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많이’ 몸 써야 ‘몸짱’ 된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10.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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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근육의 상관관계 / 근피로도가 최고일 때 근육 키워…‘무겁게 짧게’ 하는 것보다 효과적

몇 년 전,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던 ‘욘사마’의 근육질 몸매가 공개되어 화제를 일으키면서 건강미 넘치는 근육질 몸매를 만들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디빌더의 우람한 근육이 부러워 열심히 운동에 몰두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 근육 세포는 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 의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 원리 알면 더 쉬운 몸매 만들기

근육은 몸을 움직이는 원동력일 뿐 아니라 사람을 구성하는 조직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외부의 자극에 대한 적응력이 신기할 정도로 우수해 그 크기를 상당한 수준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근육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두 배에서 세 배까지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우주와 같은 무중력 상태에서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2주일 내에 전체 근육 무게의 20%까지 잃어버리기도 한다. 근육은 타고나지만, 능력은 후천적이라는 의미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고깃덩어리, 즉 근육은 작은 ‘근섬유’들이 나란히 붙어 있는 집합체이다. 삶은 닭고기가 세로로 길게 찢어지는 것을 연상하면 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가장 얇게 찢어지는 최소 단위를 근섬유라 부른다. 근섬유는 여러 개가 모여 ‘근다발’이라는 하나의 다발을 형성한다. 근다발에는 척추에서 뻗어 나온 ‘운동 신경 섬유’가 연결된다. 이때 근다발과 여기에 꽂힌 운동신경 섬유를 함께 ‘운동 단위’라고 한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중추신경(척추)에서 얇은 전선(운동신경 섬유)이 뻗어나와 근육(근다발)에 꽂혀 있는 모양새이다.

하나의 신경세포와 근다발이 연결된 운동 단위는 실제로는 하나의 신경이 가지치기로 여러 근육에 연결된 것이다. 기능적으로 보면, 신경 하나의 자극에 이와 연결된 많은 근섬유가 동시에 같은 속도로 수축한다. 그렇지만 한 근다발은 한 신경에 의해서만 조절된다. 즉, 근육 하나에는 한 신경만 연결되는 셈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근육을 어떻게 하면 욘사마의 멋진 몸매처럼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근육에 반복적인 과부하를 주어 근육이 이 과부하에 적응하게끔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마력짜리 엔진이 있는데 이 엔진에 1백50마력의 힘을 낼 수 있도록 과부하를 걸어주면 엔진은 파괴된다. 하지만 우리의 근육은 그렇지 않다. 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이 가령 10㎏이라 했을 때 12㎏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도록 하면 12㎏의 힘을 내게 된다. 그 비밀은 근섬유에 있다.

▲ ‘공든’ 근육도 운동을 멈추면 금방 허물어질 수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 근육이 팽창하는 이유

근육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힘을 주게 되면 근섬유는 버티지 못하고 파열되어 표면에 상처가 난다. 상처 난 근육세포는 휴식을 하면 다시 자란다. 운동할 때 근육이 팽창하는 이유는 피가 몰리면서 잠깐 부풀어 오르는 것이고, 근력이 붙는 이유는 다쳤던 근육세포가 쉬는 동안 다시 복원되는 과정에서 그 전보다 더 굵어지면서 근육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근육세포는 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이나 운동에 의해 세포가 커지는 것이다. 뼈의 경우처럼 세포 분열을 해 세포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운동에 의해 근육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단단해지고 커진다. 그래서 근육은 점점 더 큰 힘을 낼 수 있고, 점점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변하게 된다. 근육은 많이 움직일수록 운동신경 섬유의 분포가 더욱 거미줄처럼 발달한다. 즉, 근육 하나하나를 더욱 정교하게 조절할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근육을 키우려는 욕심에 무리하게 과부하를 걸게 되면, 근육이 버티지 못하고 파열되거나 늘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보통 마른 체형의 운동 초보자들은 대부분 가슴과 팔 위주의 알통 만들기에 매달린다. 운동 효과를 먼저 체험하고 싶고, 남에게 폼 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 효과에 집착하는 것이다. 운동을 많이 하면 피부 밑 조직이 얇아지고, 근육이 두꺼워진다. 따라서 육체미 선수처럼 몸 밖에서도 근육의 모양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역삼각형의 진정한 몸짱 몸매를 가지려면 등과 어깨의 근육 강화 운동을 먼저 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창문과 발코니가 아름다워 보이려면 먼저 건물 전체의 골조가 웅장하고 화려해야 한다는 원리이다.

보통 우람한 근육 만들기의 정석은 약간 힘겹게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헬스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만들 때, 운동 기구를 가볍게 20회 들어 올리는 것보다 무겁게 10회 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왔다. 그런데 최근 가벼운 운동 기구를 사용해도 충분히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이다.

지난 8월,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스튜어트 필립스 교수팀은 근피로도가 최고에 도달할 때까지 가벼운 운동 기구를 반복해서 들어올려도 무거운 운동 기구를 들어올렸을 때와 같은 정도로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근피로도가 최고에 이른다는 것은 근육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힘까지 쓰는 것을 말한다. 즉, 운동 기구를 힘이 들어 더 이상 들 수 없을 때까지 든다면 가벼운 무게로도 근육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필립스 교수의 얘기이다.

교수팀은 평균 21세의 건강한 남성 15명을 대상으로 먼저 허벅지 운동 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게 했다. 실험 참여자들에게 무작위로 각각 최대 무게의 90%(무거운 것)에 해당하는 기구와 30%(가벼운 것)에 해당하는 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하게 한 다음, 근육세포가 만들어지는 정도를 측정해 비교했다. 일반적으로 최대 무게 90%의 운동 기구를 이용해 운동한 사람들은 5~10번 정도 들어올리고 나면 근육의 피로도가 최고에 오른 반면, 30%의 운동 기구를 이용한 사람은 24번 이상을 들어올릴 때 근육의 피로도가 최고에 올랐다.

그런데 결과는 놀랍게도 가벼운 운동 기구를 사용해 많은 횟수를 운동했을 때가 무거운 무게로 적게 들어올렸을 때보다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근육을 키웠다. 이러한 결과는 근육을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가볍거나 무거운 무게의 운동 기구를 들어 올렸느냐가 아니라 ‘근육의 피로도’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일 우리 몸에 근육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실을 조작해 움직이게 하는 꼭두각시 인형에서 실이 끊어진 모습과 같다. 근육 만들기는 힘들지만 망치는 것은 너무나 쉽다. 힘들게 만든 초창기 근육도 2주 정도만 운동을 중단하면 금방 물거품이 된다. 마치 풍선에 바람 빠지듯 흐물흐물 없어진다. 이 가을, 겨우내 두툼한 옷 속에 늘어지고 처진 살을 숨겨두기 전에 멋진 근육을 만드는 일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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