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실력 ‘슈퍼급’에 ‘스타급’ 이야기 얹어…
  • 하재근 | 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0.09.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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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13%대까지 오른 <슈퍼스타K>의 기적 같은 인기 분석

 

▲ 생방송 무대에서 출연자들이 열창하고 있다. ⓒ M·net

케이블TV m.net의 <슈퍼스타K>가 기적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이 무려 13% 선까지 올라간 것이다. 케이블TV에서는 시청률이 2~3% 정도만 되어도 대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10% 돌파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13%라니! 이것은 기적이다.

이 정도면 예능의 꽃인 주말 예능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나 <런닝맨> <영웅호걸> 등을 뛰어넘는 성과이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의 <무한도전> 시청률과도 맞먹는다. <슈퍼스타K>는 같은 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을 포함해서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사람이 개를 문 것과 같은 사건이다.

 도대체 <슈퍼스타K>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슈퍼스타K>는 이른바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해서 그 가운데 단 한 명의 슈퍼스타를 뽑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착각한다. <슈퍼스타K>가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오인이다. <슈퍼스타K>를 향한 많은 비판은 이 착각과 관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단지 오디션이라고만 생각해서 제대로 오디션을 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만약 <슈퍼스타K>가 정말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기적적인 성공이 가능했을까? 신인을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슈퍼스타K>가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뜻이다.

단지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차례차례 등장해 노래를 부르고, 심사를 거친 후 합격자를 발표하는 건조한 형식이었다면 지금의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청자는 오디션이 아니라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 자체에 몰입했다. 그것은 <슈퍼스타K>가 최고의 리얼 버라이어티 캐릭터쇼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슈퍼스타K>의 진짜 정체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단지 스타 지망생이 아닌 ‘사람’이 등장한다. 이것이 중요하다. 살과 피를 가진, 뜨거운 눈물을 가진, 각자의 사연이 있는 진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꿈을 들려준다. 노래는 그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한 것이다.

<슈퍼스타K>는 시즌1 당시부터 참가자의 오디션 모습과 그 사람의 인터뷰, 실제 생활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주었다. 마치 인간 극장 같은 느낌이었다. 이것을 통해 시청자들이 그 참가자의 당락에 깊은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워낙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부각된 참가자들은 개성이 넘쳤다. 시즌1 당시에는 장애인, 트랜스젠더, 가정 폭력의 희생자, 기획사로부터 착취당했던 지망생 등이 등장해 화제를 낳았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시즌2에도 왕따의 희생자인 장재인, 아픈 개인사를 가진 김보경, 이기적으로 비친 김그림 등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캐릭터 하나하나에 몰입하며 때로는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때로는 격렬한 분노를 터뜨린다.

시청자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에 몰입하는 이유는 그것이 ‘리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때문에 <패밀리가 떴다>는 조작 논란 이후 리얼에 대한 신뢰가 깨지며 몰락하고 말았다. <슈퍼스타K>는 시즌1과 시즌2 모두 리얼의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로 진심을 담은 참가자들이 인생을 걸고 참가해 너무나 리얼한 희로애락을 펼치는 것이다.

▲ 심사위원을 맡은 이승철·엄정화·박진영·윤종신. ⓒM·net

스타 지망생과 심사위원 모두 ‘사람’이기에 감동 두 배

리얼도 보통 리얼이 아니라 ‘절박한’ 리얼이다. 참가자들 대부분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절박하다. 그래서 합격했을 때의 환희도, 떨어졌을 때의 아픔도 더욱 강렬하게 부각된다. 건조한 오디션 참가자가 아닌, 사연과 개성을 가진 뜨거운 사람의 절박한 희비극에서 시청자는 감동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김보경이 탈락한 것에 네티즌이 격렬히 반발하며 안타까워한 것은 이런 구조에서 가능했다. 시즌1에서도 김현지가 탈락했을 때 비슷한 반응이 있었다.

<슈퍼스타K>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것은 ‘우연’과 ‘부조리함’이다. 역시 리얼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에서 수많은 우연과 부조리함이 나타나는 것처럼 <슈퍼스타K>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일 수밖에 없는 심사위원들의 한계, 실수가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단순 오디션을 넘어선 팀별 미션 과정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우연적 요소들이 시청자들의 탄식을 자아낸다.

합리적인 오디션이라면 이런 문제들을 배제해야 한다. <슈퍼스타K>는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 리얼버라이어티 ‘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불합리한 오디션이라고 분노한다. <슈퍼스타K>는 그러한 분노까지를 자양분으로 거대한 성공을 일구어냈다.

도전과 성공, 성취는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의 핵심적인 트렌드이다. <무한도전>은 레슬링에 도전했고, <남자의 자격>은 합창단에 도전했다. <슈퍼스타K>는 그 자체로 거대한 도전, 성공 드라마이다. 참가자들이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그 감동이 더욱 배가된다. 여기에 캐릭터와 해프닝의 조합 속에서 탄생하는 웃음이 있다. 생생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안타까움·감동·웃음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 거기에 오디션이라는 기본 토대는 요즘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듣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자극한다. m.net은 <슈퍼스타K> 시즌1의 우승자인 서인국을 지난 1년간 ‘확실히’ 밀어주면서 젊은이들을 들뜨게 했다. 이런 전략에 <슈퍼스타K> 시즌1이 거둔 엄청난 성공의 홍보 효과가 맞물려 더욱 거대한 시즌2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기적인’ 김그림, 피해자일 수도 있다

이번 <슈퍼스타K 2>를 통해 참가자인 김그림은 시청자들에게 거의 톱스타급으로 욕을 먹었다. 프로그램 속에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 2>는 그녀의 행동을 세세히 편집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꼭 그래야 했을까? 인생을 걸고 절박하게 도전하는 곳이다. 사람이 절박하면 자기 입장을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그것을 꼭 그렇게 보여주어서 출연자를 네티즌의 먹이로 던져주어야 했을까?

이것이 <슈퍼스타K>의 특징이다. <슈퍼스타K>는 어떻게든 캐릭터와 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시즌2에서 그런 성격이 더욱 강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은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 때로는 작위성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여기에 외모 지상주의의 냉정한 현실까지 종종 확인하게 되는 것. 이것이 <슈퍼스타K>의 씁쓸한 지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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