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 ‘가족 전쟁’으로 가나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09.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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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2라운드 진입…노승숙 국민일보 회장 고소 배경에 조용기 목사 부인 김성혜 총장 부각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국지전’ 성격이던 장로들의 법적 다툼이 조용기 목사 가족 간의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분위기이다.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에 이어, 조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까지 이번 소송전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난 9월17일에는 노승숙 회장이 국민일보 사내 게시판에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라고 발표한 것으로 확인되어 향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순복음교회나 국민일보측에 따르면 노희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사직서가 바로 수리되는 것은 아니다. 이사회에서 안건을 논의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고소 사건이 국민일보 수장의 사퇴로 이어져  향후 순복음교회 안팎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저널 윤성호


<시사저널>은 최근 순복음교회 장로 여덟 명이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을 검찰에 고소한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시사저널> 제1087호 참조). 고소를 주도한 설상화 장로는 조목사의 매제이다. 그는 평소 ‘장자 승계’ 원칙을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승숙 회장은 조목사와 사돈 관계이다. 차남인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이 노회장의 사위이다. 교회 안팎에서는 이번 고소 사건을 장남과 차남의 ‘대리전’으로 보고 있다.

당시 순복음교회측은 가족 간의 분쟁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국민일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부 오해가 있었다. 오해만 풀리면 고소 사태는 조용히 끝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순복음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가족 간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조용기 목사의) 리더십이 훼손될 수 있다. 그렇게까지 가겠느냐”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노승숙 회장 사퇴 발표 ‘후폭풍’ 일지 주목

과는 정반대였다. 단순한 고소 사건이 한 달 만에 후계 구도를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8월25일 국민일보에는 사원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꾸려졌다. 차남인 조민제 사장이 국·실장급 회의에서 “단호히 대처하겠다”라고 말한 직후였다. 비대위측은 “사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노승숙 회장이 취임한 뒤 경영이 많이 안정되었다. 회사를 흔들려는 외부 시도에 단호히 맞서기 위한 취지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일보 안팎에서는 비대위를 조희준 전 회장의 입성을 막기 위한 선봉대로 보고 있다. 비대위는 이미 조 전 회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대위는 최근 노승숙 회장에 대한 사퇴 종용이 강제죄가 될 수 있는지 법적 자문을 받았다. 조희준 전 회장은 지난 7월13일 노회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퇴를 압박했다. 조 전 회장은 비슷한 내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여러 차례 노회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의 경우 국민일보에 지분이 전혀 없다. 국민일보 지분 100%는 현재 국민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 전 회장이 노회장에게 사퇴를 강요한 것은 강제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비대위측의 판단이다.

비대위는 회사 내부 자료가 조 전 회장에게 유출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9월3일 경리팀장인 김 아무개씨를 해고했다. 김씨는 회사 기밀 자료를 조 전 회장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여러 방면에서 법적인 자문을 받았다. 준비는 모두 끝난 상태이다”라고 말하면서 실력 행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조 전 회장 역시 현재 노회장을 상대로 추가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회장의 한 측근은 9월1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노승숙 회장의 개인 비리가 사건의 본질이다. (조 전 회장은) 외부에 가족 간 분쟁으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국민일보 경영권 다툼과 연결 짓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조 전 회장을 만났다는 한 교회 인사는 “구체적인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노회장을 상대로 추가 공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최근 이영훈 담임목사 체제로 변신했다. 조용기 목사는 은퇴 이후 사랑과행복나눔재단과 엘림복지타운의 이사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21개에 달하는 지성전도 모두 독립시켰다. 그동안 외부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던 문제들을 대폭 뜯어고쳤다. 하지만 최근 가족 간의 분쟁이 벌어지면서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렵게 구축한 ‘포스트 조용기’ 체제가 뿌리에서부터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교회 내부에서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이영훈 담임목사 체제로 교체했다는 자부심이 상당하다. 이번 고소 사태로 어렵게 이룩한 결과물이 흔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이번 분쟁에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소 사건은 그동안 장남과 차남의 대리전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국민일보 노동조합은 최근 “조 전 회장이 ‘노회장이 물러나면 김성혜 총장이 국민일보 발행인 겸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는 성명을 냈다. 김총장 역시 최근 노회장을 불러 물러나기를 종용했고, 20여일 만에 사퇴가 현실로 나타났다.

