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 해체’ 뒤 숨은 그림자 찾기
  •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기자 ()
  • 승인 2010.08.3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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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오서 코치 결별 과정에 ‘오해’ 소지 많아…오서 코치의 매니지먼트사인 IMG 개입설도

 

▲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지난해 4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CC 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 공연을 앞두고 김포의 한 호텔에서 오서 코치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2월2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대관식을 치른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와 코치 브라이언 오서(49·캐나다)의 드림팀이 격렬한 파열음을 내며 깨졌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보여준 기량은 발군이었다. 한 치의 실수도 없는 깨끗한 연기였다. 그날 김연아가 연기한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어려운 구성을 지닌 프로그램이었다.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감격에 복받쳐 눈물을 흘렸고, 아이스링크 밖에서 보고 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고 브라이언 오서는 명코치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김연아를 이끌어주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평범한 아이스쇼 코치에서 여러 명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타티아나 타라소바와 같은 명코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팀을 이루었다’라는 것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었나 보다. 명선수와 명제자의 드림팀은 시상식 뒤부터 삐걱거리고 있었다. 김연아측과 브라이언 오서의 갈등은 서로가 없는 자리에서 상대를 비난하며 작별을 고하게 되었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8월24일. 브라이언 오서의 매니지먼트사인 IMG뉴욕은 “오서가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로부터 갑작스럽게 결별 통보를 받았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06년부터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4년을 동고동락한 김연아 선수와 오서 코치의 계약 관계가 끝난 것이다. 

피겨계에서 선수와 코치가 헤어지는 일은 매우 일반적이다.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다르게 선수측이 코치를 고용하는 관계로 성립된다. 국내에서 여러 명의 코치들에게 지도를 받았던 김연아는 캐나다 전지훈련에서 만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오서에 코치직을 요청했고 마침내 이들은 스승과 제자가 되었다. 김연아와 오서는 팀을 이루면서 각자 그들의 경력에서 이루지 못했던 성취를 보여주어 ‘찰떡궁합’이라는 평을 들었다.

■ 오서 “김연아는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헤어지게 됐다”

▲ 김연아의 롱프로그램 안무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윌슨 코치(위)는 오서 코치가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을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불화설의 시발은 지난 7월 말에 열린 ‘올댓 스케이트 서머’였다. 이 행사에서 브라이언 오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연아가 출연하는 아이스쇼에서 연출자의 자리를 도맡았던 오서가 올림픽 뒤 최대 행사에 나타나지 않자 ‘둘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이야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오서는 이번 결별 과정에서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의 “일방적인 통보로 해고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박씨가 대표자로 있는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즉각 반박했다. 올댓스포츠에 의하면 김연아와 오서의 불편한 관계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지속되어 왔으며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하고, 결국 김연아 홀로 연습을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들과 지속적인 인터뷰를 가지며 ‘자신의 억울한 점’을 언론을 통해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주급 1백10달러(우리 돈 65만7천원)라는 돈을 받고 김연아를 가르쳤다는 점. 그리고 아사다 마오(20·일본 츄코 대학)의 코치를 할 마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명분상 우위를 점하는 듯 행동하던 오서는 자충수를 두었다. 피겨계에서 금기시되는 일을 하고야 만 것이다. 한국 시각으로 8월25일, AFP통신과 인터뷰를 가진 오서는 김연아의 새로운 롱프로그램이 <아리랑>이 들어간 한국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김연아와 재계약을 할 의사도 있음을 드러냈다.

김연아처럼 세계적인 스케이터인 경우에 새 프로그램의 내용은 발표 전까지 비밀에 부쳐진다. 안무가라 하더라도 선수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새 프로그램을 공개할 수 있다. 김연아의 롱프로그램 안무를 맡은 데이비드 윌슨은 8월24일, 피겨 스케이팅 전문 사이트인 아이스네트워크(web.icenetwork.com)를 통해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이 ‘거의 완성되었다’는 사실 정도만 전했을 뿐이다. 구성이 어떻다는 등의 내용은 일절 없다. 때문에 오서의 ‘폭로’에 대해 윌슨은 “오서가 새 프로그램을 언론에 공개한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와는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이 너무 놀랍고 당황스럽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서가 김연아의 전 코치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 것이다.

■ 김연아측 “선수에게 피해 주는 일은 멈춰 달라”

올댓스포츠 쪽은 “오서 코치는 즉각 선수에 대한 비방을 멈추기 바란다. 선수의 훈련과 관련된 기밀 사항을 더 이상 공개할 경우 매니지먼트사 차원에서 그에 대응할 것이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오서가 김연아의 코치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논란에 휩싸였다면, 이후 오서가 벌이고 있는 오락가락 행보와 돌출 발언에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명선수와 명코치의 갈등 뒤에 거대 매니지먼트사인 IMG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연아는 한때 IMG코리아 소속의 선수였다. 이후 IB스포츠를 거쳐 올댓스포츠로 자리를 옮겼다. 김연아가 IMG에서 IB스포츠로 옮길 때 법적 소송도 있었다. IMG측에서는 김연아에게 자사가 주최하는 아이스쇼에 출연하면 소송을 멈추겠다는 의견도 제시했지만, 김연아측은 타협 대신 법률적인 판단으로 승리했다. 국내 아이스쇼에서 세계 유명 피겨 스타 중 ‘김연아만 안 나온 아이스쇼’와 ‘김연아 빼고 이렇다 할 스타가 없는 아이스쇼’가 국내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브라이언 오서는 김연아에게 찰떡궁합을 과시할 때도 IMG뉴욕 소속이었다. 오서는 지난 5월 재계약을 한 뒤에도 여전히 IMG에 남아 있고, 오히려 올림픽 이후 IMG그룹 내에서 위상이 더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김연아와 오서의 갈등 뒤에 IMG와의 질긴 악연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사다 마오도 IMG 소속으로 최근 국내 아이스쇼에도 출연하러 왔었다. 오서는 아사다 마오의 코치를 맡지는 않겠다고 하면서도 최근 일본 주니어 선수를 가르치고 있다. 오서가 마오의 코치만 맡지 않았을 뿐 일본 돈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파문으로 가장 피해를 본 당사자는 김연아 선수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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