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에 대한 책임 스스로 져야 한다
  • 이관석 | 신한은행 재테크팀장 ()
  • 승인 2010.08.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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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형 랩 열풍에 주목받는 ‘랩어카운트’ 투자시 유의 사항

 

ⓒ 시사저널 사진팀

랩어카운트(Wrap Account) 잔고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 열기가 매우 뜨겁다. 코스피가 오랫동안 1천5백50~1천7백50포인트 박스권에 갇혀 지루한 횡보세를 거듭하면서 1천7백 포인트만 되면 환매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1천7백은 환매선’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펀드 인기가 시들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랩어카운트는 투자 일임(Investment discretionary) 또는 투자 자문(Investment advisory) 계약에 따라 증권사에서 관리하는 맞춤형 종합 자산 관리 계좌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일반 주식형 펀드(공모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한 데다 금리마저 낮은 상태가 지속되자 고액 자산가와 법인 자금을 중심으로 랩어카운트 자산이 빠르게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 잔고는 지난해 3월 말 13.3조원에서 올해 3월 말에는 22.0조원, 그리고 5월 말에는 27.6조원으로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특히 투자자문사로부터 투자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 랩은 올해 3월말에는 전체 잔고의 2.4% 수준에 불과했지만 5월 말에는 5.1%, 6월 말에는 8% 가까운 수준으로 급증했다. 거액 자산가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단기 자금을 채권형 MMW(Money Market Wrap)와 어음 관리 계좌(CMA)형 MMW에 운용하는 일임형이 주를 이루던 랩어카운트 시장에 자문형 랩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40~60개 종목으로 구성되는 덩치 큰 펀드와 달리 8~15종목으로 운용되는 자문형 랩은 빠른 시장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시장이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유연한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자문형 랩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특정 우량주에 대해 수요가 집중되면서 상승 폭이 확대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에서만 판매되었던 랩어카운트가 2010년 5월 은행법 개정에 따라 11월부터 은행에서도 판매되고 금액 제한이 더 낮춰지면 랩 자산의 급증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 우량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고 하지만…

소수 우량 종목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랩의 밝은 빛 뒤에는 여러 가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일반 공모 펀드와 달리 일임 또는 자문 계약에 의해 증권사의 자율이 더 크게 보장되는 랩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고, 성과 보수를 수취하는 맞춤형 랩 등의 경우에는 펀드보다 투자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또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함에 따라 종목 선택이 성공했을 경우에는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열풍에 휩싸여 단기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했다가는 또 한번 큰 홍역을 치를 수 있다. 무엇보다 투자 성과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명심해서 투자할 때 유의 사항을 꼼꼼히 점검하고, 믿을 수 있는 자문사와 증권사를 신중히 선택해 장기적 포트폴리오 배분 차원에서 적정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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