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칠 줄 모르는 ‘권력 사칭’ 사기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0.10.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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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후에도 수십 건 드러나…비밀 요원·대통령 친인척 등 수법과 내용도 각양각색

‘청와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상징한다. 그래서일까. 청와대를 사칭한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청와대를 사칭한 사건은 수십 건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공식 집계한 친·인척 사칭 사건만 12건이다. 수석비서관·특별보좌관 등 현직을 사칭하는가 하면 비밀 요원, 청와대 하명과장 등 존재하지 않는 직책을 만들어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것은 이른바 ‘샤넬 사모님’ 사건이다. 지난 7월 김 아무개씨(여·50대)가 청와대 비밀 요원을 사칭해 무려 8억여 원을 가로챈 사건이 드러났다. 김씨는 전직 대통령들이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내 정부에 반환하는 일을 하는 청와대 비밀 요원으로 행세했다. 김씨는 전세계 유명 인사들의 전화번호를 기록한 수첩과 금괴 동영상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에게 신기루를 맛보게 했다. 청와대에 전화 한 번만 해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에도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쉽게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낸 범죄

지난해 6월에는 50대 형제가 함께 청와대 간부를 사칭한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동생은 한 식당 주인에게 접근해 “내가 청와대 암행어사 직책을 갖고 있는데 아들을 공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라며 돈을 요구했다. ‘청와대 암행어사’라는 말에 속은 식당 주인은 2천만원을 건네주고 말았다. 그의 형은 동생의 직책을 다르게 이용해 “동생이 한나라당 간부를 맡고 있다”라며 공사 수주를 미끼로 4천만원가량을 갈취했다. 형제가 함께 사기를 저지르며 포항 일대를 누비고 다녔던 것이다.

불교계의 한 종파 신도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및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친분이 있다”라고 속여 5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신도회장이라는 신분으로 쉽게 확인할 수 없는 권력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우며 사기 행각을 벌인 사건이었다.

지난해 12월에 구속된 여성 사기꾼은 청와대 직원과의 친분 관계를 내세웠다. 이 여성은 인터넷 독신자 모임 카페에 가입한 뒤 ‘국내 명문 ㄱ대와 미국 MIT를 졸업한 뒤 연봉 3백억원을 받는 골드만삭스 본사 금융변호사’라고 글을 남기며 정·관계는 물론 재계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국가정보원장이 자신의 친·인척이며 청와대 고위층, 삼성·한화그룹 회장과 친분이 있다고 내세웠던 것이다. 그녀는 한 증권사 본부장이었던 사람으로부터 1억4천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12명으로부터 모두 8억3천여 만원을 뜯어냈다. 권력의 힘을 이용해 ‘쉽게’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만들어낸 ‘청와대 사칭’ 범죄들은 세월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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