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실패’ 상처 입은 486의 다음 전략은?
  • 이철희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
  • 승인 2010.09.27 17: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반 분위기는 밋밋했다. 그렇게 진행되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486세대 정치인’ 단일화 문제로 제법 뜨겁게 달아올랐다. ‘빅3’(손학규·정동영 고문, 정세균 전 대표)로서야 자신들에게 쏠릴 스포트라이트가 엉뚱한 데로 간 탓에 불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486 단일화 문제가 갖는 인화성이나 파급 효과만큼은 그들도 인정해야 했다. 빅3도 모두 칭찬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당내에서 486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거칠게 평가하면, 지금까지 486은 현실 정치를 바꾸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으로 인해 역부족이었을 수는 있지만, 무언가 바꿔보려고 시도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에서는 486 정치를 ‘부역 정치’ ‘하청 정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486 단일화는 이런 ‘과거’를 씻어내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이다. 486이 독자 세력화해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는 데 나선다면 그것이 갖는 정치적 함의와 전당대회에 미칠 파장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아연 긴장했다. 이들은 커다란 진통 없이 단일화 방법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단일화는 실패로 끝났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민주당 내 486 전체에게 무조건 책임을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 컷오프 성적에 의해 단일화를 하기로 하고, 우여곡절 끝에 비공식적으로 순위도 확인되었다. 이제 당사자들이 승복하면 단일화는 깔끔하게 성사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명이 불복했다. 그래서 단일화가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불복한 한 명에게 1차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486그룹 전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몫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단일화 실패로 486 세력의 단일 대오는 불가능해졌다. 이인영 전 의원이 컷오프에서 2등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민주당 내에서 변화와 세대교체를 바라는 정서는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단일화만 제대로 되면 486은 ‘젊은 대표론’으로 빅3와 정면 대결하는 구도도 만들어볼 수 있었다. 단일화의 좌절로 기세가 꺾인 것도 문제이지만 이런 구도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이 486으로서는 가장 큰 손해일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은 1인 2표를 행사한다. 따라서 486은 그들이 단일 후보라고 선포한 이인영 후보에게 한 표를 주더라도, 나머지 한 표를 빅3에게 줄 수 있다. 이것은 곧 이들이 빅3 대 486의 양자택일 구도로 전대를 치르는 것이 아닌, 기존의 계보 프레임을 유지하는 형태로 486의 지도부 진입을 도모하는 공존 구도로 치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그들이 스스로 절연하고자 했던 하청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명분은 크게 퇴색하게 될 것이다.

완벽한 단일화는 아니더라도 이를 계기로 486이 독자 세력화를 모색하는 쪽으로 결집할 수도 있다. 가능성은 작지만 몇몇 사람이 그런 쪽으로 움직여보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당권을 잡지는 못할지라도 민주당의 향배는 486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0·3 전대는 민주당 486에게도 그룹의 존립과 명운을 가를 중대 고비라 하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