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못한다고 밥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 김재태 부국장 (jaitai@sisapress.com)
  • 승인 2010.09.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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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직업 생리상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호기심이 꽂히는 대상은 일상의 사소한 일부터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얼마 전에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 이런 호기심이 일었다. 젊은이들 가운데는 아직까지 젓가락질이 서툰 이가 꽤 많은데, 그런 친구들이 결혼해 아이를 키울 때는 과연 어떻게 젓가락질을 가르칠까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DJ DOC라는 그룹은 자신들의 노래에서 ‘젓가락질 못한다고 밥 못 먹나요’라고 말했지만, 젓가락질이 서툴면 옆에서 지켜보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40대 젊은 총리’를 대표 상품으로 내놓았던 8·8 개각이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미완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심각한 여권 내 갈등으로 이어졌다. 자기들끼리는 앞으로의 입지와 관련해 사활을 걸 만한 싸움일지 모르겠지만, 지켜보는 처지에서는 여간 꼴사납지 않다. 인사 추천 단계에서부터 청문 검증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나 한나라당이나 오점을 남기기는 매한가지였는데도 그런 모습이다.

한나라당 의원마저 ‘인사 참극’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8·8 개각의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안일함이다. 위장 전입 문제 등을 미리 알고도 과거의 관행에 기대어 잘만 버티면 밀어붙일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을 것이다. 청문회가 끝난 후에 청와대 한 관계자가 “전에는 도덕성에 흠이 있어도 일을 잘하면 봐주었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이다”라고 말한 데서도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예전에는 국민들이 도덕성에 흠이 있는 사람을 봐주었다는 그의 말은, 인사에 대한 예의의 부재까지 의심케 만든다. 언제 우리 국민이 도덕성이 불완전한 인물을 용인한 적이 있었던가. 오판도 이만저만한 오판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국민이 봐줘서가 아니라, 힘을 가진 집권당이 여론을 무시하고 버텨서 뜻을 관철해왔을 뿐이다.

앞으로 후임 인선에서 잘못 꿰어진 단추를 어떻게 바로잡을지 두고 보아야겠지만, 인사권자의 ‘내 사람 찾기’ 의지가 바뀌지 않는 한 인사 참극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정된 인재 풀에서는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내기가 그만큼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40대 총리 같은 나이의 참신함도 좋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인물의 참신함이다. 조금이라도 흠결이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면 조직을 바르게 이끌 힘을 가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자진 사퇴한 세 명 말고 청문회에서 여러 의혹이 드러난 인물들도 무사히 임명장을 받은 것으로 완전히 면책이 되지는 않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젓가락질을 잘 못하더라도 자신의 밥이야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겠지만, 그 젓가락질로 누구를 가르치거나 모범이 될 수는 결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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