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체제’ 욕심이 부른 참극
  • 성병욱 / 현 언론인 ()
  • 승인 2010.09.0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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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장관 후보가 세 명씩이나 낙마(落馬)한 개각 파문은 예정된 참극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대에 비해 인선이 워낙 부실해서다. 6·2 지방선거 참패 후 정부·여당에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인사 쇄신 요구와 다짐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러나 한나라당 전당대회나 청와대 비서실 개편에서는 국민에게 어필할 쇄신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개각을 주목하게 된 이유이다. 당연히 ‘고·소·영’ ‘강·부자’로 낙인찍혔던 편협한 인재 풀은 넘어서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인재를 널리 구하기는커녕 더 협소해졌다. 40대에서 총리 후보를 기용한 것 외에는 이미 써본 측근들을 돌려 막기 식으로 재활용하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었다. 인사 쇄신은 말뿐이었고, 실상은 대통령의 친정(親政) 체제 구축을 위한 개각이었던 셈이다.

대통령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 싫든 좋든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믿을 만한 측근을 요직에 앉혀 국정 장악력을 높이든지 해서 레임덕을 막아보려 부심한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공명정대하게 잘 수행하는 것 외에 레임덕을 막을 묘방은 없다. 아무리 측근으로 철벽을 쌓아도 권력 주변의 무능·비리가 불거지면 레임덕의 습격을 막을 수 없다. 요즘 한나라당 내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 비판을 보면 레임덕을 다잡으려던 측근 기용이 오히려 레임덕의 지름길을 터놓은 꼴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인사 검증마저 너무 부실했다. 위장 전입, 투기에다 공직 사(私) 이용 등이 만연했다. 약간의 도덕적 흠은 있더라도 일 잘하는 사람이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느슨한 인사관이 재앙을 불렀다.

40대 젊은 총리로 기대를 모았던 김태호 후보는 이대통령의 측근도 아니어서 거의 유일하게 인사 쇄신의 이미지를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인사 검증의 벽만 넘을 수 있었더라면 이번 개각은 부족하나마 중간급 정도는 랭크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 정부 들어 인사 검증 기준에서 ‘위장 전입’은 아예 도외시되는 분위기이다. 대통령도 여러 차례 위장 전입을 범했으니 다른 고위 공직자에게도 그 기준을 엄격히 요구하기가 면구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대통령의 경우는 위장 전입을 국민 앞에 시인·사과하고 투표를 통해 국민들이 이를 눈감아준 것이지만, 이러한 예외를 다른 임명직 고위 공직자에게도 마구 원용할 일은 아니다. 위장 전입을 눈감아주면 학군제, 아파트 분양 질서, 지역별 선거 체제 등 법 질서의 근간이 무너진다.

아무튼 이대통령으로서는 혹독한 시험을 치렀다. 지방선거 패배 후의 긴장감과 낮은 자세가 재·보선 승리 후 쉽게 풀려버린 탓이다. 작은 승리에 도취해 나대는 듯한 모습을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일까.

정부·여당이 하기에 따라서는 이번 실패가 약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 높은 검증 기준을 새삼 실감했으니 도덕성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주변에서가 아니라 천하에서 널리 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진력한다는 전제에서다. 낙마한 총리와 장관 후보 자리부터 과연 어떤 사람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이명박 정권의 신망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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