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가, 옛 현대그룹 계열사 지분 분할 매집해왔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10.0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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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3년 정몽준 의원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현대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분향을 한 뒤 걸어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거 현대그룹의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범현대가 오너가 나섰다. 현대차그룹 용역을 받아 현대건설 인수 시나리오 작성에 참여한 한 M&A 전문가는 “범현대가 기업 오너 사이에 (옛 현대그룹 계열사 인수와 관련해) 교통정리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범현대가의 기업 오너라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현대중공업 최대 주주), 정상영 KCC 명예회장을 일컫는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차남이고, 정몽준 회장은 6남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세 사람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잃었던 옛 현대그룹 계열사를 하나씩 사들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를 잇따라 인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9월 IPIC(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와 법정 다툼까지 벌이면서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확보했다.

옛 현대그룹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명분상 적자 기업인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해야 한다. 현대그룹 경영권 인수에 가장 먼저 나선 이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지난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집하면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지분 다툼을 벌였다. 2006년에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 지분을 매집해 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당시 현정은 회장에 대한 동정 여론에 밀려 경영권 탈취에는 실패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상선 지분은 현대중공업에게 넘길 듯하다. 조선과 해운 업종의 결합이라는 그럴듯한 명분도 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만 확보하면,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 경영권까지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국내 인수·합병(M&A)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대건설 인수전이 더 큰 인수·합병(M&A) 건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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