순복음교회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조용기 목사의 은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혜 총장은 그동안 순복음교회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은 “최근 조 전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총장이 교직자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조목사가 당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이 입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민일보의 경우 현재 김총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노승숙 회장과 차남인 조민제 사장 주도로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2005년 10월14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기도대성회에 참석한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 ⓒ시사저널자료

국민일보 노조·비대위 “조 전 회장 복귀 반대”

김성혜 총장 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득권이 사라진 것이다. 최근 내부 정보 유출로 해고된 국민일보 김 아무개 팀장은 인사위원회에서 비슷한 내용을 진술했다. 김팀장은 인사위원회에서 “목사님이 살아계실 때 재산 정리를 해놓아야 시끄러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김성혜 총장의 생각이다”라고 진술했다. 그는 “김총장이 내 뒤를 봐주고 있다”라고까지 했다. 이번 소송의 배후에 김성혜 총장이 있다는 얘기이다.

조목사는 그동안 국민일보 흔들기를 자제하라고 김총장과 장남에게 요청했다. 지난 9월7일 비대위 관계자와 만난 조목사는 “큰아들 희준이가 집사람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잘못된 정보를 믿고 오늘의 사태를 일으켰다”라고 말했다. 조목사는 이들에게 “여러 번 얘기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장남에 대한 연민은 여전했다. 조목사는 최근 노회장에게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족 간 분쟁을 막기 위해 물러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비대위가 반대하면서 이 제안은 철회되었다는 후문이다. 

가족에 관한 한 조목사의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목사는 평소 언론 인터뷰에서 “부족함이 많은 가정의 아버지요, 남편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우리는 조용기 목사는 알지만 아버지는 몰랐다”라는 아들의 말을 전하면서 가장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는 조 전 회장의 최근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008년 사면된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그는 최근 조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상임이사에 취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재단은 순복음교회에서 6백억원을 출연해 만든 공익 재단이다. 조희준 전 회장의 측근은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은 조 전 회장이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보금자리 성격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 일각에서는 조목사가 측면에서 장남인 조 전 회장을 밀어주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조목사가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자리를 만들어주었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물론 순복음교회 내에서는 대놓고 목소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순복음교회 내에서 조목사 가족들에 관한 얘기는 금기처럼 여겨진다. 이번 고소 사태 배경에 조목사의 부인과 아들이 있다는 점에서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다.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당회장에서 은퇴했다고 해도 조목사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국민일보 노조나 비대위는 조 전 회장의 복귀에 반대하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은 “국민일보는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현재와 같이 회사 흔들기를 계속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 조희준 전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
노승숙 회장 고소 사태 이후 기자는 여러 차례 조희준 전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9월24일 현재까지 인터뷰를 고사하고 있다. 대신 한 측근을 통해 조 전 회장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측근은 우선 “조 전 회장이 국민일보 경영권에 욕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일보 내부적으로 ‘반(反)조희준’ 기류가 형성된 것에 대한 해명이다. 그에 따르면 어떤 회사이든 임기가 있다. 노승숙 회장의 경우 10년 이상 CEO를 했다. 그럼에도 매출 상승이 더디다는 점에서 퇴진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김성혜 총장을 차기 발행인으로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1년 8월 구속되었을 때의 이야기도 했다. 조 전 회장은 당시 25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회사 돈 1백80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이와 관련해 이 측근은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회장 스스로가 모든 책임을 지고 구속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향후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일에만 전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최근 경원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도 입학했다. 그는 “외부에 가족 간 분쟁으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분간은 재단을 통해 봉사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그것이 아버지인 조목사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 조민제 사장 ⓒ시사저널자료
“할 말 없습니다.” 지난 9월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조민제 사장의 말이다. 조사장은 “소송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라면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지난 8월 말 실·국장 회의를 통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일보의 한 관계자는 “조사장의 어머니인 김성혜 총장이 이번 소송에 관여되어 있어 곤란했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조민제 사장은 지난 2006년 12월 국민일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내부 평가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평소 기자들과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의 한 관계자는 “취임 이후 국민일보 경영 상황이 많이 호전되면서 내부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인인 노승숙 회장이 검찰에 고소되면서 그는 강한 대응을 시사했다. 노회장에 대한 고소 사태는 향후 검찰 조사를 통해 판가름 날 예정이다. 조사장은 설상화 장로의 고소 자체를 ‘조직 흔들기’로 보고 상당히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어머니인 김성혜 총장이 소송 사태에 개입되면서 상당히 당혹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복음교회의 한 관계자는 “교회 내에서도 김총장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이다. 조사장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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