀어지고 ‘자극’만 남는가
  • 정덕현 | 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0.08.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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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토크쇼, 밤 시간대 방송의 ‘대세’로 자리 잡아…외모 치중 발언 등 문제점 다수 노출

 

▲ MBC ⓒMBC

집단 토크쇼는 여전히 대세일까? 시청률로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놀러와> <해피투게더> <황금어장> 같은 일반적인 형태의 토크쇼도 15%에서 1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어, 집단 토크쇼인 <강심장>(16%대)이나 <세바퀴>(20%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시간대에 맞닥뜨린다면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새롭게 등장한 <승승장구>와의 대결에서 <강심장>은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세바퀴>는 주말 예능의 강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확실히 게스트가 집단적으로 출연하는 이들 토크쇼는 강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세바퀴> 같은 집단 토크쇼가 대세로 자리 잡은 이유는 그 화법이 현실과 조우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르와 세대, 성별과 소재처럼 구분되어지는 어떤 것들이 한 공간에 모여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며 하나로 융화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수의 넋두리 같은 이야기가 신변잡기처럼 나오다가, 갑자기 즉석에서 그 가수를 무대로 끌어내 노래하게 만들고, 그 노래에 맞추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줌마들과 아이돌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만드는 그런 공기가 흘렀다. 이런 분위기 위에서 집단 토크 시스템이 갖는 경쟁적인 구도,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까지 소화하는 쇼…. <세바퀴>는 어찌 보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로만 가득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장점들뿐일까. 설마.

<세바퀴>가 자랑했던 신구 세대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약칭 일밤)에서 빠져나와 몇 차례 편성표의 자리를 옮겨다니다 현재 시간대로 자리를 잡으면서부터다. <세바퀴>는 밤 시간대에 걸맞게 질퍽한 성적 농담이 오가는 자리로 변했다. 가장 단적인 변화는 내적인 이야기보다 외모에 치중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점이다. 젊은 남자 아이돌에게 복근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보여주면 일제히 환호하는 아줌마의 모습 그리고 때로는 과감하게 복근을 만지거나 껴안는 장면은 물론 호감의 표시이거나 웃음을 주기 위한 과장일 테지만, 이런 장면이 연출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거기 세워지는 젊은 남성 혹은 여성이 이 당혹스런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다. 조권처럼 이미 예능감이 충만한 아이돌이라면 오히려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상황을 주도해나간다. 이럴 경우, 성희롱 같은 느낌은 상쇄된다. 물론 이런 연출이 잘된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나마 이런 경우는 어떤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 사실이다.

<세바퀴>의 외모 치중은 결국 성적인 뉘앙스를 풍기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신구 세대 간의 균형 있는 접근이 아니라, 아저씨 아줌마가 젊은 세대를 세워놓고 그 성적인 뉘앙스(외모로 표현되는)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상황이 만들어내는 문제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성 희롱 같은 불편한 장면이 연출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아저씨·아줌마로 표상되는 세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아저씨·아줌마는 다 그래)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으로 넘어가면 애초에 <세바퀴>가 의도했던 세대 간의 소통은 요원해진다. 결국 구세대가 젊은 세대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얘기이다.

강한 이야기에 집착한 <강심장>은 출연자들의 자극적인 대결 불러

그렇다면 <강심장>은 어떨까. 애초부터 <세바퀴>와는 달리, 강한 이야기에 대해 집착을 보인 <강심장>은 바로 그 집착 때문에 물의를 빚었다. 전 소속사의 이사이자 선배 가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로, 이른바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유인나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심장>에 출연하는 게스트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거기 출연하지 않은 동료 연예인의 사생활까지 마구 털어놓는 폭로전의 온상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강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또 중간 중간에는 반드시 준비된 아이돌의 섹시 댄스 역시 수위가 높은 편이고, 토크쇼의 말미는 대부분 감동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여러 번 반복되면서 이것은 <강심장>의 유형이 되어가고 있다. 유형화된 토크쇼의 문제는 초대 손님이 유형에 맞게 토크를 준비해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유형화가 더 공고히 되기 마련이다. 사람은 매번 바뀌지만 하는 이야기는 반복적일 때, 자칫 식상해질 수 있다. 때문에 강한 이야기를 모토로 하는 <강심장>은 점점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집단 토크쇼는 인터넷 같은 뉴미디어의 소통 방식과 유사한 점이 있어 그 토크 방식에 대한 공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뉴미디어가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소통 방식에 대한 많은 문제점처럼, 집단 토크쇼 역시 거기서 양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자극적인 재미가 있지만 그 재미가 오래 이어지려면 이런 문제점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 SBS ⓒSBS
토크쇼에서 고정 게스트의 집단화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시도되었던 김용만의 ‘브레인 서바이버’는 게스트가 집단적으로 출연해 퀴즈를 풀며 토크도 하는 형식으로, 퀴즈쇼와 토크쇼가 적절히 접목된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었다. 당대 이 코너의 인기는 ‘코미디 하우스’에서 정준하가 자신을 두 번 죽이며(?)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노브레인 서바이버’로 이어졌다. 현재 토요일 예능의 최강자로 <무한도전>의 아성마저 위협하는 <세바퀴>는 이 ‘브레인 서바이버’가 보여준 퀴즈쇼와 토크쇼의 결합에 대한 재해석이다. <세바퀴>는 이 형식에 아줌마의 수다를 결합하고, 퀴즈에서 설문을 통한 공감 포인트를 부가했으며, 토크만이 아니라 몸 개그적 요소까지 마련함으로써 명실공히 토크쇼와 퀴즈쇼에 개그쇼까지 두루 겸비한 버라이어티쇼로 자리매김했다. <강심장>은 <세바퀴>가 가진 집단 토크쇼의 형식을 끌어와 대결하는 방식을 부가시켰다. 좀 더 강한 이야기와 <강심장>만의 강렬한 퍼포먼스, 게다가 감동 코드까지 들어 있어 지금의 집단 토크쇼가 갖는 성공 코드를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은 이 집단 토크쇼의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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