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닥쳐올 ‘헬륨 파동’ 어떻게 막나
  •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10.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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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로 거의 존재하지 않아 “30년 안에 완전 고갈” 전망 나와

원소 기호 He, 원자 번호 2. 바로 헬륨(Helium)의 신상 명세이다. 헬륨은 화학 원소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원소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끓는점이 가장 낮고, 절대온도(2백73K)에서도 얼지 않고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원소이다. 그러나 지구상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아주 드문 자원이다.

그런데 이처럼 희소성을 지닌 헬륨이 향후 30년 안에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첨단 과학 분야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린다우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강연회에서 리처드 로버트슨 박사(1996년 물리학상 수상자)가 헬륨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만일 그의 말대로 30년 안에 헬륨이 고갈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또 그 위기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헬륨의 쓰임새와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자.

▲ ⓒhoneypapa@naver.com

■ 헬륨은 어디에 쓰이고, 얼마나 중요한가

헬륨은 공기보다 가볍다. 또 다른 원소들과 반응하지 않는 비활성 기체여서 폭발할 위험이 없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지구상에 양은 적어도 쓰임새는 아주 많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첨단 과학과 산업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쓰인다. 특히 국내 전자산업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재이다.

헬륨이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이 애드벌룬이나 비행선을 생각한다. 프랑스 파리 시민들은 1백50m 상공을 비행하는 지름 22m, 높이 32m 크기의 대형 헬륨 기구(Balloon)를 통해 대기 오염도를 측정한다. 대기 상태가 좋을 때 기구는 연두색으로 빛나고, 나쁠 때는 빨간색, 그저 그럴 때는 오렌지색으로 빛난다고 한다. 헬륨 기구가 환경 친화적 아이템인 셈이다.

헬륨은 잠수부용 산소통에 질소 대체제로 주입되기도 한다. 산소통에는 산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 성분과 비슷하게 질소 대 산소를 8 대 2의 비율로 넣는데, 질소 대신 헬륨을 넣으면 혈액에 대한 용해도가 낮아 스쿠버다이버를 위한 호흡 장치로도 쓰인다. 혈액에 대한 낮은 용해도는 산소와 섞여 식물인간 상태의 입원 환자나 가사 상태에 있는 환자에게 산소를 제공할 수 있게도 해준다. 또 인체에 해가 되지 않아 방송에서 목소리를 변조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한편 헬륨은 산업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는다. 그 이유는 낮은 끓는점과 초전도성 때문이다. 헬륨은 현존하는 최상의 금속 초전도체로 꼽히기도 한다. 자기장을 이용해 인체를 촬영하는 자기공명분석장치(NMR)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고에너지 입자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 등은 분석 신호의 감도를 높이거나 영상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초전도 자석을 사용한다. 초전도 자석은 임계 온도 이하의 극저온으로 냉각할 경우 초전도 특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액체헬륨(-2백69℃)으로 초전도 자석을 냉각시킨다.

끓는점이 낮다는 특징을 이용해 헬륨은 초저온 냉각제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IT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광섬유의 냉각에 쓰인다. 광섬유는 유리를 섭씨 2천℃ 이상에서 고속으로 가공한 후 매우 가늘게 당겨서 만드는데, 이때 짧은 시간 내에 상온으로 냉각시키는 공정에서 많은 양의 헬륨이 사용된다.

헬륨이 광섬유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수소보다 낮은 헬륨의 끓는점은 우주 여행에도 쓰인다. 헬륨은 수소가 액체로 변하는 온도에서도 기체로 존재할 수 있어 액체 수소 연료 탱크의 압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헬륨은 반도체 산업이나 디스플레이 제작에도 쓰이고, 폭발성은 없으면서도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기상 연구용이나 천체 관측용 기구, 군사용 정찰 기구 등을 띄우기 위한 기체로도 사용된다. 헬륨은 분자가 작아 매우 작은 구멍도 통과할 수 있어서 배관이 새는지 알아내는 비파괴 검사에도 이용되는 등 쓰임새가 아주 다양하다. 만약 헬륨이 없다면 이렇게 많은 분야는 더 이상 연구를 할 수 없다.

헬륨은 자연 상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과 같은 항성(별)에 집중되어 있다.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가운데 가장 많은 원소는 수소(H)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은 원소는 별에서 수소가 핵융합을 할 때 에너지와 함께 생성되는 헬륨이다. 하지만 헬륨은 태양과 같이 빛나는 별에만 집중되어 있을 뿐, 다른 원소와 반응하지 않아 화합 물질을 이루지 못하는 데다 크기가 작고 워낙 가벼워서 충분한 중력을 가지지 못하는 지구와는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다. 때문에 지구 대기에 들어 있는 헬륨의 양은 0.0005%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기 중에서 헬륨을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대체 물질 개발 또는 우주에 널린 헬륨 가져오는 방법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헬륨은 천연가스전에서 얻어진다. 세계의 거대 석유화학 회사들은 천연가스전 개발을 통해 부산물로 헬륨을 획득한다.

이렇게 생산된 헬륨은 가스메이커에 넘겨져 정제 과정을 거친 뒤 다른 나라에 판매한다. 우리나라는 헬륨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어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세계의 헬륨 공급처는 러시아, 미국, 알제리, 중동 지역이다. 이 중 미국이 생산량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 세계의 헬륨 매장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이다. 미국은 헬륨 매장량(83억m3)이 가장 많고, 채굴 가능 매장량 또한 35억m3로 가장 풍부하다. 러시아는 67억m3, 캐나다는 20억m3, 중국은 11억m3, 폴란드는 2억8천만m3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헬륨은 희귀 자원이므로 미국에서는 헬륨을 국가 전략물자로 취급해 국토관리국(BLM)의 통제 아래 해마다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가스전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어서, 천연가스전에 다양한 농축물 형태로 존재하는 헬륨을 추출해내는 양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미국이 비축해 놓은 액체헬륨도 2015년 이후에는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게다가 카타르·알제리 등은 헬륨 생산 공장의 노후화로 인해 주요 헬륨 공장이 폐쇄될지도 몰라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헬륨 부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헬륨 위기는 줄어드는 공급이 늘어나는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일어난다. 이 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유한 자원인 만큼 신규 생산지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수요 증가가 꾸준할 것이기 때문에 헬륨의 공급 부족 현상은 단기간에 끝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헬륨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하거나 우주에 널린 헬륨을 지구로 가져올 방법이 개발되기는 불가능하다.

이번 세기 안에 닥칠 헬륨 고갈과 대체 물질의 미비는 헬륨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세계적인 헬륨 부족의 여파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곧 닥쳐 올 헬륨 위기에 우리도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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