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레드카펫 깔기’인가
  • 진희관 | 인제대 통일학연구소 소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8.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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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위원장 전격 방중의 속셈 / 44년 만의 당대표자회 개최 등 위기 탈출 움직임과 관련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7일 4박5일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전용 열차에 올라 배웅 나온 중국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인 올해, 북한은 9월9일 국가(공화국)수립 기념일을 앞두고 당대표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런 시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해 세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대표자회는 1958년과 1966년 두 차례만 개최된 바 있다. 매우 이례적인 회의 기구이다. 특히 과거의 회의 시점과 내용을 보면, 비상시국에 개최되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44년 만에 제3차 당대표자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북한이 현재 총체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의 위기에는 일상적인 것과 최근의 주변 정세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먼저 일상적인 위기 요인으로는 김정일의 건강 이상을 들 수 있다. 김위원장은 2008년 8월 중순 이후 뇌졸중의 후유증 또는 합병증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후계 구도를 서두르는 배경이 된다. 더욱이 최근 제3국 의료진이 방북한 것으로도 보도되었다. 이 때문에 그의 건강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따라서 권력 구도의 ‘안정’을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후계 구도가 조속히 안정되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최소한 중국과의 실용적인 관계를 ‘구체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외교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지원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지속적인 경제 위기를 들 수 있다. 중국의 일관된 경제지원이 존재하지만, 남북 관계의 악화로 인해 2008년 이후 대북 지원은 중단된 상태이다. 특히 식량 40만t의 차관과 비료 30만t의 지원 중단은 북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2009년 상반기의 제2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인해 유엔의 경제 제재가 시행되고 있어 대외 경제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화폐 교환 역시 실패로 끝이 났다. 따라서 지금의 북한은 경제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셋째, 주민들의 ‘일탈’을 들 수 있다. 국가 운영 시스템이 붕괴된 상태에서 주민들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장마당을 통한 개인의 ‘소상품 경리(사적 경영)’가 증가하고 있어 이미 국가 계획경제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일상에서의 ‘일탈’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사상’의 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위기 요인은 주변 정세이다. ‘천안함 사태’가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3월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과 제반 대북 지원이 고려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북한은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취해야만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이 사건을 ‘날조’라고 주장하면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천안함 정국’은 북한의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결국 지난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북·중 간 정상회의가 개최되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시 말해,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수뇌부의 중국 방문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올 9월 초에는 44년 만에 당대표자회를 개최해 당의 최고 지도 기관을 선출해야 한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의 당 고위직(비서국 비서·정치국 상무위원·중앙군사위원 등) 진출이 예상되고 있다.

10월에는 당 창건 65주년 기념식을 개최해야 하는데, 올 초 신년 공동 사설에서 북한은 “10월의 축포성이 온누리를 진감케 할 것이다”라고 호언한 바 있다. 즉, 당 창건일에 맞추어 세계가 놀랄 만한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더욱이 지금은 후계 구도를 구체화해야 하는 시점이며,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제3차 핵실험 등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스스로 심각한 ‘자폐 구조’를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고, 권력 승계 분위기에 역행할 수 있어 북측에도 이롭지 못하다. 결국 우방인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중 관계의 진전과 주변국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열어 나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정은 ⓒ연합뉴스

9월9일 ‘김정은 후계’ 공식화할지 주목

마침 시점이 매우 미묘하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시점에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했고,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는 한국을 방문했다. 방문자 직책의 수위는 각각 다르지만 마치 3국의 동시 회의가 진행되는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물론 카터 전 대통령의 주요 임무는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곰즈 씨의 석방이며, 우다웨이 수석대표는 6자회담 예비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의견 조율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목적을 미국인의 석방만을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사의 자격도 아니며,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외교상의 난제를 풀어내면서 성과를 거두기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해석된다.

아무튼 이러한 ‘회오리식 대화’로 남북 관계의 ‘동맥경화’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과정에서 한·미 간 의견 조율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역시 의문이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카터 전 대통령의 행보는 한반도 주변국 간의 긴밀한 의견 교환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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