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더불어 살기’
  • 손유리 인턴기자 ()
  • 승인 2010.08.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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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탈북자 관리, 전문성·일관성 부족 지원금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에 빠듯 하나원 교육 기간·내용에도 불만 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한 탈북자들. 하지만 이들이 남한 땅을 밟는 순간 느끼는 것은 두려움과 막막함이다. 새로운 체제, 낯선 사회에 대면한 탈북자들의 안정된 정착과 적응을 위해 우리는 어떠한 배려를 하고 있을까.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 정상적으로 진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그들은 입국하는 순간 1차적으로 국정원, 기무사,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동 심문팀으로부터 위장 탈북자들과 조선족, 화교 등을 걸러내는 조사를 받는다. 그 후 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 입소하게 된다. 여기서 총 12주 동안 건강 증진,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직업 훈련 등의 교육을 받은 후 각자 초기 정착 지원금과 주택을 할당받아 사회로 진출한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들은 대부분 하나원에 들어오기 전부터 신분을 가린 채 장기간 숨어 지낸다. 그리고 국정원에서 길게는 4개월 동안 조사를 받은 후 하나원에서도 3개월을 지내는 셈이다. 사회에 진출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어서 답답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탈북자들 상당수는 하나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교육 기간을 단축하고 내용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2008년에 탈북한 이민지씨(가명·46)는 하나원의 커리큘럼에 대해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컴퓨터 수업 시간을 확장해야 한다. 또한, 영어에 취약한 탈북자들을 고려해 수업의 난이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교육보다는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식 위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2009년 6월8일 탈북자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는 경기 북부 하나센터 개소식이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웰빙타운빌딩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탈북자에 대한 대우도 지역·사람 따라 천양지차

하나원을 퇴소한 후에는 탈북자 지역 적응 센터(하나센터)가 이들의 정착을 돕는다. 하나센터는 탈북자들의 주소 등기 이전과 주택 입주에서부터 생필품 구입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담당 안내 도우미들이 항상 친절한 것은 아니다. 이씨는 “친분이 있는, 경기도 용인에 사는 탈북자가 지난해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 적십자 소속 자원봉사자가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너희는 왜 내려왔느냐’라며 막말을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지역마다 어떤 도우미를 만나느냐에 따라 탈북자들에 대한 대우가 천양지차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 예산으로는 하나센터의 시설 및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각 지역의 적십자, 복지관, 청소년·가족 상담 센터 등에 위탁해 운영한다”라고 설명했다. 통일부가 자체 운영하지 않고 여러 외부 기관이 개입하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전문적이고 일관된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나원을 퇴소한 뒤 지급하는 정착 지원금도 그들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착 지원금은 1인일 경우, 초기 지급금 3백만원을 주고 이후 세 달 동안 매달 100만원씩을 지급한다. 여기에 주거 지원금 1천3백만원을 추가하면 1인당 총 1천9백만원 규모이다. 하지만 여기서 브로커 비용을 빼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4인일 경우에는 총 3천6백만원, 7인 이상일 경우에는 5천100만원을 준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창업을 하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이 꽤 많은데 투자할 돈이 없다. 고령자들은 취업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취업 장려금은 그림의 떡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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