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로 기쁨 줘야 사랑받는다
  • 페루 리마·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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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성공하기 위한 한국 기업의 조건 / 주민들과 ‘공생’하는 것이 중요

지구 반대편인 페루에서 성공한 국내 기업의 ‘필승 전략’은 무엇일까? 기자가 만난 현지 법인장이나 지사장들은 ‘현지화’를 첫 번째 비결로 꼽았다.

중남미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조직 문화에 익숙하지 못하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 역시 상대적으로 덜하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칼퇴근’을 한다. 이 문제로 처음에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토로한다. 최효권 LG전자 페루법인장은 “100달러만 월급을 올려주어도 회사를 떠나는 것이 다반사이다. 처음에는 한국의 우수한 조직 문화에 현지 직원들이 동화되도록 유도했다”라고 말했다.

LG전자 페루법인은 1주일에 한 번씩 직원들의 생일 파티를 갖는다. 그 방식이 독특하다. 생일을 맞은 직원의 팀원 전체가 물구나무를 선 채 케이크에 얼굴을 박는 것이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9월29일도 생일 파티가 한창이었다. 사무실은 전체가 왁자지껄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일 차장은 “직원들끼리 서바이벌 게임을 해도 로열티팀·열정팀·고객신뢰팀 등으로 팀을 나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식 조직 문화에 익숙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현지 사정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 지난 9월29일 LG전자 페루법인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생일 파티를 열고 있다. ⓒ이석


브랜드 호감도 개선 위해 사회 공헌 활동도
 

사회 공헌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페루는 자체 산업이 많지 않다. 제조업은 말할 것도 없다. 통신이나 유전 개발 등 국가 기간 산업까지도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박만복 여자 국가대표팀 총감독을 앞세운 ‘코파 박만복배 중·고등 배구대회’를 만들었다. 직원 1백20명과 청소년 체육 특기자를 연결하는 스폰서십도 운영하고 있다. 안중구 삼성전자 페루법인장은 “자체적으로 브랜드 조사를 해보면 파워가 커진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일본 기업에는 여전히 뒤지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나 호감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LG전자도 페루 영부인과 함께하는 빈민 아이 돕기 프로그램 등을 후원하고 있다. 한병길 주페루 한국 대사는 “기업들이 현지 주민들과 공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이나 극빈층 지원, 스포츠 마케팅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이미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SK에너지도 현지화나 사회 공헌 활동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기득권층인 백인들과의 네트워크를 쌓는 데도 일정 부분 공을 들인다. 페루의 전체 인구는 2천9백만명이다. 이 중 상위 12%인 백인 계층이 정치나 경제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유대 관계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유한진 SK에너지 페루지사장은 “처음에는 컨트리클럽 멤버로 인정받는 것에 주력했다. 기득권층에게 인정을 받아야 무엇을 하든 핵심 인사들과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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