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 유창선 / 현 시사평론가 ()
  • 승인 2010.08.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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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에서 내정된 10명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이제 임명 절차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간단하지 않다.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후보자들의 신상과 주변을 둘러싼 의혹들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위장 전입 문제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신재민 문화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무려 다섯 차례나 위장 전입을 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아무리 자녀 교육을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그렇게 상습적인 위장 전입 행태가 국민의 이해를 얻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논란거리가 되었다. 신재민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야 투기 의혹이 제기되었고, 특히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는 쪽방촌 건물 투기 의혹이 불거져 물의를 빚었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 계좌 발언, 천안함 유족 동물 비유 발언도 커다란 물의를 빚었다. 그 밖에도 자녀의 국적 문제, 논문 중복 게재 문제, 세금 탈루 의혹 등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내각을 이끌 위치에 있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문제였다. ‘40대 젊은 총리’ 소리를 들으면서 8·8 개각의 스타로 떠올랐던 김후보자에게서는, 그런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숱한 문제들이 드러났다. 박연차 전 회장과의 관계, 재산 증식을 둘러싼 의문, 도청 직원을 사택 도우미로 파견한 일, 정치 자금을 불법적으로 대출받은 일, 재산 등록 과정에서의 누락, 부인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일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들 문제에 대해 김후보자는 대부분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지경에 몰리거나 혹은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틀 동안의 청문회 과정에서 계속된 말 바꾸기의 모습은 총리 후보자의 거짓말 논란으로까지 비화되었다. 박연차 전 회장을 안 시점을 2007년 후반이라고 답변했다가 야당 의원들이 자료를 들이대자 이를 번복하는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해 계속 부인하다가 관련 증거를 대고나면 시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을 더듬어보겠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래서 청문회가 끝났어도 김후보자와 박연차 전 회장 사이의 관계는 여전한 의문거리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신뢰를 생명으로 해야 할 총리 후보자로서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장수 아들인 젊은 총리’라는 콘셉트는 사실상 무너져버렸고,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다수 여당의 덕으로 국회 인준을 통과한다 해도 김후보자가 총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김태호 후보자를 비롯한 10명의 후보자 임명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들을 그대로 임명하면서 과연 국민과의 소통을 말할 수 있을까. 후보자들의 공정하지 못했던 행태를 다 용인한다면 이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공정 사회’라는 구호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눈앞의 정치적 타격이 두려워 부적격 인사들을 그대로 임명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이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대통령의 결단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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