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액션 화끈하지만 ‘풍자 드라마’로서는 아쉬워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9.0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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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해결사>는  문자 그대로 음모에 빠진 홀아비 해결사의 좌충우돌 탈출기이다.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강태식에게 주어진 해결책은 납치이다. 은행 매각 사건과 관련한 양심 선언으로 정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남자를 납치하라는 누군가의 명령이 떨어진다. 성공만 하면 누명을 벗겨 준단다. 태식은 경찰의 추격망이 좁혀들어오는 가운데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달린다. 쉴 새 없이 사건이 터지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100분 동안, 태식은 그리고 영화는 때리고 부수며 앞으로 나아간다.

신인 권혁재 감독의 첫 연출작이지만, 각본에 보이는 류승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해결사>는 액션영화이다. 정치 드라마의 줄기와 배신, 음모 등의 코드를 배후에 깔기는 했지만, <해결사>가 지향하는 것은 복잡한 은유가 아니라 액션의 통쾌함이다. 영화는 시작 6분 만에 주인공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나머지 94분의 러닝타임을 ‘해결’을 위해 사용한다. 때리고 부수고 치고받기를 반복하는 액션에, 꼬인 듯 보이지만 단순한 스토리라인으로 관객을 유혹한다.

문제가 있다면 그 94분 안에 적절한 완급 조절이 없다는 점이다. 주인공 강태식을 연기하는 설경구는 나이답지 않은 날렵함을 과시하며 숨 한 번 제대로 못 돌리고 뛰어다니지만, 예상 가능한 범주의 이야기와 편집의 아쉬움은 관객을 온전히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 유도의 메치기부터 프로레슬링의 헤드락에 이르는 다양한 격투 기술에 자동차 추격전까지 등장함에도 액션의 즐거움이 어딘가 모자라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건을 위한 사건, 주요 캐릭터의 전형적인 설정 또한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이다.

다행히 이 영화에는 송새벽, 이성민, 오달수가 있다. 매 장면 ‘씬 스틸러(scene stealer)’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웃음을 선사하는 세 배우의 연기는 영화 <해결사>를 즐겁게 만드는 최대 장점이다. 적어도 이들의 연기를 보는 동안은 마음껏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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